인도-파키스탄 핵전쟁 일어나면 한반도는?

[정욱식 칼럼] 소규모 핵전쟁과 지구 재앙

등록 2006.12.19 16:10수정 2006.12.19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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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2002년 8월 13일 촬영한 북한 영변 핵시설 위성사진.
사진은 2002년 8월 13일 촬영한 북한 영변 핵시설 위성사진.연합뉴스

흔히 핵무기를 일컬어 인류 공멸의 무기라고 한다. 현재 지구상에는 지구를 수십 번 멸망시킬 수 있는 분량의 핵무기가 있다는 건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핵무기 없는 세상을 위한 인류 사회의 발걸음은 더디기만 하다. 미국, 러시아 등 핵강대국들은 오히려 핵무기 성능 개량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북한, 이란 등의 핵개발로 핵확산의 어두운 그림자가 지구촌을 덮고 있다.

@BRI@이러한 와중에 핵무기의 위험성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지난 12월 초순 샌프란시스코에서 미국 지구물리학 학술대회에서 핵전쟁의 위험성을 환경적인 시각에서 다른 논문들이 발표되었다.

연구결과의 핵심은 수십기의 핵무기가 사용되는 소규모 전쟁만으로도 지구 전체에 재앙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환경 파괴를 야기한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주립대(UCLA) 연구팀은 소규모의 핵전쟁이더라도 지구 온난화보다 더 심각한 환경상의 재앙의 초래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오존층의 40~70%가 파괴되고, 핵 먼지가 태양열을 흡수해 세계 연평균 기온이 1.25C 정도 떨어진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핵전쟁이 일부 지역에서 발발하더라도 환경 파괴는 전지구적으로 나타난다는 연구 성과이다. 예를 들어 인도-파키스탄 사이에 핵전쟁이 벌어지면, 환경 파괴로 인한 이상 기후와 식량 생산의 급감으로 인해 핵전쟁에 의한 직접 사망자 이상의 사망자가 다른 지역에서 나올 수 있다는 것이 콜로라도 대학 연구팀의 경고이다.

특히 핵 먼지와 매연이 성층권에 퍼지면 10년 이상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환경 파괴와 이에 따른 인류 생존의 위기는 다음 세대까지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 지구상에 있는 핵무기의 0.03%에 해당하는 50-100개의 핵무기만 터지더라도 말이다.

이란 부세르 지방에 있는 원자로. 미국은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하고있다고 비판하고 있으나 이란은 평화적인 목적이라고 반발하고있다. 출처:www.globalsecurity.org
이란 부세르 지방에 있는 원자로. 미국은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하고있다고 비판하고 있으나 이란은 평화적인 목적이라고 반발하고있다. 출처:www.globalsecurity.org

현재 지구상에는 최대 3만개의 핵무기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가 각각 1만개 이상을 갖고 있고, 영국, 프랑스, 중국,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도 수백기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 북한은 핵실험을 통해 9번째 핵보유국의 언저리에 서게 되었는데, 북한의 핵무기 보유수는 최대 10개 정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국 인류 사회는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 셈이다. '설마 핵전쟁이야 벌어지겠어'라며 자위하기에는 핵무기가 갖고 있는 파괴력이 너무나도 클 뿐만 아니라, 이러한 무기를 만들어내고 이에 안보를 의존해온 인간의 이성을 믿기도 힘들다.

지금 베이징에선 북핵 문제 해결을 놓고 북한과 미국을 비롯한 관련국들이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그리고 위에서 소개한 미국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는 북핵 문제가 하루빨리 해결되어야 할 이유 하나를 추가해주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 성과는 북핵 이상을 바라볼 것을 우리에게 일깨워주고 있다. 1815년 인도네시아 화산 폭발이 유럽의 대기근의 원인이 된 것처럼, 지구촌 어디에선가 핵이 터지면 그 피해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나라는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반도는 3대 핵강대국과 수천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보유한 일본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는 곧 핵무기의 완전한 폐기를 위해 한국 역시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절실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핵확산금지조약(NPT)에도 명시되어 있는 것처럼 미국 등 핵보유국들은 모든 핵무기를 폐기해야 할 국제법적, 도덕적 책임을 갖고 있다.

지금 당장 이러한 목표를 실현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동북아 비핵지대 창설의 가교로 삼고,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에 미국, 중국 등 아직 서명·비준하지 않은 국가들의 협력을 촉구하며, 핵무기의 완전 철폐를 위해 노력해온 중진국 구상(Middle Power Initiative) 및 신의제연합(New Agenda Coalition) 등 다양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동참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인류 사회의 숙제를 우리가 무겁게 받아들일 때, 유엔사무총장 배출국으로서의 위상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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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제문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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