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선 1% 미만, 대한민국에서는?

[한일 시민 친구만들기 ⑤] 한일 유기농의 현장을 가다

등록 2006.12.20 11:35수정 2006.12.20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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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롯본기에 있는 '대지' 사무실에서 공동취재 중인 시민기자들.

롯본기에 있는 '대지' 사무실에서 공동취재 중인 시민기자들. ⓒ 유태웅

먼저 내가 속한 '사는이야기' 팀 구성원부터 소개하겠습니다. 우리팀은 나를 포함해 총 9명의 한일 시민기자로 구성됐습니다.(송성영·김남희·나관호·미야모토 사토시·츠루마루 레이코·마키노 토모야·고바야시 야스히로·하야가와 유미코)


사는이야기라는 주제가 워낙 광범위했기 때문일까요. 우리팀 기자들의 연령은 10대에서 60대까지 폭넓었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인 고바야시 야스히로(16)와 60대 중반인 미야모토 사토시는 특별한 시민기자들이었습니다.

16살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일본의 시민기자

사토시씨는 제약회사를 정년퇴직하고 현재는 경영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는 "나처럼 회사에서 정년퇴직한 사람들이 시민기자로 활동하게 된다면 자신이나 사회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사토시씨는 "요즘 일본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단카이(團塊)세대'들이 정년퇴직 이후에 시민기자로 활동할 수 있도록 내가 하나의 '역할모델'이 되고 싶다"고 덧붙였습니다. 차분하게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그의 태도와 포부가 보기 좋았습니다. (단카이(團塊)세대란 1947~49년 전후 베이비붐 시대에 태어난 세대로 무려 670만 명에 이른다.)

우리 사는이야기팀이 취재를 위해 찾아간 현장은 도쿄 롯본기에 있는 '大地(대지)'라는 유기농산물 직거래 기구(생협)였습니다. 그곳은 유기농을 장려하고 생산자와 소비자의 직거래를 중개하는 곳이었습니다. '대지' 쪽에서는 두 명의 관계자가 나왔습니다.


a 16세 고등학교 1학년 시민기자인 '고바야시 야스히로'군

16세 고등학교 1학년 시민기자인 '고바야시 야스히로'군 ⓒ 유태웅

a 이번 행사에 참가한 최고령 일본 시민기자인 '미야모토 사토시'씨

이번 행사에 참가한 최고령 일본 시민기자인 '미야모토 사토시'씨 ⓒ 유태웅

대지는 유기농 직거래를 1975년부터 준비했다고 합니다. 당시는 일본에서 농약 폐해에 따른 사회적인 환기가 필요했던 시기였습니다. 현재 대지를 통해 유기농산물을 정기적으로 구매하는 사람들은 약 7만 7000명, 생산자는 약 2500명이라고 합니다. 거래되는 유기농산물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며 '일본쌀 지키기'나 '일본생선 지키기' 등의 운동도 함께 벌이고 있답니다.

"일본 유기농 생산자들은 NGO활동과 얼마나 연계돼 있나?"
"토종 종자 보호를 위해서 어떤 노력들을 하고 있나?"
"FTA에 대해서 일본 유기농 생산자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송성영 시민기자는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질문을 열심히 던졌습니다. 송 기자는 계룡산 인근에서 실제로 유기농 농사를 짓고 있는 농부이기도 합니다. 대지 쪽은 "우리는 NGO 기구이면서 이윤을 창출하는 회사이기도 하다, FTA 반대와 토종종자 보존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하야가와 유미코 시민기자는 "젊은 사람들이 유기농 재배를 원할 경우 '대지'의 지원이 있느냐"며 유기농 재배농가에 대한 지원에 관심을 나타냈습니다. 대지는 "유기농 재배농가를 홍보 지원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연재해로 농가피해가 발생하면 기부금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일본 유기농산물이 차지하는 비율은 1%가 안 돼"

이날 공동 취재를 하면서 한국의 시민기자들은 일본 유기농 현실을 듣고 적지 않게 놀랐습니다. 일본 농산물시장에서 유기농산물이 차지하는 비율이 채 1%도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입니다. 송성영 기자는 "한국의 유기농 현실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대지 쪽은 "유기농을 생산하거나 먹는 것은 대안적이고 생태적인 삶의 한 방식"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공동 취재가 끝날 즈음 대지는 유기농으로 재배한 상추, 키위, 콩 등의 농산물을 기자들에게 나눠줬습니다.

이날 우리팀이 확인한 것은 한일 양국 모두 여전히 미약한 유기농산물의 생산과 유통이었습니다. 그러나 환경과 건강을 위해서 유기농이 더욱 확산돼야 한다는 것도 확인했습니다.

a 공동취재를 마치고 '롯본기' 번화가 한 까페에서 대화를 이어갔다.

공동취재를 마치고 '롯본기' 번화가 한 까페에서 대화를 이어갔다. ⓒ 유태웅

공동 취재를 마친 후 우리팀은 작은 카페로 향했습니다. 그곳에서 대화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서로를 취재했습니다. 우리의 대화와 취재는 공동 관심사로 시작됐습니다.

마키노 토모야씨는 <오마이뉴스 재팬> 시민기자이면서 주니치(中日)신문의 기자입니다. 마키노씨는 "선동열은 나의 히어로"라고 했습니다. 또 그는 영화 <친구>와 <챔피언>에 나온 배우 유오성을 좋아한다고 했습니다. 이어 배우 이영애의 매력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습니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북한 핵문제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마키노씨는 결혼한 지 3년이 됐는데, 그의 아내는 중국인이었습니다. 때문에 이번에 개최되는 북핵 관련 6자 회담이 무척이나 신경 쓰인다고 했습니다.

"이끼!"를 외치며 한국 초대를 약속하다

서로의 관심사 확인은 16일 행사의 마지막 뒤풀이인 '한일 시민기자의 밤'에서 절정에 이르렀습니다. 우리 사는이야기팀은 화끈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뒤풀이의 진수를 발휘했습니다. 한일 시민기자들은 서로 '이끼(술잔을 한번에 다 비우는 것)'를 외치며 맥주잔을 비웠습니다.

a 한일 시민기자의 밤 모임에서. 좌로 부터 송성영,츠루마루 레이코,하야가와 유미코 시민기자

한일 시민기자의 밤 모임에서. 좌로 부터 송성영,츠루마루 레이코,하야가와 유미코 시민기자 ⓒ 유태웅

'한일 시민기자의 밤'은 서로의 '혼네(속마음)'와 '다테마에(겉)'를 털어놓은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한국 시민기자들은 "내년에 한국에서 꼭 만나자 이건 '다테마에'가 아니라 '혼네'다"라고 말했습니다. 일본 시민기자들도 "서울에서 다시 만나고 싶다"고 했습니다.

일정이 너무 빠듯했는지 2박 3일 일정은 빠르게 지나갔습니다. <오마이뉴스 재팬> 사무실이 있는 일본 도쿄의 미나토구(區) 도라노몬 거리는 130년 전 일본에서 전기가 처음 들어왔던 곳입니다. 그 역사적인 자리에 <오마이뉴스>가 자리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내년에는 서울에서 일본의 시민기자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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