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냉장고에서 김치 꺼내 먹을 때마다 자식은 맛있는 김치 먹고, 늙으신 부모는 시고 무른 김치 먹는 것이 늘 마음에 걸렸다.장희용
나만 아삭한 김치 먹는다는 죄책감에 부모님도 김치냉장고 사드리려 적금 들다
그 이후로 이 놈의 김치 먹을 때마다 마음 한 구석이 꽉 막힌 듯하면서 그렇게 맛있던 김치가 맛있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나만 맛있는 김치 먹는 것이 영 마음이 편치를 않았다. 그래서 며칠 후에 내가 부모님 김치냉장고 사드리자고 하자 아내도 그동안 썩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면서, 김치 먹을 때마다 꼭 죄 짓는 것 같아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면서 그렇게 하자고 했다.
그래서 작년부터 조금씩 돈을 모아 사드리기로 했는데, 이놈의 돈이라는 게 주머니 돈이 쌈짓돈이라고, 조금 모아두면 쓸 일이 생겨서 홀딱 쓰고, 또 모아두면 또 쓸 일이 생기고... 돈 모은 지가 1년이 다 되가는데도 모은 돈이 10만원을 채 넘지 않았다.
이래서는 김치냉장고 살 돈 못 모을 것 같아서 올해 1월부터는 아예 3만원씩 따로 통장을 만들어서 돈을 모았다. 돈이 많다면야 언제고 사 드릴 수 있었지만, 솔직히 몇 십 만원 하는 돈을 턱 허니 한 번에 쓸 만한 형편이 못 되기에 조금씩 조금씩 모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올해 1월부터 매달 3만원씩 모아 36만원을 만들고, 엊그제 매달 15만원씩 5년간 들었던 적금을 탔는데, 그 돈에서 일부를 보태 장모님에게는 전자레인지를, 어머니 생신 선물로는 김치냉장고를 사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