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 점집이 난잡스럽게 모여져 있는 보문산 등산길. 문제는 정작 손님이 없다는 것이다. 이곳 음식점들은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었다.곽진성
손님은 없고 음식점과 점집만 즐비하게 늘어선 풍경을 뒤로 하고 보문산에 올라 보았다. 중턱에 올라가니 작은 휴게소가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그곳은 이미 영업이 중단된 채 버려져 있었다. 휴게소 컨테이너 입구는 내려진 철문에 굳게 닫혀 있었다.
그 아래로 나부러진 소주 병조각들과 방치된 자판기가 보였다. 아마 오랫동안 영업이 중단되었던 듯했다. 올라가는 도중 이렇게 영업을 중단한 휴게소 두서너 곳이 더 보였다.
계속 위로 발걸음을 옮겼다. 10분여쯤 오르니 드디어 보문산 놀이시설과 야외 수영장이 흉물스런 모습을 드러냈다. 영업이 중단된 놀이시설과 수영장 입구에는 굵은 자물쇠가 잠겨있어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하지만 철조망 사이로 보이는 그곳은 오랫동안 방치된 것으로 보였다. 주변에 물으니 놀이시설과 수영장은 이미 3년째 영업이 중단된 상태라고 했다.
놀이시설 뒤쪽으로 돌아가 보았다. 쓰레기들이 흩날려 있었다. 철문이 떨어져 나간 콘크리트 휴게실, 검은 색 때가 묻은 노란색 벤치만이 놀이시설을 지키고 있었다.
놀이시설 옆에서 10년째 장사를 하고 있는 이동균(77)씨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옛날에는 보문산이 이렇지 않았어. 관광객들도 참 많았고, 보문산도 활기가 돌았지. 그런데 이제 관광객들은 하나도 없어. 간혹 가다 등산객들만 와. 이렇게 된 게 다 놀이시설과 수영장이 중단되어서 그래. 개인업자가 연 곳인데, 영업을 중단하고 보상만 기다리고 있다고 하더라고."
이씨의 말에서는 시의 보문산 대책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몇 년 전에 방치된 보문산에 대한 대책을 마련한다고 해놓고 아직도 별 행동이 없어. 말보다 실천이 있었으면 좋겠어. 주변의 점집, 음식점도 규제해야 돼. 어디 저런 시설이 무분별하게 자리 잡았는데 보문산에 관광객들이 오고 싶은 마음이 들겠어?"
산 정상에 있는 보문산 전망대도 방치되기는 마찬가지였다. 대전 아래를 굽어보던 전망대 망원경은 고장난지 오래였고, 관광객들이 던져주는 과자를 집어먹던 비둘기조차 관광객이 오지 않자 전망대를 떠나버렸는지 보이지 않았다.
도둑도 극성이었다. 몇 달 전 보문산에 설치한 전깃줄 수백 미터가 잘려진 채 도난당한 사고가 일어났다. 보문산 관리 사무소에 확인해보니 사실이었다. 보문산에는 재발 방지를 위해 도난 시 신고해 달라는 플래카드가 높게 걸려있었다.
"일단 플랜카드를 건 후 도난 사고는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언제 또 도난사고가 일어날지 몰라 안심할 수 없다." 보문산 관리사무소 직원의 말이다.
방치된 보문산의 상황은 심각해 보인다. 중구 주민들은 시정을 요구하며 대전시청과 중구청에 여러 번 민원을 넣었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고 하소연했다. 방치된 놀이시설과 수영장, 난삽한 주변 환경, 도둑까지 발생한 보문산은 대전의 치부로 전락하고 있었다.
아직도 입법 중인 보문산 살리기... 대책은 언제쯤?
보문산을 직접 관할하는 역대 대전 중구청장들은 선거 때마다 보문산 개발을 공약으로 들고 나왔다. 일명 '보문산 살리기' 계획이었다. 하지만 제대로 공약을 실행한 적은 거의 없었다.
2006년 당선된 이은권 대전 중구청장도 후보 시절 '보문산 살리기' 선거공약을 내걸고 다음과 같이 보문산 발전방향을 제시했다. "민자를 유치해 놀이시설과 수영장을 사계절 스키돔으로 리모델링하고 보문산 전망대를 보문타워로 바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