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플'은 느낌표 천국?... 1회에 64번까지

잘못된 맞춤법과 과도한 문장부호 범람하는 오락프로그램

등록 2006.12.22 10:33수정 2006.12.22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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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무한도전>의 자막 오류(6월 3일 월드컵 특집과 11월 4일 김수로 특집 방송분 화면 캡처 사진).

<무한도전>의 자막 오류(6월 3일 월드컵 특집과 11월 4일 김수로 특집 방송분 화면 캡처 사진). ⓒ MBC

TV라는 매체는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공중파 TV는 여러 가지 심의를 거치며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한다. 때문에 공중파방송은 선택하는 방송 내용을 비롯해 언어, 자막에 정확성을 기하고 시청자들은 이를 믿고 시청한다. 그러나 그 막강한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TV가 주는 정보에 대해 많은 이들이 이의를 제기한다.

그중 하나가 바로 방송자막이다. 방송자막은 본래 청각 장애인들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1990년대 이후 프로그램의 재미를 더하기 위해 일반 오락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이야기를 '마무리 짖는다?'

@BRI@오락 프로그램의 자막은 출연자의 발언 중 재미있는 부분을 다시 한 번 강조해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는 순기능을 한다. 하지만 자막으로 인한 역기능도 만만치 않다.

본인들 스스로도 '틀린 자막으로 유명하다'고 말하는 MBC 오락프로그램 <무한도전>.

<무한도전>은 월드컵 특집 때는 선수 이름을 공식 표기인 '호나우지뉴'가 아닌 '호나우디뉴'라고 내보냈을 뿐 아니라 '희로애락'을 '희노애락'으로, '짓궂은'을 '짓꿋은'으로 표기했다. 처음에는 가벼운 실수려니 했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심해졌다. 얘기를 마무리 '짖도록(짓도록)'하겠다는 자막이 나오더니 '계속(끊이지 않고 잇따라)'을 '개속'으로, '금세'를 '금새'로 자막을 내보냈다. 이 밖에도 '왠 날씨를?(웬 날씨를?)', '깜해서'(까매서)라고 표현하는 등의 자막 오류도 있었다.

대부분 작은 부주의로 인한 자막 오류이다. 방송에서 '아'하면 '아'하고, '어'하면 '어'라고 비판력 없이 수용하는 어린이들을 생각한다면 좀 더 신중을 기해야 하지 않을까?


야심만만은 '자막이 만만?'

a 자막에서 띄어쓰기 오류가 잦은 <야심만만>

자막에서 띄어쓰기 오류가 잦은 <야심만만> ⓒ SBS

근래 들어서 끊임없이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는 SBS 오락프로그램 <야심만만>은 띄어쓰기 오류가 많은 편이다. 보통 오락프로그램에서 자막을 붙여 쓰는 이유는 제한된 공간 안에 글자를 한 번에 채워 넣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야심만만>은 공간이 많이 남아 있는데도 띄어쓰기 오류를 범하는 경우가 많다.


'가장 후회되는 한가지는(한 가지는) 무엇입니까?' '질투날만큼(질투 날만큼) 멋진 남자' '닭 못먹는(못 먹는) 사람에게' '정환 속의 또다른(또 다른) 정환' '그러고보니(그러고 보니)' 등의 띄어쓰기 오류가 발견됐고, '당신을 최고의 엉뚱(엉뚱함)으로 임명합니다.'등 문맥상 흐름의 단어선택 오류 등이 있었다.

과도한 '자막 플러스'

a <상상플러스>의 느낌표 사용 횟수

<상상플러스>의 느낌표 사용 횟수 ⓒ 이재민

세대 간의 격차를 줄이고, 잘못 쓰거나 잊혀 가고 있는 우리말을 돌아보기 위한 KBS <상상플러스>는 자막의 남용, 특히 충격을 나타내는 부호인 '!(느낌표)'의 남용이 심하다.

10월 31일자부터 11월 28일까지 5주 분량 방송을 분석한 결과 한 회당 느낌표 다섯 개(!!!!!)가 최소 37번에서 최대 64번까지 나왔다. 평소 느낌표가 많이 사용된다는 느낌은 받았지만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보니 자막부호의 남용이 심각함을 알 수 있었다. 방송 시간이 평균 1시간 10분 정도인 것을 감안한다면, 1분마다 1~2개꼴로 느낌표가 등장한 셈이다.

본래 느낌표는 시청자들에게 충격이나 흥미를 끌기 위해 사용됐지만 너무 많이 사용하다 보니 본래의 효과가 퇴색되고 있는 듯했다.

방송자막, 스스로 생각하기 제한한다

방송 화면에 자막이 많이 등장할수록 사람들은 소리를 듣고 스스로 이해하고 생각하기보다는 눈으로 자막만을 보면서 사고력을 제한 받게 된다. 또 시간이 지날수록 자막이 알려주는 감정 표현을 보면서 자신의 감정과 동일시시키는 것에 익숙해진다.

우리가 매체를 통해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는 언어의 영향력은 실로 막대하다. 특히 진행자나 출연자 등의 음성언어보다 문자언어가 더 시청자들에게 각인된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자막 사용에 보다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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