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주체로 살아가는 남달구 여사. 항상 '돌리고 춤'을 추며 "있을 때 잘혀~ 후회하지 말고"를 외친다.KBS
이 두 인물을 모두 아우르는 사람이 <소문난 칠공주>의 남달구 여사. 그녀는 홍 영감이나 이순재보다 한 발 더 나아가 자신의 인생을 유유자적 즐기는 캐릭터로, 여성으로서 사랑받고 싶고, 부모로서 대접받고 싶은 욕망, 말년의 인생을 즐기고 싶은 욕망을 그대로 드러내는 인물이다.
다소 극중에서는 철없는 모습으로 등장하고는 있지만 그녀가 늘상 부르고 다니는 노래 가사 '있을 때 잘혀~ 후회하지 말고!'라는 말처럼 젊어서 부모로 살아오며 자식을 위해 헌신했던 것을 보상받아야 하는 당위성과 말년의 삶을 즐겨야 하는 권리를 남달구는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물론 그녀가 자식을 건사하는데 소홀해 자식인 명자에게서 볼멘소리를 듣기도 하지만 그녀는 아랑곳없이 자식에게 당당하게 자신의 요구를 말한다.
"내가 살면 얼메나! 산다고~ 나 같으면 엄마! 내가~"라는 멘트를 날리며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키고 효도 받기를 원하며, 당당하게 요구하고 관철시키고자 노력한다. 또한 춤을 추며, 남자에게 사랑받고 싶어 하는, 어머니이기 전에 여성이라는 점을 표출한다.
그러면서도 남달구 여사는 늘 '쿨'하다. 카바레에서 같이 춤추던 남자들이 추파를 던지자 남달구 여사는 말한다.
"집에 부인들 있제~ 여기 나와서 실컷 재미나게 놀았으니, 집에 가서 마누라한테 겁나게 잘해줘! 사람은 질질 끌면 못써, 매력 떨어져~."
그녀는 여성이자 노년이지만 확 깨어있는 사고를 가진 모습을 선보인다.
그동안 친정어머니 하면 드라마에서 딸만 생각하면 눈물이 저절로 흐르고 딸이 고생하는 모습을 보면 가슴 아파하는 그러한 지고지순한 어머니의 모습이 등장했다. 물론 남달구 여사도 마음속으로는 딸 명자를 생각하는 마음이 큰 모습이 방송에 나오긴 했지만 헌신하는 어머니 상과는 달리 자신의 인생을 중요시하는 모습이다.
이 점은 분명 극중이지만 이제까지 정형화된 모습에서 탈피한 새로운 어머니의 모습을 제시하고 있으며, 솔직한 어머니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제까지 우리는 어머니하면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여성으로서의 모습보다는 어머니로서의 모습을 강요했다.
하지만 지금은 세월이 많이 흘렀다. 그만큼 자신의 인생을 즐기는 모습이 자연스럽다. 더욱이 말년인 노년에는 더욱더, 젊어서 자식을 위해 고생했으니 어느 정도 자기의 인생을 찾는 것은 당연하다.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 많은 사람들에게 남달구 여사는 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있을 때 잘혀 ~ 후회하지 말고!" 라고.
이 세 명의 인물이 새로운 노년의 모습을 제시하며 사람들에게 저마다 공감을 얻고 있다. 이것이 드라마가 아닌 현실에서도 노년을 한 인간으로, 남성과 여성으로 인정해 주는 분위기로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데일리안과 e조은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