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설계, 돈 많은 사람은 필요 없죠"

[뉴스게릴라를 찾아서 ⑮] 사람 느낌 나는 '돈' 이야기 쓰는 이광구 시민기자

등록 2006.12.26 14:56수정 2006.12.27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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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이광구 시민기자의 집은 늘 동네 아이들로 넘쳐난다. 부인 최미란씨와 아이들 중 가운데는 막내 딸 보리.

이광구 시민기자의 집은 늘 동네 아이들로 넘쳐난다. 부인 최미란씨와 아이들 중 가운데는 막내 딸 보리. ⓒ 나영준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일요일(17일) 오전. 밤사이 세상을 뒤덮어버린 눈을 보며 쩝쩝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강화도에 사는 이광구(44. 포도에셋 기획팀장) 시민기자를 만나러 가기로 한 날이었다. 한동안을 머뭇거리다 결국 눈 구경이나 하자는 심정이 되어 차에 올랐다.

역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새 흙탕물로 지척이 된 도심과 달리 강화의 자연은 눈부시게 새하얀 설국 그 자체였다. 문득 영화 <러브레터>의 한 장 면이 떠올라 길게 숨을 들이켰다. 저 멀리 이광구 시민기자의 순박한 웃음이 환영의 세리모니가 되어 다가오고 있었다.

법복의 꿈 접고 노동운동에 뛰어들어...

@BRI@<오마이뉴스>에는 특이한 경력을 가진 시민기자들이 많다. 이광구 시민기자 역시 그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의 직장이 있는 곳은 첨단의 도시 강남, 하지만 집은 서울에서 한참 벗어난 서쪽 바다 강화다. 그는 강화의 자연과 벗 삼은 10년의 생활을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고 한다.

그는 현재 '개인재무설계' 회사의 기획팀장이다. 좀 쉽게 설명해달라고 하자 일종의 재무 상담이라고 한다. '얼마만큼 버느냐'가 아닌 '어떻게 쓰느냐'를 알려주는 일이라고 한다. 알 것 같기도 하지만 한편 더 어려워지는 느낌도 든다.


그는 2005년 7월 '지금 10만원이 생기면 무엇을 할까?'라는 제목의 기사를 <오마이뉴스>에 첫 송고했다. 이후 '더 이상 부동산 불패신화는 없다', ''육남매 돈줄' 작은 누나의 미래설계', '생애 재무지도 그리기, 시작이 반이다', '슈퍼컴으로도 풀 수 없는 함수, 재무 설계' 등 합리적인 재무 설계의 사례를 소개, 많은 독자들의 공감을 샀다.

이광구 시민기자의 기사는 자칫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재무관련 분야를 손쉬운 주변 사례를 통해 친근하게 전해준다. 한편 재무와 '사는 이야기'와의 만남이기도 하다. 자신이 평소 바라보던 세상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한다. 주변의 반응은? "잘 썼다는 이야기는 없지만(웃음), 뭐라고 하지 않는 걸보니 아주 엉망은 아닌 듯싶다"며 웃음을 터뜨린다.


한편 이광구 기자는 386세대의 기억을 공유한다. 서울대 법학과 82학번, 사시에 응시해 법복을 입는 꿈을 꾸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구로공단에서 노동운동을 했고 동갑내기 아내 최미란씨를 그곳에서 만났다. 이어 85년 공단오거리에서 연대투쟁을 주도했고 덕분에 '나랏밥'을 먹기도 했다.

이후 노동자들이 주인 되는 협동조합을 만들었지만 성급하게 준비한 게 화근, 빚만 남기고 문을 내려야 했다.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김우중 회장의 대우자동차에 몸담기도 했다. 대우의 몰락 이후엔 부동산 관련업에 있다 지금의 직장에 몸담은 게 재작년부터라고 한다.

돈에 대한 철학을 세우지 않으면 삶이 불행해져

a 온 동네 아이들과 어울리는 이광구 시민기자 가족.

온 동네 아이들과 어울리는 이광구 시민기자 가족. ⓒ 나영준

연말연시, 무엇보다 돈이 많이 들어가는 시기다. 씀씀이에 대해 누구라도 관심이 갈 시기. 재무상담가에게 들어보는 귀가 번쩍 뜨일 만한 비법은 없을까. 우선 던진 질문은 돈, 돈, 돈. 오로지(?) 돈에 관한 것이었다. 이에 그는 빙긋 웃으며 돈과 행복간의 함수관계에 관해 들려주었다.

- 흔히 재무 설계라고 하면 금융전문가를 떠올리지 않습니까.
"그렇죠. 금융공학을 떠올리시더군요. 제가 직접 창구에서 상담을 하지 않기에 그 쪽 전문가는 아니고… 뭐랄까, 돈을 소재로 한 인생론이랄까. 돈에 대한 '관점'을 잡아 주는 거죠. 예를 들어 동남아시아 여성과 결혼한 남자들의 경우 일부 문제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이는 '돈을 주고 사왔다'라는 잘못된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 살기가 힘들다고 합니다. 재무 설계를 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 말씀해 주시죠.
"재무 설계라고 하면 열에 아홉은 돈 많은 사람이나 하는 거 아니냐고 합니다. 사실 돈 많은 사람은 할 필요가 없죠(웃음). 인생이 먼저고 돈이 수단이라고 할 때 그들은 돈 때문에 인생 자체가 망가지는 일은 없거든요. 하지만 평범한 사람들은 때론 파산과 이혼, 심지어 가정까지 잃기도 합니다. 그래서 중산층이나 서민은 돈에 관련된 인생계획을 잘 세워야 합니다."

- 그렇다면 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 '잘' 살 수 있을까요?(웃음)
"자기지출에 대한 계획과 통제는 본인만이 할 수 있죠. 미리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그걸 잘 해야 돈에 대해 주도권을 잃지 않을 수 있죠. 재화는 한정적인데 쓰고 싶은 건 무한합니다. 서로 상대적이죠? 이 경우 우선순위를 두어야 합니다. 중요한 건 남과 자신을 비교하면 안 됩니다. 주관을 세우지 않으면 삶이 불행해집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기본입장이 세워져 있어야 합니다."

- 가정에도 재무 설계가 필요하다고 기사에 쓰셨던데.
"(손짓을 하며)저기 깔개가 있죠. 집에는 남아돌거든요. 교회에 갖다놓으니 아내가 '그걸 왜 가져가냐'고 하더군요. 이 경우 물건이 많고 적은 게 아니라 가동률이 중요한 겁니다. 있어야 할 곳에 놓여져야 하거든요. 더 어렵고 필요한 곳으로 가는 게 마음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좋은 겁니다. 또 살림을 잘 하는 사람은 물건이 어디 있는지 잘 알죠. 가동률을 높이는 겁니다. 집에 음식이 남아 썩어서 버리는 것보다 나누어 먹는 게 가동률을 높이고 정리정돈을 잘하는 겁니다."

- 결론적으로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한 것이겠네요.
"그렇죠. 그렇다고 도 닦는 사람처럼 살라는 건 아니고요.(웃음) 사실 사람들은 자신이 자본주의적 속성을 따라 산다고 생각하지만, 우리 삶을 잘 보면 사회주의적 연대의식이 더 강합니다.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들이 기사를 쓰는 것도 큰돈을 벌자는 게 아니라 연대의식 때문이 아닙니까. 해외에서 TV에 나오는 아픈 아이를 보고 돈을 보내오는 것도 그렇고요. 결국 상담을 하는 이나 받는 이나 돈에 대해 기본적 마음을 바로 잡아야 현실적 해결방안도 나옵니다."

제2의 고향 강화도, 아이들이 아이답게 자라줘 고마워

a 자연 속에서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주어 고맙다고.

자연 속에서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주어 고맙다고. ⓒ 나영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집 안에서 동네아이들이 자유스럽게 뛰어다니고 있다. 대안학교에 다니는 큰 딸은 지금 필리핀에서 2학기 수업을 하고 있다. 주인 없는 컴퓨터는 친구가 버젓이 사용한다. 그야말로 동네 놀이터, 공동체의 삶 그 자체다.

"도시의 아이들이 아파트 평수로 서로를 약 올리고, 아빠 차의 배기량을 가지고 그룹을 만들어 다닌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아픕니다. 아이가 아니라 어른이죠. 적어도 이곳의 아이들은 그렇지 않거든요."

아내와의 사이엔 자녀가 셋이다. 큰딸인 나리는 고교1년. 아들인 온달이는 중학 1학년, 막내딸인 보리는 초등학교 5학년이다. 단란한 가족, 웃음이 쏟아진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주어 고맙다고 한다.

"지금까지 살며 가장 잘 했다고 생각한 건 아이들에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준 것이 아닐까 합니다. 주변에선 애들 생각해서라도 도시로 나오라고 하죠.(웃음) 그렇지만 봄이면 진달래를 따 전을 부쳐 먹고, 정월대보름엔 불놀이도 하고…. 제가 직장에서 좀 멀지만 못 견딜 정도는 아니거든요. 무엇보다 아내가 대만족입니다.(웃음)"

기사를 쓴 나영준 기자는 누구?

2003년 '아이들 교육은 여자들만의 몫인가요?'로 <오마이뉴스>의 문을 두드린 나영준 기자. '애는 무슨, 지금 둘이나 있는데...' '결혼식에서 면접 볼 일 있냐?'와 같은 '사는이야기' 기사를 쏟아내던 그는 '나도 한 때는 이원희가 되고 싶었다' '이제 곧 죽~이는 장면이 나올 거야' '코미디 하면 MBC 아니었습니까?'처럼 스포츠 문화 연예 기사로 폭을 넓힌다.

이후 '경마는 도박 아닌 오락...마(馬)자에도 치 떨려' '전두환 씨가 뭐냐, 전두환 '씨'가 뭐냐, 前 대통령에게' 등 사회 분야에서도 왕성한 활약을 펼친다. 지난해 시민기자 편집위원을 맡았고, 2005년 2월 22일상을 수상했다. 현재는 한성희 시민기자의 <조선왕릉을 비밀>을 펴낸 '솔지미디어'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다.
이에 아내 최미란씨는 '大자'를 뺀 만족이라고 고치며 웃음 짓는다. 아직 불편한 점은 없다고 한다. 문화생활에 대해 불편을 이야기하는 이들도 있지만 자연 속에서 아이들과 함께 노는 것이 문화생활이라고 생각한단다. 물론 <오마이뉴스>는 꼭 챙겨 본다고 한다.

이광구씨는 앞으로 <오마이뉴스>에 가족들에 관한 이야기, 아이들의 교육에 관한 글도 쓰고 싶다고 한다. 경제 섹션이 다소 침체된 것 같아 아쉽다며, 다른 언론과는 달리 돈에 관한 주관을 세워주거나 사는 이야기와 경제의 조화가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도 내비쳤다.

돌아오는 길, 마침 지방에 볼 일이 생긴 이광구 시민기자가 서울까지 배웅을 해줬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그가 학교를 졸업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세칭, 대한민국에서 가장 탐낼 만한 학벌. 혹 후회하지 않는냐고 물었다.

"글쎄요. 졸업장이 중요한 건 아닌 것 같아요. 사실… 저는 지금까지 살며 제가 가진 학벌을 충분히 이용하고도 남은 거죠. 행복한지 안 한지, 고민하지 않는 게 진정한 행복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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