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객체가 아닌 주체가 되어

'세계 이주 노동자의 날' 쉼터 개소 기념 행사 열려

등록 2006.12.23 16:38수정 2006.12.24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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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용인이주노동자쉼터는 설립 당시부터 각국별 공동체 조직과 연대활동에 깊은 관심을 두어 왔습니다. 특히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공동체가 구성돼 있는데, 두 공동체와 함께 각종 시민사회단체 연대활동을 활발히 해 오고 있습니다.


지난 17일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을 하루 앞두고 용인송담대학 학생회관에는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출신 이주노동자 340여 명이 자리를 함께하였습니다. 보통의 이주노동자 관련 행사는 이주노동자보다는 내국인이 더 많고, 이주노동자들은 그저 차려준 상에서 구경꾼이 되거나 구경의 대상으로 전락하는 것을 보며 늘 안타깝다는 생각을 많이 해 왔었습니다.

@BRI@그런 면에서 이주노동자가 객체가 아닌 주최가 되어 이주노동자의 날을 기념하고, 자신들의 문화를 즐기고 향수를 달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보고자 나라별 공동체 임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이주노동자의 날을 준비했었습니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 행사 당일 폭설로 추위와 불편한 교통이 사람들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그래도 몇 날을 준비했던 친구들이 발 빠르게 행사장 앞 건물 눈들을 정리하고 오가는 사람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손을 쓰더니, 행사에 필요한 짐들을 나르기 시작했습니다.

행사 시작을 앞둘 때쯤에 날씨로 인한 우려에도 자리가 다 채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고기복
흥을 돋우기 위해 먼저 밴드 공연이 시작되자, 밖에서 서성이던 친구들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금세 자리가 부족해졌습니다.


이어진 쉼터 활동보고와 부족별 전통 의상 공연, 전통춤이 진행되자 사람들은 흥이 나기 시작했던지 자리에서 일어나 함께 어깨를 들썩이는 친구들이 이곳저곳에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즐거운 시간은 빨리 간다고 했던가요? 배가 고파지기 시작해서야 준비된 식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진행을 빨리하도록 진행을 맡은 친구들에게 신호를 보냈습니다. 식사는 한식과 인도네시아 사떼를 비롯하여 여러 종류의 음식이 준비되었고, 베트남 음식은 만두인 짜요와 이름을 모르는 몇 가지가 더 올라왔습니다.


그런데 식사가 시작되면서 공간 문제로 공연이 잠시 중단됐을 때, 2주 넘게 준비했던 드라마 공연을 할 사람들이 밴드 공연에 홀딱 빠져서 자신들의 순서를 놓치고 말았다는 사실을 전해 주었습니다.

식사 후 건물 임대 시간뿐만 아니라 돌아가야 할 친구들의 교통편을 고려할 때 순서에서 빠진 드라마를 하기에는 무리라는 판단을 내려 아쉽지만 자리를 정리하기로 했습니다.

행사가 끝나고 돌아가던 친구들 중에 행사장 주위에 전시했던 사진들 중에 자신의 사진이 나왔다고 즐거워하며 개인적으로 '크게 한 장' 인쇄를 부탁해 오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행사가 끝나 다음날 "너무 재미있었어요. 감사합니다"라고 자리를 함께했던 한 이주노동자가 문자 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그래서 답신을 보냈습니다. "감사는요. 제가 마련한 자리인가요. 공동체에서 한 일인데."

여기 그 흥겨웠던 자리의 모습들을 담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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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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