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이앵글'을 아십니까?

생활보호대상자로 받은 45만원 중 15만원을 이웃돕기에 쓰는 어르신

등록 2006.12.26 09:20수정 2006.12.26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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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이앵글'이 '삼각형 모양의 타악기'라는 것을 모른 사람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사회복지 분야에서 칭하는 '트라이앵글'은 그렇게 멋이 넘치는, 그런 것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랍니다.


'트라이앵글'은 60세 이상의 '남자, 무소득, 무가족'인 처지에 있는, 진정으로 도와주어야 할 손길이 필요한 분을 가리키는 말이랍니다.

나이가 든 노인이라는 것만으로도 사회의 도움이 필요하고, 지금까지 우리 사회를 일으키는 원동력 노릇을 해온 분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으로 사회에서 사회보장을 해드려야 합니다. 그렇게 보호를 받는 사람들 중에서 더욱 손길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또 다른 더 진정한 도움의 손길이 필요합니다.

그런 점에서 서울시립복지관은 각 지역의 어르신들에게 사랑의 손길을 베풀어주는 곳입니다. 서울시립 용산노인종합복지관에서는 20여 가지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그 중의 한 프로그램의 이름이 '트라이앵글'이었습니다.

@BRI@그런데 이런 프로그램에 참여하려는 사람이 없어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힘드는 세 가지 고역을 치르고 있는 사람'입니다는 광고를 하는 셈이니까요. 종합복지관의 회원으로 등록을 하고, 여러 가지 혜택을 입는 것만으로 만족하고, 더 이상의 노출을 꺼리기 때문이랍니다.

사실 '나 외롭고, 소득도 없는, 홀아비입니다'라고 내놓고 이야기하거나 자신의 신세가 노출이 되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이렇게 힘든 분들에게 용기를 주고, 더 많은 혜택을 드리고 싶은 것이 복지관의 입장이지만, 쉽게 이해하고 협조를 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지요. 그런 가운데 지난 가을부터 운영했던 '트라이앵글' 프로그램을 간신히 마치게 되었습니다. 물론 많은 인원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끝까지 과정을 수료해주신 분들에게 감사하고, 그동안 협조에 감사를 드리면서 복지사가 프로그램에 대한 설문지를 돌려 수집하였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있던 수강생 한 분이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운영해주신 복지사님이 너무 애를 쓰셨는데, 이 프로그램에 끝까지 이수할 수 있게 나오지 않은 분들이 많아서 상당히 나쁜 점수를 받게 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이 이야기를 무덤까지 가지고 가려고 마음 먹었는데, 우리 과정을 어렵게 운영해 오신 복지사님을 위해서 부득이 이것을 드립니다."

이처럼 말씀하면서 부끄러운 모습으로 내미는 것은 작은 수첩이었습니다. 복지사는 자신에게 무슨 선물이라도 마련한 것인 줄로 알고, 너무 황당하여서 주저주저하면서 받아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수첩 안에는 약 3년 동안 모아온 영수증들이 차곡차곡 붙여져 있었습니다.

"이것이 무엇입니까?"라고 복지사가 의아해서 물었습니다.

"이것은 제가 그동안 나보다 더 불행한 사람들, 도움이 필요한 곳에 기부한 기부금의 영수증들입니다. 복지사님의 도움으로 이번 과정을 연수받으면서 정말 이렇게 어려운 환경에 처한 분들이 많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꼈습니다. 그런데 특히 이번 과정을 배우는 동안 내가 어려움이 처해 있지만, 나의 힘으로 다른 사람을 도울 수도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감추고 있던 이것을 자랑스럽게 복지사님께 드리면서, 이번 트라이앵글 교육을 받으므로 해서 나도 이제는 떳떳하게 남을 돕는 일을 하겠다는 각오를 가졌다는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혹시 이런 사례가 복지사님이 애를 쓰시고도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하시는 것에 대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여 드리는 것입니다."

그 수강생은 이렇게 대답하셨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서 '트라이앵글' 교육을 받고 나서 이렇게 실제로 행동으로 실천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면 복지사님의 성과에 좋은 결과로 인정이 되기를 바라는 뜻으로 내놓은 것입니다.

주인공 김두환 어르신의 발표 모습
주인공 김두환 어르신의 발표 모습김선태
김두환 할아버지는 요즘 흔히 말하는 '생보자 : 생활보호대상자'로 국가에서 지원하는 45만원을 받아서 생활을 하는 분입니다. 소득도, 재산도 없어서 국가의 지원만으로 생활을 하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정이고, 가족도 한 사람도 없어서 돌보는 사람도 없으며, 남자라는 이유로 나이가 비슷한 사람들이 모인 자리가 아니면 어디에 가서 끼이기도 어려운 '트라이앵글'에 해당하는 진정 힘들고 외로운 사람인 셈입니다. 이분은 우리와 함께 노인 자서전 쓰기 반에서 함께 수강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런 어려운 분이 자신이 국가로부터 받은 45만원 중에서 12만원은 두 곳의 고아원에 지원금으로 매월 송금하고 있으며, 나머지 중에서 3만원은 교회의 성금으로 내고, 남은 30만원을 가지고 한 달을 산다는 것입니다.

"국가의 지원으로 이렇게나마 살고 있는데, 나도 나라를 위해 무엇인가 해야 할 일이 있을 것 아닙니까? 그래서 조그만 도움이라도 주어야 할 사람들이 사는 고아원에 성금을 보내고 있을 뿐입니다."

이렇게 말씀하시며 오히려 국가의 도움에 보답을 제대로 하지 못해 미안하다는 표정을 짓는 것이었습니다.

어쩜 세밑의 딸랑딸랑 구세군 자선냄비나 이웃돕기 성금에 모인 많은 지원을 하는 분들도 있지만, 수십억의 탈세를 하고도 자기 자신만 잘 살겠다고 재산 일체를 빼돌려 놓고 호의호식하면서 뻔뻔하게 버티는 양심 없는 사람들이나, 국가원수를 지낸 분의 염치없는 '29만원뿐'이라고 배짱을 부리는 모습들과는 너무나도 대조가 되는 모습이었습니다.

과연 우리 나라에서도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당연시되는 시절은 언제쯤 돌아오려는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디지털특파원, 국정넷포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디지털특파원, 국정넷포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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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아동문학회 상임고문 한글학회 정회원 노년유니온 위원장, 국가브랜드위원회 문화멘토, ***한겨레<주주통신원>,국가인권위원회 노인인권지킴이,꼼꼼한 서울씨 어르신커뮤니티 초대 대표, 전자출판디지털문학 대표, 파워블로거<맨발로 뒷걸음질 쳐온 인생>,문화유산해설사, 서울시인재뱅크 등록강사등으로 활발한 사화 활동 중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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