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 어린 양은 '대추리 주민'

기독인 400여 명, 서울 광화문서 성탄 연합 예배

등록 2006.12.26 10:39수정 2006.12.26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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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유동 놀이패 신명나게놀자가 '어떻게 된거야'를 부르며 춤을 추는 것으로 성탄절 연합 예배가 문을 열었다.
수유동 놀이패 신명나게놀자가 '어떻게 된거야'를 부르며 춤을 추는 것으로 성탄절 연합 예배가 문을 열었다.뉴스앤조이 주재일
400여 명의 참석자들이 신명나게놀자를 따라 '바위처럼'을 부르며 춤을 췄다.
400여 명의 참석자들이 신명나게놀자를 따라 '바위처럼'을 부르며 춤을 췄다.뉴스앤조이 주재일
"우리 시대의 베들레헴은 평택 대추리다. 우리 시대의 '고난 받는 어린 양'은 대추리와 도두리 주민들이다."

11개 교회와 22개 기독운동단체 소속 기독인 400여 명이 오후 3시 서울 광화문 감리교본부 앞에서 평택 대추리 주민과 함께 성탄절 연합 예배를 드렸다. 이번 예배는 진보적인 교회와 단체로 알려진 향린교회와 새민족교회, 기장생명선교연대, EYC 등과 복음주의권 교회와 단체인 성터교회와 열린마을교회, 교회개혁실천연대 등이 어우러져 연 행사였다.

@BRI@성탄 연합 예배에 참석한 대추리 주민 이민강씨와 대추리에서 평화지킴이로 1년째 활동한 진재연씨는 조헌정 목사(향린교회)와 함께 '말씀과 현장이 함께 하는 설교'를 전했다.

조 목사가 질문하고 두 사람이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설교에서, 이씨는 농사꾼이 800일 넘게 투쟁하게 된 사연을 밝혔다. 아들이 목사라고 밝힌 이씨는 자신이 출석하던 교회의 목사가 합의하라고 권고하고, 농사 못 짓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생존이 달린 문제라고 목사에게 이야기했지만 듣지 않아 교회를 탈퇴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70을 바라보는 나이인데 농사를 지으면 얼마나 더 짓는다고 몇 년째 투쟁하겠느냐"며 "나 혼자 잘 살겠다는 게 아니라 젊은이들이 살아갈 우리 땅을 지키고 평화를 지키려고 싸우는 것"이라고 말해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진씨는 "대추리에도 교회가 있었지만 벌써 떠났다. 대추리도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히고 있다"며 "오늘 내려가면 846일째 촛불집회를 한다. 교회가 대추리에 더 관심을 갖고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리 시대 베들레헴은 대추리, 고난 받는 어린 양은 대추리 주민"


조헌정 목사(오른쪽)와 대추리 주민 이민강 씨(가운데), 평화지킴이 진재연 씨(왼쪽)가 공동으로 말씀과 현자잉 함께 하는 설교를 전했다.
조헌정 목사(오른쪽)와 대추리 주민 이민강 씨(가운데), 평화지킴이 진재연 씨(왼쪽)가 공동으로 말씀과 현자잉 함께 하는 설교를 전했다.뉴스앤조이 주재일
조 목사는 "이사야 53장에 나오는 고난 받는 어린 양을 대추리와 도두리 주민들, 구속된 김지태 대추리 이장, 폐허가 된 황새울 들녘이라고 여기면 성서가 더 의미 있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이어 조 목사는 "예수가 태어난 베들레헴은 성전 제사에 쓸 양을 키우던 곳이자 로마의 기마 부대가 주둔한 곳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성전 지배 체제와 로마 제국의 폭력이 상징적으로 응축된 곳의 마구간 말구유에서 태어난 예수는 당시 지배 세력의 먹이가 되셨지만 결국 부활 승리하셨다"며 "우리 시대의 베들레헴인 대추리와 어린 양인 대추리 주민들도 지금은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지만 결국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예배에서 수유 마을 놀이패 '신명나게놀자'가 미국이 한반도에서 자행한 여러 의혹의 진상을 밝히라는 노래 '어떻게 된 거야'를 춤추며 불렀고, 노래패 '길'은 아름다운 세상을 참석자들과 함께 불렀다. 노동자들의 노래패인 '나도나도'는 성탄절에 예수는 어디에 있을까를 노래해 교회가 찾아가야 할 곳을 돌아보게 했다.

오승화 간사(개척자들)가 평화를 이루지 못하고 폭력과 차별로 갈라진 세상을 참회하는 기도를, 장도정씨(대추리 평화지킴이)가 자기 땅에서 쫓겨난 이들에게 평화가 오기를 바라는 기도를, 이지현 어린이(새민족교회)가 내년 성탄절에는 황새울에서 농부 할아버지와 함께 예배를 드리기를 희망하는 기도를 드렸다.

미군기지 이전, 전면 재협상 촉구

어린이들이 평택에서 온 주민과 평화지킴이들에게 화관을 씌워줬다.
어린이들이 평택에서 온 주민과 평화지킴이들에게 화관을 씌워줬다.뉴스앤조이 주재일
예배에 참석한 사람들은 '대추리 주민과 연대하는 기독인 1225인 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대북전쟁억지력이라는 명분으로 주둔했던 미군이 '전략적 유연성'이라는 정책에 따라, 미국이 각 지역에서 벌이는 전쟁의 전초 기지로 평택 땅에 재배치되는 것은 한반도 평화 정책에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정부와 국방부는 각성하고 평택 미군기지 확장 이전에 대해 미국과 전면 재협상을 하기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또 기독인들은 "정부와 국방부의 온갖 회유와 협박, 폭력에 포기하지 않고 주민 공동체와 삶의 자리를 지키고자 했던 김지태 이장을 구속, 실형을 선고한 것은 국가 폭력"이라며 석방을 촉구했다.

기독인들은 "어둠과 죽음의 시대에 평화의 왕으로 오신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따라, 생명과 평화를 창조하고 보전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며, 대추리 이웃들과 정의로운 행진에 함께 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한편, 이날 모금한 성탄 헌금과 1225인 선언 참가금은 대추리 주민들이 겨울을 나는 데 후원할 예정이다. 또 이들은 오는 1월 9일 오후 3시 안양교도소 앞에서 '김지태 이장 석방기원 종교인 기도회'를 개최한다. 주최 측은 오후 1시에 연동교회 앞에서 버스로 이동한다며 많은 참여를 당부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독교 대안 언론 <뉴스앤조이>(www.newsnjoy.co.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독교 대안 언론 <뉴스앤조이>(www.newsnjoy.co.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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