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돼지·은돼지보다 더 좋은 똥돼지

새해에 대통령 선거 잘하는게 황금돼지해로 가는 왕도

등록 2006.12.29 11:37수정 2007.01.03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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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새해는 600년 만에 돌아오는 황금돼지 해라고 야단들입니다.
다가오는 새해는 600년 만에 돌아오는 황금돼지 해라고 야단들입니다.임윤수
서녘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뉘엿뉘엿 서산으로 넘어가던 엊저녁의 일몰이 있었기에 동녘하늘을 벌겋게 달구는 아침 일출이 있다는 것은 자연의 진리며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입니다. 저물어가는 저녁하늘이 붉은 노을로 드리운다면, 밝아오는 아침하늘은 담홍빛 여명을 담고 있습니다.


@BRI@노을이나 여명 모두가 분홍빛 하늘이지만 노을의 불그스레함은 미련과 아쉬움이 그려내는 진홍빛이고, 여명의 불그스레함은 설렘과 희망이 담겨진 담홍빛입니다. 보였거나 보이지 않거나에 목매지 않고, 1년 365일 동안 한 번도 쉬거나 빠짐없이 반복하였을 365번의 노을과 여명으로 꾸러미가 되는 1년이란 단위를 갈무리하며 인생에서 48번째의 새해를 맞이합니다.

닭띠 해에 이은 개띠 해였지만 기대하고 설레는 맘으로 병술년 한해를 시작했건만 막상 일년을 마무리하는 지금에 마음은 닭 쫓던 개 지붕을 쳐다봐야 하는 격으로 헛헛할 뿐입니다.

부동산 광풍에 헛헛해지고, 팽배해질 대로 팽배해진 정치권에 대한 불신감으로 지나간 1년의 시간들이 덧없게만 느껴집니다. 그렇게 헛헛해진 마음을 달래거나 보상이라도 하려는 듯 다가오는 새해는 황금돼지해라고 떠들썩하니 자조적인 마음이 들지만 다시금 새해에 대한 기대를 가지게 됩니다.

대박이 터질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은 '얼쑤!' 어깨춤을 추게 합니다.
대박이 터질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은 '얼쑤!' 어깨춤을 추게 합니다.임윤수
'600년만에 돌아온다는 황금돼지해'란 정체불명의 용어로 많은 사람들이 설레고 있을 듯합니다. 혹 그놈의 황금돼지를 꿈속에서라도 볼 수 있을까를 기대하는 사람, 그런 기대가 로또복권 당첨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꿈같은 기대에 일찌감치 숨소리조차 거칠어지며 새해가 밝아오기만을 학수고대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릅니다.

당장이 어려워서인지, 아니면 정말 황금돼지가 가져다줄지도 모르는 그놈의 황당무계한 횡재를 믿거나 기다리느라 그러는지 이래저래 뜬구름 같은 연말연시를 보내거나 맞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거란 생각입니다.


2007년 돼지해가 600년만에 돌아오는 황금돼지해라면 600년 전 황금돼지해는 조선왕조의 세 번째 임금인 태종이 7년째 왕권을 휘두르던 1407년입니다. 되돌아보는 600년 전 황금돼지의 해, 태종 7년인 1407년에 조선의 백성들에게는 어떤 행운과 복들이 있었는지가 궁금합니다.

이렇듯 누런 황금빛 돼지가 행운을 가져다줄지도 모른다는 기대들입니다.
이렇듯 누런 황금빛 돼지가 행운을 가져다줄지도 모른다는 기대들입니다.임윤수
어찌 되었건 여기저기서 환청이나 뜬소문처럼 '황금돼지해! 황금돼지해!'하니 분위기에라도 편승해 돼지꿈을 꿔 복권 당첨의 횡재라도 맛보는 그런 새해를 맞이하고 싶은데, 어찌된 일인지 필자에게는 다가오는 새해의 띠를 말하는 '돼지'란 단어에서 황금빛 복돼지보다는 까만빛으로 반짝거리던 똥돼지에 대한 추억이 먼저 떠오릅니다.


황금돼지보다 더 귀한 똥돼지에 대한 추억

역시 돼지해였던 1983년, 24년 전 서귀포에서 군복무를 할 때의 일입니다. 외박을 나왔건만 딱히 갈 곳이 마뜩치 않아 함께 근무를 하던 동기와 함께 동기네 집을 찾았습니다. 동기의 집은 서귀포에서 동쪽으로 10여 Km쯤 떨어진 위미라는 곳에 있었고, 동기네 집은 밀감 밭이 있는 농가였습니다.

동기는 집안의 기둥으로 지목받고 있는 장남이었으니, 그런 장남이 갈 곳조차 마땅하지 않다는 군대동기를 집으로 데려오니 부모님들의 대접은 극진(?)했습니다. 부모님들의 세세한 배려는 밀감 밭 가운데 있는 별채를 사용하도록 잠자리조차 신경을 써주셨습니다. 아무래도 낯선 어른들과 있다 보면 불편할 거니 편한 시간을 보내라는 각별한 배려였을 겁니다.

금돼지 아니면 최소 은돼지쯤은 되는 새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금돼지 아니면 최소 은돼지쯤은 되는 새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임윤수

춤을 추건 편안하게 누워 잠을 자건 돼지의 모습들은 평온해 보이기만 합니다.
춤을 추건 편안하게 누워 잠을 자건 돼지의 모습들은 평온해 보이기만 합니다.임윤수

별채라고 하니 그럴싸한 별장을 떠올릴지 모르지만 농가에 딸린 별채는 수확한 밀감을 선과하거나 일시적으로 보관을 할 때 사용하는 창고 건물에 잠을 잘 수 있는 방이 딸린 정도였습니다.

군대 밥으로는 채워지지 않을 젊은 시절의 식성을 푸짐하면서도 정갈하게 차려주는 음식으로 만끽하고 별채 방으로 건너와 벌렁 드러누워 있으려니 포식한 흔적이 변의로 나타났습니다. 동기가 손가락질로 가르쳐주는 화장실, 별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화장실은 지금껏 보아왔던 여느 화장실과는 보기에조차 달랐습니다.

두세 평쯤 되는 사방을 빙 둘러 허리높이 만큼으로 돌담을 쌓았고, 그 돌담의 반 정도를 송판으로 덮어 바닥으로 만들었으며, 그 바닥 둘레를 다시 허리 높이쯤으로 벽을 둘러서 원두막처럼 세운 그런 건물(?) 이었습니다.

필자에게 있어 돼지해는 누런 황금돼지보다 까만 털을 가졌던 똥돼지가 먼저 생각나는 그런 한해일 듯합니다.
필자에게 있어 돼지해는 누런 황금돼지보다 까만 털을 가졌던 똥돼지가 먼저 생각나는 그런 한해일 듯합니다.임윤수
돌로 된 계단을 올라서 송판으로 된 쪽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니 바닥 가운데는 배변을 하도록 길쭉하게 구멍이 뚫려 있었습니다. 그 구멍으로는 아래쪽 돌담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허공이었습니다. 그렇게 들여다보이는 화장실 아래, 돌담 안쪽은 다름 아닌 돼지우리였으니 돌담으로 된 돼지우리 위 반쪽을 덮어 공중에 뜬 화장실을 만든 것이었습니다.

잽싸게 화장실의 구조를 파악하고 엉거주춤 쪼그리고 앉아 생리적 현상을 해결하려는데 앞쪽에서 뒹굴뒹굴 엎드려 있던 돼지가 길쭉한 코로 땅바닥을 쓱쓱 긁어가며 슬금슬금 발아래 엉덩이쪽으로 다가옵니다. 엉덩이 아래 구멍은 돼지 머리가 들어올 만큼 넓지도 않았고, 땅바닥보다는 꽤 높아 돼지주둥이에 거시기를 물리는 염려는 없었지만 긴장이 되니 배변이 될 리가 없었습니다.

돼지가 아래로 들어오면 엉거주춤한 자세로 벌떡 일어서고, 별 볼일 없다는 듯 돼지가 우리 앞쪽으로 빠져나가면 앉기를 몇 번이나 반복하고서야 겨우 생리적 고통을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생판 처음으로 하는 경험이기에 얼떨떨하게 볼일을 마치고 나오며 뒤돌아본 화장실에서는 말로만 듣던 그런 풍경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황금빛 돼지가 입술도 빨갛게 치장을 하였습니다.
황금빛 돼지가 입술도 빨갛게 치장을 하였습니다.임윤수
돌담으로 된 우리, 화장실 아래를 들락날락거리며 그렇게 사람을 긴장시키던 돼지가 조금 전 찔끔찔끔 쏟아낸 똥 덩어리를 킁킁거리며 핥고 있었습니다. 그것을 보는 순간 맛나게 먹었던 저녁이 헛구역질로 넘어올 듯 목구멍까지 치밀어 올라오는 듯했습니다. 못 볼 것이라도 본 듯 아주 황당한 모습으로 돌아와 동기에게 저게 뭐냐고 물으니 그게 바로 말로만 듣던 '제주도 똥돼지'라고 하였습니다.

전적으로 똥만 먹으며 사는 건 아니지만 눈으로 보았듯 사람들이 올라가 배설을 하면 그 배설물을 먹어치우는 돼지라고 하였습니다. 준비 되지 않은 황망한 경험이었기에 얼마간은 돼지고기만 봐도 속이 메슥거리는 울렁증을 겪어야 했습니다.

그런 일이 있은 지 한 달여 후쯤, 동기네 집에서는 잔치가 있었고, 잔치 음식을 마련하기 위해 그 똥돼지를 잡는다고 하였습니다. 잔치 다음날 몇몇 동기들과 찾아간 동기네 집에서는 이런저런 음식과 함께 바로 그 똥돼지 고기라는 것을 구워먹을 수 있게 준비해 주셨습니다.

새해가 정말 황금돼지 해라면 ‘룰루랄라’ 재롱을 피우는 돼지도 있을지 모릅니다.
새해가 정말 황금돼지 해라면 ‘룰루랄라’ 재롱을 피우는 돼지도 있을지 모릅니다.임윤수
한때 돼지고기만 봐도 속이 메스꺼워지고 울렁거렸지만 왕성한 식욕 때문인지 아니면 흘러간 시간 때문인지 지글지글 불에 익혀 먹는 똥돼지의 맛은 지금껏 먹어 보았던 어느 돼지고기보다 맛났습니다. 그때부터 똥돼지는 불결하다는 생각이 똥돼지는 맛나다는 호감으로 바뀌었고, 그렇게 바뀐 똥돼지에 대한 호감은 시간이 날 때마다 제주도 표선 쪽으로 똥돼지고기를 먹으러 가는 식도락가의 발걸음으로 바뀌게 했습니다.

제대를 하고 십수 차례 제주도엘 갔었고, 제주도엘 갈 때마다 똥돼지고기를 맛보려 하지만 그때, 엉덩이 밑에서 꿀꿀거리며 똥덩어리를 주워 먹었던 돼지에서 맛봤던 그때의 맛은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정말 꿈속에서 맛본 그림의 떡처럼 맛난 똥돼지고기를 먹었던 기억이 있어서 그런지 입으로는 황금돼지를 말하면서 머릿속으로는 그때의 똥돼지를 떠올립니다.

잘만 하면 황금돼지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새해

너나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돌아오는 새해엔 일확천금이 이루어지고, 만사가 형통하는 대복을 가져다 줄 황금빛 돼지해가 되기를 바라고 있을 겁니다. 정치에 대한 신뢰는 풍비박산났고, 부동산 열풍으로까지 불리는 고분양가의 후폭풍이 제2의 IMF라는 부메랑으로 되어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가일층 황금돼지를 학수고대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집에 있는 돼지를 총집합 시켜 보았습니다.
집에 있는 돼지를 총집합 시켜 보았습니다.임윤수
황금돼지해란 말 자체가 정체불명이고 정말 상술에 의해 유포된 황당무계한 신조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잘만 하면 2007년 새해가 우리에게는 황금돼지를 낳는 기회의 해, 그런 한해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2007년은 향후 5년간 국정을 이끌어 나갈 새로운 대통령을 국민투표로 선출하는 대선의 해입니다. 바로 이 대통령 선거에서 풍비박산난 신뢰감을 어우르고, 파탄에 빠졌다고 아우성인 경제를 추스르면서도 국민들로부터 존경받을 수 있는 올곧은 정책을 펼 수 있는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출하는 것이야 말로 당장은 물론 대대손손에게 새끼 황금돼지를 낳아 줄 종돈 황금돼지를 키우고 세우는 일일 거란 생각입니다.

돈(錢)! 돈(豚)! 돈(狂)!

벼락처럼 당장에 떨어지는 황금돼지는 아닐지라도 진득하게 키워나갈 수 있는 황금돼지쯤은 그려 볼 수도 있고 잉태시킬 수 있는 기회의 해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새해에는 뭐니 뭐니해도 모든 사람들이 근심걱정 없이 생활 할 수 있는 그런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새해에는 뭐니 뭐니해도 모든 사람들이 근심걱정 없이 생활 할 수 있는 그런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임윤수
어렸을 때 보았던 동네어른들은 키우고 있는 돼지를 좀 더 큼지막하게 키우기 위해 사금파리 조각으로 돼지 불알을 까는 것(거세)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정말 기대하는 것처럼 2007년이 황금돼지해가 되기를 희망한다면 사금파리 조각으로 돼지의 불알을 째던 농부의 마음이 되어 황금돼지가 될 만한 대통령 후보에 관심을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학연이나 혈연 또는 지연쯤 무정하리만큼 싹둑 자르는 이성으로 말입니다.

600년만에 돌아온다는 황금돼지해가 열리고 있습니다. 새해에는 개도 물어가지 않는다는 돈(錢) 때문에, 먹을 것만 보면 꿀꿀대는 돈(豚)처럼 돈 되는 일이면 물불 가리지 않고 돈(狂) 인간처럼 무슨 일이던 서슴지 않는 그런 사람들이 없는 한해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도해 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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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다 좋아하는 두 딸 아빠. 살아 가는 날 만큼 살아 갈 날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사람.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是'란 말을 자주 중얼 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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