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와 공덕 지국이 공유했던 7월분 '신문대금청구서'와 '통계 일람'. 청구서 상 본사가 지국에 보낸 '발송 부수'는 2390부였고, 통계 일람 상 '배부'수는 1870여부(유가 부수는 1570부)였다. 500부(유가는 800부) 가량이 배부되지 않은 셈이다.안윤학
윤씨는 13년 6개월간 공덕지국을 운영해오다가 지난해 8월 <조선>측으로부터 계약을 해지 당했다. 신문대금 조정을 요구하며 두 달(6·7월) 간 대금 납부를 미룬 게 화근이었다. 왜 그는 10년 넘게 잘 내던 신문대금을 '보이콧' 했을까.
공덕지국은 지난해 3월, 본사로부터 2400부를 발송받았다고 한다. 당시 대금은 979만원 정도. 5월엔 10부 적은 2390부를 받았으나 대금은 1140여 만원으로 뛰었다. 6·7월에도 2390부를 받았지만 본사는 60~70만원을 덧붙여 각각 1210만원, 1200여 만원을 청구했다. 여기에는 페널티(50만원)가 포함된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어찌됐든 발송부수에 따른 신문대금이 비례하지 않았다. 13년 동안 지국을 운영해온 윤씨조차도 신문 단가(1부당 신문값) 및 대금 책정 방법을 정확히 모른다고 한다.
윤씨는 "본사가 지국을 상대로 부당이득을 취하려 했다"면서 "최근 신문 시장의 불경기가 지속되고 신문사간 경쟁이 사그라지지 않자, 본사 측의 납득할 수 없는 요구가 반복돼 더는 견딜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윤씨는 또 "본사 측의 일방적인 신문대금 책정이 불법 판촉 활동을 하도록 내몬다"면서 "본사는 지국마다 신문값을 조작하며, 영업 확장 실적을 올리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규독자가 많으면 신문대금을 내리고, 적으면 올리는 방식이다.
한편, 신문고시에서 허용하는 한도를 넘어선 무가지 제공도 여전하다.
'신문업에 있어 불공정거래행위 및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의 유형 및 기준' 제3조에 따르면 '신문발행업자(본사)가 신문판매업자(지국)에게 1개월 동안 제공하는 무가지와 경품류를 합한 가액이 신문판매업자(지국)로부터 받는 신문대금의 20%를 초과하는 경우' 처벌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일반인에게는 1년 치 구독료의 20%를 초과하는 2만8800원을 넘긴 경품이 '불법 경품'에 해당되지만, 지국 측에서는 본사에 내는 신문대금에 따라 고시 위반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공덕지국이 7월 본사에 내야했던 신문대금이 1204만원이었는데, 이중 무가지가액이 '신문대금의 20%'에 해당하는 240만원을 넘어서면 '고시 위반'이 되는 식이다.
그런데 윤씨의 주장에 따르면, <조선> 측이 공덕지국에 내려 보낸 무가지는 이 기준을 상회한다.
공덕지국의 7월 상황을 다시 살펴보자. 당시 지국에서 본사에 보고한 유료독자 부수는 1570부였다. 그러나 본사는 실제 구독수보다 800여 부 더 많은 2390부를 지국에 내려 보냈다. 신문 1부의 값이 들쭉날쭉한 상황에서 정확히 환산하기는 어렵지만 비율로만 따져도 2390부 대비 800여부의 가치는 400여만 원이다. 240만원을 넘었기 때문에 고시 위반이다.
<고시 위반의 경우>
무가지(발송부수-유료신문) × 기준단가 +경품류 〓 무가지 가액 > 유료 신문대금 × 20%
(공덕지국 7월의 경우)
800 × 기준단가 〓 무가지 가액 >240만원
| | | "공정위, 본질은 건들지 않고 곁가지만"" | | | 핵심쟁점은 3년 8개월째 '심의중'? | | | | "독자가 신고를 해 공정위가 지국 조사를 나오면, <조선> 본사 측은 중앙 네트워크를 닫아 문제가 될 자료를 감춘다. 불법 경품과 관련해, 지국만 조사해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이다."
<조선일보> 전 공덕지국장 윤석정씨는 지국의 불법 행위에 초점을 맞춘 신문 신고포상금제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포상금제는 신문시장의 불법 행위를 신고한 시민에게 위반 내용과 증거 수준에 따라 일정액의 '포상금'을 지급하는 제도.
윤씨는 "공정거래위원회는 곁가지(지국)만 규제하려 든다, 문제의 근원은 건들지 않는다"면서 "본사를 조사, 처벌하지 않는 한 불법 판촉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본사와 지국의 부당한 관계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불법 경품을 뿌리뽑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공정위의 움직임은 느리기만 하다. 공정위 거래감시팀의 한 관계자는 패널티, 일방적인 신문대금 책정, 과다한 무가지 제공 등 윤씨가 주장하는 '본사와 지국간의 부당한 관계'에 대해 "현재 심의 중"이라고만 밝혔다.
특히 공정위측은 '무가지'의 정확한 뜻, '무가지 가액'의 계산법 등 신문 고시에 등장하는 개념조차도 여전히 "심의 중"이다. 또 본사와 지국간의 신문기준단가 산정방식에 대해서도 여전히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고시 위반이냐, 아니냐'를 판가름할 수 있어 쟁점이 될 수 있는 규정임에도 공정위가 명확한 해석을 내리지 못하는 셈이다. 현재 신문고시는 2003년에 개정돼 시행된 지 3년 8개월째를 맞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2005년 <조선> <중앙> <동아> <헤럴드경제> 등 4개 신문사 본사에 대해 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또 지난해 3월엔 보완 조사도 결정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까지 감감 무소식이다.
이에 대해 김원준 공정위 시장감시본부장은 지난달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현재도 보완조사 중에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을 말하기 곤란하다"고만 답변했다.
한편, 이강훈 변호사(태웅법률사무소)는 "지국의 어려움은 대개 본사와의 부당한 관계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한 뒤, "윤씨 사례의 경우, 본사가 지국에 과다한 무가지(500~800 여부)를 제공한 것으로 보여 신문고시를 위반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 | | | |
이같은 계산에 따라 <조선>이 고시위반 혐의를 벗으려면 기준단가가 3000원 이하여야 한다. 하지만 이 경우, 1204만원이나 되는 신문대금은 설명할 길이 없다. 유료 독자수 1570에 3000원을 곱해도 471만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결국 <조선>이 "고시위반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면 "지국을 상대로 733(1204-471)만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얘기밖에 안된다.
이와 관련 이강훈 변호사도 "서울 시내 한달 신문 1부의 값(기준단가)이 일반적으로 4500~5000원인 점을 감안해 볼 때 800부의 가치는 360만원~400만원이 되므로 고시 위반일 가능성이 높다"라고 내다봤다.
윤씨는 독자들에게 배달되지 않은 800부와 관련 "본사는 PR(홍보지)지로 뿌리라고 했지만 주민 반발이 적잖이 커 폐지로 팔 때가 많았다"면서 "발송 양도 본사가 일방적으로 정하기 때문에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 판매국 측은 '널뛰기 지대'에 대해 "발송 부수와 신문대금은 비례하지 않는다"고 인정했지만 "신문대금을 책정하는 방법은 영업 기밀에 속한다"며 입을 닫았다. 독자에게 배달되지 않는 수백 부를 지국에 일방적으로 내려 보낸 사실에 대해선 "차이를 줄이라 누차 얘기했다, 오히려 남는 부수를 어디다 썼는지 묻고 싶다"며 지국 측에 책임을 떠넘겼다.
일방적인 지대 책정에 관해선 "과거 큰 이익을 낼 땐 아무 소리 안했다, 현재 시장이 어려워지고 더 많이 벌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자 불만을 터뜨린다"며 지국 측을 비난했다. 또 "본사도 피해자", "본사도 직원들 많이 내보냈다, 지국도 어려우면 운영을 그만두면 될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유 ③] 떠나고 싶어도...'헐값 권리금' 때문에
<조선일보> 측은 "불만 있으면 지국 운영 그만두면 된다, 지국장은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지국은 본사의 자회사가 아닌, 독립된 개인 사업체이기 때문에 언제든 운영권을 되팔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윤씨는 "본사가 권리금을 제값에 쳐주지 않아 발을 빼기가 망설여진다"고 토로했다. 또 "대다수 지국장이 빚더미에 올라앉은 상황에서, 당장 빚쟁이들의 독촉이 시작될 텐데 지국을 쉽게 그만 둘 수 있겠느냐"는 것.
권리금은 지국을 넘길 때 새 지국장으로부터 받는 일종의 '지국 값'으로, 독자 1명 당 5000~1만 원 정도라 한다. 이에 대해 윤씨는 "독자 1명 확보하는 데 보통 10만 원 가량이 든다는 걸 알면서 권리금으로 1만 원 이하를 제시하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가"라고 하소연했다.
▲<조선일보>사가 윤씨에게 보낸 '해약통보서'. "귀하는 1993년 2월 1일, 조선일보 공덕지국 운영에 관한 약정을 체결한 이후… 2006년 6월분과 7월분 지대를 입금치 않아 미수금을 발생… 해약할 것을 통보합니다.안윤학
더구나 윤씨는 권리금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그는 "본사는 계약 해지를 통보하기 전부터 공덕 지역에 이미 새 지국을 마련해 놓고 있었다"면서 "권리금을 받을 기회조차 박탈당했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국장은 "신문판매고시 등이 연간 구독료의 20%(2만8800원)를 합법적인 경품의 기준으로 삼은 것은 1부에 대한 가치가 최소한 2만원은 된다는 뜻"이라면서 "본사에서 적어도 이 정도는 인정해야 한다, 그런데도 본사가 지국을 헐값에 넘기라며 종용한다"고 비판했다.
이것이 신문지국들이 불이익을 당하면서 지국을 유지하는 이유이다. 또 불법 경품을 사들여 신규 확장에 열을 올려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악순환을 어떻게 끊을 수 있을까. 지국만 감시하는 공정위의 '신고포상제'로는 역부족이란 지적이다.
| | <동아일보>도 패널티, 널뛰기 신문대금으로 지국 압박 | | | 발송 부수 감소해도 지대는 올라 | | | | "874만원=2280부, 879만원=2160~2280부, 889만원=2100~2160부" 올 1월부터 3월까지 <동아일보> 신자양 지국의 신문대금(<어린이동아>제외) 변화다. 본사로부터 받는 '발송 부수'는 점차 줄어드는데, 신문대금은 오히려 상승했다. 이 지국 발송 부수는 매달 감소해 지난달 1360부까지 내려갔지만, 신문대금은 3월 이후 889만으로 일정하게 유지됐다. 박점석 전 <동아> 화양·신자양 지국장은 2월 신문대금에 더해진 5만원, 3월에 더해진 10만원이 '패널티'라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신자양·화양 지국 벌금 부과 기준은 전달 실적의 2%였다. 이 이상 확장하지 못하면 확장 수준별로 5만~20만 원 가량이 내달 지대 계산서에 합산됐다. 박씨는 이를 근거로 "본사의 압력 때문에 지국은 경품을 제공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동아> 역시 '페널티'와 '널뛰기 신문대금'으로 지국에 판촉 활동을 강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페널티는 매달 누적됐다. 1월에서 2월 사이 붙은 5만원의 페널티가 11월까지 계속된 것. 박씨는 "한 번 오른 신문대금은 구독자가 감소해도 내리지 않는다"면서 "장기적으로 부담이 클 뿐만 아니라, 계약 조건에도 없는 페널티를 매달 부담시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독자수가 줄어 발송 부수를 줄여 달라 해도 본사는 모르쇠로 일관한다, 신문대금은 전처럼 유지돼 지국에 부담이 된다"고 털어놨다. 이와 관련 <동아>측은 '패널티'와 신문대금 책정에 대해 "회사마다 지국 관리 시스템이 다르다, 영업 기밀이라 말해 줄 수 없다"며 취재를 거부했다. / 안윤학 | | | |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