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춘년, 가요계에도 봄이 왔던가?

2006년 기억할만한 가요계 10가지 키워드

등록 2006.12.31 15:49수정 2006.12.31 17:40
0
원고료로 응원
입춘이 두 번이라는 쌍춘년. 그 쌍춘년의 결혼 열기 때문에 오랜 친구들도 자주 만나게 되고 축복도 많이 해주었고, 그만큼 매달 축의금 항목을 별도로 챙겨야만 했던 한 해.

그런데 가요계에는 과연 봄이란 것이 찾아왔던 걸까? 올 2006년 가요계가 봄이었는지 겨울이었는지는 시간이 지나야 알겠지만, 먼 훗날 2006년을 기억해 낼 숫자나 사건사고가 아닌 가요계의 주요 흐름들을 10개의 키워드를 통해 정리해보았다.

@BRI@1. 90년대 스타 전성기
왕년의 언니, 오빠들이 돌아왔다


올 초부터 가요계의 대세를 휘어잡은 것은 바로 다름아닌 '왕년의 언니들'. 바로 장혜진의 '마주치지말자', 그리고 백지영의 '사랑 안해'가 대히트했다. 이 잘나가던 언니들의 행렬은 연말 엄정화에서 최고조를 이루었다. 어느날 갑자기 나타나 보여주었던 카리스마로 푹 젖어나온 의상과 안무, 음악 그리고 여전한 눈매의 무대는 그야말로 '애들은 가라'였다.

올해 눈부셨던건 언니들뿐만 아니었다. 신승훈, 이승환, 이승철, 김장훈, 이문세 오빠들의 행렬로 이어졌다. 특히 요즘 여러 시련 속에서 열심히 '소리쳐'를 부르는 이승철, 그리고 윤일상과 손 잡고 드라마 주제곡 '알 수 없는 인생'을 통해 오랜만에 가수로서 입지를 다진 이문세는 그들이 살아있는 화석이 아님을 당당히 보여주었다.

그리고 작년 말 패닉의 컴백에 이어 오랜만에 활동재개를 보여준 왕년의 우상들. 10년만에 깜짝 등장한 015B, 그리고 7년만에 새롭게 나타난 업타운'으로 한때 술렁거리기도 했다. 언타이틀의 유건형, 김원준이 각각 만든 AMP와 VEIL은 보너스다!

2. 이벤트성 싱글 열풍
가수가 아니지만 괜찮아~


봄부터 듣기 싫어도 들을 수밖에 없을 정도로 전 대한민국에 울려펴진 노래를 부른 사람은 가수가 아니었다. 바로 방송인 현영의 '누나의 꿈'.

드라마 <궁>으로 연기자로 변신한 윤은혜는 녹차CF에서 '괜찮아~ 잘 될거야~'를 불러 원곡인 이한철의 '슈퍼스타'를 히트시켰다. 이준기는 음료CF CM송을 직접 불러 화제가 되었고, 심지어 '마이준'이라는 디지털싱글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 외에 영화 <라디오스타>의 주인공 박중훈이 극중에서도 노래한 '비와 당신'은 실제로 디지털차트에서도 선전했으며, 연말에 선보이는 영화 중에서도 다니엘 헤니, 김아중 등이 영화홍보를 위해 직접 노래를 부르는 등 영화에서 배우가 노래를 부르는 것이 일반화되었다. 이제 가수라는 직업의 진입 장벽이 낮아지고 있고, 노래가 홍보를 위한 요소로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3. 록밴드 시련의 해
중견밴드들의 대거 등장, 그러나 밍밍한 성적들


올초부터 비슷한 시기에 새 앨범을 발표한 델리스파이스와 롤러코스터의 대결 구도는 기대보다 심심하고도 조용히 지나가버렸다. 이는 어쩌면 올 한해의 록밴드들의 활동을 미리 보여주는 복선이었던 것 같다. 이어서 체리필터, 크라잉넛, 윤도현밴드, 넬, 자우림까지….

마치 진수성찬인 것처럼 펼쳐진 올 록밴드들의 잔치는 먹을 것 없는 소문난 잔치처럼 대중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밍밍하게 끝나고야 말았다. 디지털음악에 길들여진 대중의 수준이 낮아진 것인지 아니면 그들의 결과물이 충분하지 못했는지…. 그래도 그들의 계절이 돌아올 수 있도록 다시 한번 건투를 빈다.

4. 드라마OST 전성시대
드라마는 가요를 싣고...


스윗소로우의 '아무리 생각해도 난 너를', 러브홀릭의 '그대만 있다면', 이문세의 '알 수 없는 인생', 씨야의 '미친 사랑의 노래'.

올해 인기가 많았던 이 노래들의 공통점은? 바로 드라마OST이다. 몇 년 전만해도 형식상 내놓던 드라마OST가 모바일 음원시장이 정착되면서 새로운 수익모델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드라마음악은 여전히 음악적 완성도를 기하기보다는 낮은 예산과 촉박한 일정에 쫓기며 제작되고 있다. 음악의 질보다는 드라마의 시청률, 그리고 드라마에 노래가 얼마나 자주 나오느냐에 따라 흥행은 굉장히 유동적이다.

반대로 치밀하게 제작되는 영화음악 수준의 성장에 비하여 영화OST시장은 오히려 침체기로 접어들었다. 1200만 관객이 몰렸다는 영화 <왕의 남자>의 OST 음반 판매량은 겨우 1만장 수준이다.

5. 멤버 재조합 열풍
가수들의 3단 변신, 새로운 생명연장 기술?


물론 예전부터 각기 다른 그룹 출신의 멤버들이 모여 새롭게 태어나는 사례가 있었지만, 올해는 그 사례가 굉장히 많았던 한해다.

한국의 강타와 대만 그룹 F4의 멤버 오건호가 결성한 그룹 강타&바네스, 쿨의 유리와 룰라의 채리나가 결성한 걸프렌즈, 왕년의 오빠 김원준과 코요테의 김구, 시나위의 정한종, 나비효과의 강선우가 모인 VEIL, 원타임의 송백경, 스위티의 이은주, 바운스의 김우근, 솔푸드 출신의 프라임이 만든 무가당, 윤미래의 빈자리를 신인가수 제시카H.O를 영입하여 새롭게 탄생한 업타운까지. 그러나 뚜렷한 행보를 남기지 않는, 그들만의 자구책이었던 것일까?

6. 2006 월드컵 해프닝
나는 '월드컵'이 싫어요


2002년 월드컵은 그야말로 가요계에 있어서도 새로운 엔진과 같았다. 윤도현밴드는 응원가로 국민밴드가 되어버렸고, 입지가 애매해진 싸이도 당당히 등장했었고, 많은 응원 행사 속에서 한국의 인디밴드들이 선보일 수 있었던 기회였다.

그러나 4년이 흘러 2006년의 월드컵은 그야말로 뜨거운 감자였다. 다시 한번 SKT를 뒤에 업고 도약의 기회로 삼고자 했던 윤도현밴드는 '애국가'를 록버전으로 공개했으나 네티즌들의 비난에 휩싸였고, 공식후원사인 KTF와 붉은악마는 BUZZ의 'Reds go together'를 공식 응원가로 채택했으나 응원가로서는 부족한 듯 실제 응원장에서 환영받지 못했다.

싸이는 정식 데뷔전에 'We are the one'을 대대적으로 홍보했고 신해철, 봄여름가을겨울, 김종서를 비롯 각종 트로트 가수 및 록밴드들이 월드컵 특수를 이용한 반짝 응원가를 만들었으나 결국 최고의 월드컵 수혜자는 김수로였고, 최대의 굴욕가수는 이번에 최초로 뮤직비디오를 찍었다는 '으아~ 월드컵'의 김흥국이었다.

7. 노이즈 마케팅
양치기소년의 최후를 알고 있는가


가요시장이 침체되어 마케팅 비용이 줄어들고, 홍보의 창구가 줄어들수록 기획사의 홍보방식은 점점 어이없어진다. 그래서 그들이 택할 수밖에 없는 방법이 바로 대중 속이기, 좀 지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노이즈마케팅'이다.

혼성 그룹 캔디맨에서 솔로로 나섰지만 여전히 무명이었던 '청안'은 지하철에서 강도에게 피습당했다고 하여 화제가 되었지만 거짓말이었다. 성시경은 새 앨범을 내기 전에 뮤직비디오의 키스 장면을 먼저 유출하여 파파라치에 의하여 찍혔다고 기사를 내어 '성시경 키스'를 검색순위 1위로 올려놓았으며, 이지혜는 본인 가슴의 성형 의혹으로 관심을 끌고자 했고, 세븐은 뮤직비디오 편집에서 잘려나간 진한 키스신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들이 진실인지 왜 그랬는지는 관심이 없다. 그저 이런 얄팍한 홍보방식은 한계를 향해 달려가는 듯하여 안타까울 뿐이다.

8. 표절시비
걸렸어? 조금만 더 버티면 돼~


'10 minutes'으로 댄스퀸이 되었던 이효리의 컴백에 대한 기대는 타이틀곡 'Get ya'의 브리트니 스피어즈 'Do Something'에 대한 표절 시비로 이어지고 말았다. 타이틀곡은 아니었지만 이승기 앨범의 수록곡 중 '가면'은 Maroon5의 'This Love'와 비슷하다는 표절시비도 같은 시기에 일어났다.

MC몽은 2004년에 발표됐던 '너에게 쓰는 편지'가 더더의 'It’s you'를 표절했다는 판결로 1000만원을 배상했고, 최근에 이승철의 '소리쳐'는 가레스 게이츠의 'Listen To My Heart', 드라마 주제곡을 부른 정재욱의 '하루만큼'은 영화 <영웅본색>의 주제곡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물론 예전부터 표절시비는 끊이지 않았지만 요즘에는 이미 웬만한 사람들은 뻔히 알만한 곡들의 표절 시비라는 점이 특이하다. 무엇보다 표절사건이 가수의 생명에 치명적이었지만 요즘에는 좀 버티면 된다는 식의 시치미 떼기 작전이 한국 가요의 무게를 더욱 떨어뜨리고 있다.

9. 디지털싱글
가요의 주문제작시스템 전격 도래


이제 음반의 수익이 기존 CD판매에서 컬러링, 벨소리, 스트리밍등의 디지털음원수익으로 옮겨감으로써 몇 번의 시도로 끝났던 디지털싱글이 제대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제 한 가수가 앨범을 내기 위하여 반드시 10곡 가량의 노래를 만들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된 것이며, 실제로 TV에서 활동하는 연예인에 가까운 가수들은 2~3곡이 담긴 앨범을 디지털에서만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음악보다 수익을 위하여 만들어지는 디지털싱글은 상품과 다를 바 없다.

그 수익의 중심에 있는 이동통신사의 필요에 의하여 기획되기 때문에 이미 디지털시장에서 히트가 보장된 가수들을 조합하여 흥행 여부가 안정되고 벨소리나 컬러링 등에 적합한 음악을 선보일 수밖에 없다.

이제 창작에 의하여 음악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필요에 의하여 만들어진 음악들이 사용되고 버려지는 슬픈 시대가 시작되는 것일까?

10. 이동통신사 음원 수익률 협상중
음악하는 사람으로서의 권리는 여전히 오리무중


올 여름 국내 주요 음반 제작사들의 모임인 한국연예제작자협회는 "모바일 음원수익 분배 비율을 올려달라"며 SKT, LGT, KTF 등 이동통신회사와 릴레이 협상을 벌였다.

컬러링이나 벨소리 등을 1천원으로 구매했을 경우 음반제작사에게 돌아가는 금액은 250원, 저작권자에게 135원. 나머지 615원은 이동통신사와 CP사 등의 몫인 셈.

연제협은 현재 침체된 음악시장의 상황에서 음원 수익률의 재조정이 없으면 대중음악계가 살아남을 수 없음을 주장하며 받아들여지지 않을 시 음원 공급을 중단한다고 강력하게 나섰다.

그러나 서로 눈앞의 잇속 때문에 쉽게 단결이 안되는 한국 대중음악업계의 특성상 강력했던 엄포는 금방 미지근해졌으며 협상은 올해가 다 가도록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음악 전문 월간지 '52STRE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음악 전문 월간지 '52STRE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단독] 대통령 온다고 축구장 면적 절반 시멘트 포장, 1시간 쓰고 철거
  2. 2 5년 만에 '문제 국가'로 강등된 한국... 성명서가 부끄럽다
  3. 3 플라스틱 24만개가 '둥둥'... 생수병의 위험성, 왜 이제 밝혀졌나
  4. 4 '교통혁명'이라던 GTX의 처참한 성적표, 그 이유는
  5. 5 20년만에 포옹한 부하 해병 "박정훈 대령, 부당한 지시 없던 상관"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