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남 먼저 생각할 수 있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 경찰관의 올해 소망

등록 2007.01.03 11:41수정 2007.01.03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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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 아빠...


너나 나나 우리 모두...
이 세상이 영원히 자기 집인 줄로 알고 사는 모든 이들
진정 소중한 게 무엇인지 모르고 사는 이들...
내가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는지..
어떤 것을 얻어 어떤 것을 잃어버리는지...
모르고들 살아가는 거야....

당신은 우리 세상의 하늘 뚜껑 같았는데.....
그렇게 소중한 이를 잃고 무엇을 얻은 거야...?
당신은 우리를 잃어 무엇을 얻은 거야..?
정말 당신 옆에 갔음 좋겠어... 당신 빨리 보고싶다...

하루해가 일주일이 한 달이 일년이
내게는 너무 길기만 한데.....
하루 일주일 한 달 일 년... 이렇게 얼마나
돌아가야 당신 볼 수 있으려나....
너무 야속타...

도이 아빠 당신 안 계신 세상이 나는 정말 싫어...
몸서리 쳐지게 싫어....

(2006년 12월 24일) / 내사랑



사이버경찰청(www.police.go.kr) '순직경찰관 추모관' 코너에는 범인을 검거하다가 순직한 남편을 생각하며 매일같이 편지를 쓰는 아내가 있습니다.

@BRI@도이 아빠(고(故) 김상래 경사)는 지난 2004년 11월 대구에서 발생한 화재 연쇄사건의 피의자를 검거하던 중 범인이 휘두른 흉기에 찔린 후에도 범인을 추격하다 쓰러져 병원에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습니다.


이후 그의 아내는 지금까지도 남편을 잊지 못하고 사이버경찰청(순직경찰관 추모관)에서 남편을 만나고 있습니다.

그와 같은 이가 하나뿐이겠습니까?

"지난 세밑 음주단속을 피하려던 염씨는 단속 중이던 경찰관과 의경을 들이받고 달아나다 검거됐다. 당시 단속 중이던 김모 경사와 박모 의경은 무릎과 팔 등을 도주하던 차량의 범퍼에 치여 현재까지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염씨는 무면허 상태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이 같은 행각을 벌인 것으로 밝혀졌다"와 같은 뉴스는 예삿일이 되었습니다.

범인을 검거하는 형사들의 모습
범인을 검거하는 형사들의 모습사이버경찰청
지난해 상반기(7월 말까지)에만 근무 중 순직한 경찰관은 10명이며, 공상은 무려 778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올해는 얼마나 많은 경찰관이 범인의 피격이나 교통단속도중 차량에 치여 숨지고 다칠지 모르겠습니다.

누구나 자신과 이해관계가 없을 때는 '공권력이 바로 서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막상 자신이 교통법규를 위반해 단속되거나 집회현장에서 허용된 한계를 넘어설 때는 남의 얘기가 됩니다.

올해는 '나보다는 남을 먼저 생각할 수 있는 한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럴 때 우리 사회는 법과 질서가 바로 서게 될 것입니다. 원칙이 통하는 사회에서만이 공권력은 바로 설 수 있습니다.

법이란 그 사회의 공동체가 유지되기 위해 모든 구성원 간에 맺는 최소한의 약속입니다. 이것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면 사회가 존립할 수 없게 됩니다.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의 준법문화의 척도는 집회시위문화가 되었습니다.

대치중인 경찰과 시위대의 모습
대치중인 경찰과 시위대의 모습사이버경찰청
올 한해는 평화적인 집회시위문화의 정착으로 죽봉으로 매 맞는 경찰관도, 방패에 부상당하는 시위대도 없었으면 합니다. 그럴 때 경찰은 경찰 본연의 임무에 더욱 충실하게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때 우리는 더욱 안전하고 편안한 나라에서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도 경찰병원에는 수백 명의 경찰관과 전·의경들이 입원해있습니다. 그들은 범인이 휘두른 칼에 찔리고, 음주운전을 하던 차량에 치고, 시위현장에서 죽봉에 찍히고 돌에 맞아 입원해 있습니다.

그들의 빠른 쾌유와 함께 앞으로 경찰병원에는 이와 같은 이유로 입원하는 단 한 명도 없기를 소원합니다.

올 한해는 제 소원이 성취되는 원년이 되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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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경찰청에 근무하고 있으며, 우리 이웃의 훈훈한 이야기를 쓰고 싶은 현직 경찰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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