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키우면 딱 좋겠다!”

'개발선인장', 혼자 보긴 너무 아까워요

등록 2007.01.02 09:33수정 2007.01.02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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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을 전후해서 우리 집 '개발선인장'이 꽃봉오리를 맺기 시작했다.


2년 전, 시어머니가 기르시던 화분 하나를 얻어왔다. 작은 플라스틱 화분에 손가락 마디가 연결된 것처럼 진초록의 길죽한 이파리 서너 가지가 꽂혀 있던 개발선인장. 선인장이라지만 다른 선인장처럼 둥글넓적하거나 뾰족한 가시가 없다.

'개발선인장'이란 이름은 왜 붙었을까. 아무리 봐도 이파리나 꽃이 '개발'과 너무 동떨어진 것 같다.

"네가 키우기에는 딱 좋겠다!"

@BRI@개발선인장을 주면서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자주 물을 주지 않아도 되고 잔손이 필요치도 않으니까, 부지런해서 오히려 화초를 죽일 염려가 없다는 뜻이다. 그만큼 바지런한 며느리가 아니라는 걸 어머니도 인정하신다.

한여름 개발선인장은 이파리가 도톰해지면서 새기 손톱만 한 여린 잎이 다른 이파리 옆으로 삐쭉이 달렸다. 솜털이 몇 가닥씩 달린 아기 잎은 눈여겨 봐주지 않아도 씩씩하게 자랐다.


문득 생각이 날 때마다 한 번씩 물에 푹 젖게 해주고, 한여름 강한 햇빛에도 자리를 옮겨줄 줄을 몰랐다. 그리고는 날씨가 추워지면서 다른 꽃들이 다 수그러들고 흔적만 간신히 남아 있을 때, 허전한 베란다에서 화려한 꽃봉오리를 맺혔다.

파피루스 왼쪽으로 꽃봉오리만 몇 개 보이던 개발선인장입니다.
파피루스 왼쪽으로 꽃봉오리만 몇 개 보이던 개발선인장입니다.한미숙
꽃봉오리가 벌어지기 직전의 개발선인장입니다.
꽃봉오리가 벌어지기 직전의 개발선인장입니다.한미숙
햇살이 퍼질 때 꽃봉오리가 조금씩 열리고 살짝 꽃내를 보여줍니다.
햇살이 퍼질 때 꽃봉오리가 조금씩 열리고 살짝 꽃내를 보여줍니다.한미숙
파피루스 옆에 기댄 듯 피어 있는 개발선인장 꽃이 활짝 벌어졌습니다.
파피루스 옆에 기댄 듯 피어 있는 개발선인장 꽃이 활짝 벌어졌습니다.한미숙
여러 가지 모양새로 뽐내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모양새로 뽐내고 있습니다.한미숙
이파리 끝마다 빙 둘러가면서 피었습니다.
이파리 끝마다 빙 둘러가면서 피었습니다.한미숙
순하고 귀여운 강아지가 반가워서 혀를 내밀고 기어오르는 것 같지 않나요?
순하고 귀여운 강아지가 반가워서 혀를 내밀고 기어오르는 것 같지 않나요?한미숙
추위가 몰아칠 때 거실 한쪽에 들여놓은 개발선인장은 뚝배기에 가득 담긴 물을 달게 먹는 것 같았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물맛을 보는 개발선인장은 모래흙에 가지를 뚝 잘라 꽂아만 놔도 참 잘 자란다.

꽃 필 때를 스스로 준비한 개발선인장이 볼수록 기특하고 신통하다. 햇볕이 따뜻하게 비추는 거실에서 꽃봉오리는 어느새 활짝 벌어지고, 꽃분홍 화려한 빛깔은 한겨울의 분위기를 포근하게 한다.

혼자 보기에는 너무 아까운 개발선인장꽃, 순하고 귀여운 털북숭이 강아지가 금방이라도 기어오를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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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가면을 줘보게, 그럼 진실을 말하게 될 테니까. 오스카와일드<거짓의 쇠락>p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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