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좋다

2007년 정해년 초에 부는 황금돼지 열풍의 허상을 꼬집다

등록 2007.01.03 10:17수정 2007.01.03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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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일출, 상술에 현혹되기 보다 작은 소망 하나 비는 마음이 더 건강하다.
새해 일출, 상술에 현혹되기 보다 작은 소망 하나 비는 마음이 더 건강하다.강기희
2007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정해년(丁亥年)이다. 지난 연말부터 불기 시작한 '황금돼지' 열풍은 가히 수준급이다. 그동안 여러 의미를 이용한 상술이 판을 쳤지만 황금돼지만큼 위력적이진 못했다. 어쩐 일인지 이런 일은 언론과 방송도 크게 한몫 거든다.


기업들의 상술이 도를 넘어섰다

시중에 황금돼지를 이용한 상품들이 날개 돋친 듯 판매된다고 한다. 실제 황금으로 만든 돼지가 선물용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단다. 기업들의 상술에 넘어간 서민들의 지갑이 술술 열린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마음 편치 않다.

@BRI@새해를 맞으면서 희망을 품는 것은 좋다. 희망을 품는 일은 더 없이 아름답다. 그러나 희망이라는 것이 상품으로 포장된다면 그것은 희망이라 하기 어렵다. 상품으로 포장된 희망을 사기 위해 지갑을 여는 것은 희망을 품는 것이 아니라 희망을 사는 행위에 머물 뿐이다.

희망을 어찌 돈으로 계산할 수 있으며, 그것을 어찌 돈으로 구입한단 말인가. 세상이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 이럴 땐 뒤뜰에 촛불 하나 밝혀두고 작은 소망을 비는 예전 우리네 어머니들의 모습이 더 아름답다. 그 촌스런 어머니들의 모습이 더 희망적이다.

2007년이 황금돼지해가 된 연유부터 알아보자. '돼지 해(亥)'는 십이간지상 12년에 한 번씩 돌아온다. 그러나 붉은 돼지해인 정해년(丁亥年)은 60년만에 돌아온다고 한다. 정해년을 '붉은 돼지해'라고 하는 것은 음양오행에서 정(丁)이 불을 뜻하기 때문이란다.


황금돼지해는 붉은 돼지해 가운데서도 음양오행을 더 깊이(?) 풀면 600년만에 한 번꼴로 돌아온단다. 붉은 해가 열 번 겹치는 해가 결국 황금이 된다는 결론은 어쩐지 어설프다. 그것을 믿고 따르는 것은 더 어설픈 일이다.

대한민국에서도 우주인이 탄생하는 시점이다. 해마다 반복되는 이러한 상술적 셈법을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지만 황금돼지해는 복의 해라고 한다. 더구나 황금돼지해에 태어난 아이는 재물 운을 타고난다는 속설까지 있다. 2006년 쌍춘년이 결혼의 해라면 2007년 황금돼지해는 출산의 해인 셈이다.


나무들은 누가 뭐래도 제 삶을 지키며 살아간다.
나무들은 누가 뭐래도 제 삶을 지키며 살아간다.강기희
역사를 6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봐도 특별하게 길한 흔적이 없다고 한다. 1200년 전의 역사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유독 2007년의 돼지해는 황금돼지해라고 유난을 떠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행운을 바라는 소시민의 심정을 교묘하게 헤아린 상술이 큰 몫을 하고 있다.

진정한 행복은 비움으로부터 출발한다

불황을 타개해 보려는 기업의 마케팅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서민들의 주머니를 노린 상술은 결국 희망을 품고자 하는 이들을 더 좌절하게 한다. 황금돼지가 품으로 들어오는 꿈이라고 한들 그것이 진정 현실이 될 수 없음을 너무나 잘 아는 세상이다.

잘 살고자 하는 마음을 나무랄 수는 없다. 새해엔 번듯한 집 한 채 갖고 싶은 마음을 헛된 욕심이라 평할 수도 없다. 그러나 이 땅의 양극화가 해결되지 않는 한 작은 욕심조차도 실현되기 어려운 것 또한 사실이다.

욕심은 욕심을 낳고 욕심은 결국 큰 화를 부른다. 주변에서 그런 이들을 자주 본다. '화(禍)의 근원은 욕심이다. 자신의 능력에 맞는 욕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뱁새가 황새를 쫓아가다 가랑이가 찢어진다'라는 말은 그냥 생겨난 말이 아니다. 헛된 욕심을 버려야 삶이 행복해진다.

행복은 물질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행복은 비움으로부터 출발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물질만으로 행복을 찾은 예는 없다. 들판에 아무렇게나 피어나는 꽃을 보며 우주를 품을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지혜는 정신이다. 정신은 '깨달음'에서 나온다. 깨달음은 욕심을 버려야만 가능한 일이다.

황금돼지해에 품는 희망은 자신의 능력에서 이룰 수 있는 희망이어야 한다. 고대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말했다. '배부른 돼지가 되기보다는 배고픈 인간이 되는 게 낫다'라고.

배부른 돼지는 탐욕 가득한 인간이다. 소외된 이웃을 돌아보지 않고 자신의 이익만 좇는 인간형이다.

허상은 곧 소멸된다.
허상은 곧 소멸된다.강기희
속설에 미혹되기보다는 마음을 키우는 책 한 권 읽는 게 낫다

철학자 디오게네스의 사상도 소크라테스와 궤를 함께 한다. 그들의 사상은 '무소유'의 사상이다. 채우기보다 비워내는 일이 참된 인간을 만든다는 것이다. 그리스왕인 알렉산더가 디오게네스를 부러워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어느 날 알렉산더가 디오게네스를 찾아간다. 알렉산더가 자신이 그 유명한 알렉산더임을 밝히며 묻는다.

"원하는 게 있으면 나에게 말하라."
"그대는 나의 소중한 햇볕을 가렸다. 햇볕 좀 쬐게 비켜주라."


둘이 나눈 대화 중 일부다. 디오게네스의 말이 명쾌하다. 디오게네스는 통 속의 철학자로 알려졌다. 통이 그의 집인 셈이다. 그를 기인으로 말하는 이도 있지만 그는 기인이 아니라 욕심 없는 평범한 인간에 지나지 않는다. 그의 일화는 또 있다.

어느 날 그가 목욕탕에서 나오자 입구에서 누군가 물었다.

"목욕탕에 사람이 많습니까?"
"사람은 한 명도 없더군."


그렇게 물어본 사람이 목욕탕에 들어갔다 나오며 화를 벌컥 냈다.

"당신은 내게 거짓말을 했소. 목욕탕엔 사람으로 꽉 차 있습니다."

그의 말에 디오게네스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돼지새끼는 많던데 사람은 없더군."

디오게네스의 말처럼 돼지새끼는 많고 사람은 없는 세상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돼지가 되느냐 사람이 되느냐는 각자의 삶이 증명해준다. 마주앉아 상대의 얼굴에 금칠해주는 것을 미덕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황금돼지에 지나지 않는다.

2007년 새해 황금돼지라는 탐욕의 대상에 미혹되기보다는 알찬 소망 하나 가슴에 품는다면 그것이 곧 희망이라는 이름이 된다. 퇴근하는 길 서점에 들러 마음을 키우는 책 한 권 구입하는 것이 황금돼지 하나 구입하는 것보다 알찬 일이다. 이제 황금돼지의 열풍을 따라가는 일 따윈 그만두자.

작은 희망이 모여 아름다운 세상을 만든다.
작은 희망이 모여 아름다운 세상을 만든다.강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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