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공동 환구단 터에 남아 있는 석고(돌북)이승철
"지금까지 이 팔각정이 조선호텔의 부속건물인 줄 알고 무심코 지나쳤는데 그게 아니었군요."
환구단을 찾았을 때 이곳에 처음 들어와 보았다는 한 50대 남성의 말이다. 정말 자세히 살펴보지 않고 지나치면 조선호텔의 부속 건물 정도로 착각하기 쉬운 고색창연한 팔각건물은 다름 아닌 환구단의 황궁우다.
서울 시청 앞 광장 건너 빌딩들 사이에 자리 잡고 있어서 눈여겨보거나 일부러 찾지 않으면 알아보기도 어려운 소공동의 환구단(圜丘壇). 처음 듣는 사람들에게는 낯선 이름일 것이다. 천자(天子)가 하늘에 제사를 올리는 곳. 그런데 그 천자는 왕이 아닌 황제를 일컫는 말이다. 우리나라 역사에서 황제가 존재했던 일이 있었던가. 하긴 요즘 TV 드라마를 보면 고구려와 부여에서도 황제라는 말을 사용하기는 한다.
그럼 이 환구단이 그 시절의 유적이란 말인가. 그건 아니다. 그럼 언제 만들어진 유적일까. 바로 조선조 말, 환구단은 고종이 대한제국의 황제로 즉위한 1897년 광무 원년에 황제의 즉위를 앞두고 쌓았다. 단이 완성되자 고종은 10월 11일 만조백관을 거느리고 이 단에 직접 나아가 하늘에 제사를 올렸다.
일제에 의해 헐려버린 '환구단'
"황제폐하 만만세!"
황제 즉위식 날, 만조백관과 백성들의 만세소리가 드넓은 궁궐과 도성에 넘쳐흘렀다. 이제 왕이 아니라 과거 명나라나 청나라의 황제와 동등한 황제로 즉위했음을 하늘에 고하고 만천하에 알린 것이다. 환구단은 바로 황제의 제국, 대한제국의 탄생을 하늘에 고하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