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선물을 고르기 위해 쇼핑몰에 갔다. 일본에서 인기있는 물건이 신라면이란다.유신준
멀고도 가까운 나라. 일본이라는 명사에 항상 따라붙는 수식어다. 수식어처럼 한일관계는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를 오가며 늘 평행선을 그어왔다. 해방이후 육십년 동안 수없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만났는데도 거리는 좀체로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악수하고 사진찍고 밥먹고 헤어지는 일을 수도 없이 반복해왔음에도 한일관계는 늘 제자리 걸음이다.
정치인들은 망언을 하고 망언의 후유증은 애먼 민간교류를 중단하는 것으로 매듭짓는다. 오랫동안 같은 일을 반복해왔으면 이젠 이력이 날 때도 됐을 텐데. 서로 좀더 두터운 이해의 폭이 만들어졌을 법도 한데 현실은 불행히도 그렇지 못하다. 한일관계는 늘 서먹하다.
무슨 일이 터질 때마다 표면적인 상황에 여론만 들끓을 뿐 속 깊은 사려는 보이지 않는다. 상대방의 이야기는 들으려 하지 않고 자신의 주장만을 녹음기처럼 되풀이한다. 보고 있으면 답답해진다. 머리를 굴려서는 해결되지 않는다. 서로 가슴을 열지 않으면 '멀고도 가까운' 거리는 한 치도 가까워지지 않는다.
문제가 뭔가. 한일관계는 정치적으로 해결이 어렵다는 것이다. 정치는 근본적으로 가슴이 없는 영역이다. 국가이익의 계산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머리만 존재하는 곳이다. 그런 메마른 곳에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지혜를 기대할 수 없다. 한일관계를 풀려면 가슴을 여는 민간교류가 든든하게 받쳐줘야 한다. 정치적인 제자리걸음을 벗어나게 하는 길은 민간교류 활성화밖에 없다.
일본과 몇 가닥 인연을 이어오는 동안 깨달은 것이 있다. 먼저 극복해야할 것은 생각의 차이라는 것이다. 생각이 서로 다른 것이다.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시작해야한다. 서로를 아는 것은 그래서 필요하다. 알지 못하기 때문에 오해가 생기고 오해는 또 다른 오해를 부르기 마련이다.
서로 가까워지지 않는 것은 서로 모르기 때문이다. 서로 알기 위해서 많이 건너가고 건너와야 한다. 그런 기회를 통해 서로가 어떻게 다른지 알아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다. 그 이해를 바탕으로 서로 신뢰가 싹트고 그것이 올바른 교류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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