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차산 등산로 옆에 만들어 놓은 동물들의 피난처 움막이승철
"새해를 맞이하기 전에 선배님들에게 먼저 인사를 드려 두라고."
"그러지 뭐. 오징어포에 소주 한 병 사들고 가면 되는 겨?"
궁금하실 것이다. 요즘 세상에 소주 한 병 달랑 사들고 선배에게 인사하러 가는 사람이 있을까? 그래도 내 다정한 친구들인 등산 삼총사 중에 아직 선배님들에게 인사를 드리지 못한 친구가 있어 2006년도가 3일밖에 남지 않은 지난해 12월 29일 선배 망자들의 도시를 찾아 등산길에 올랐다.
@BRI@서울과 경기도 구리시를 가르며 동북쪽으로 길게 가로누워 있는 산. 한강 물줄기를 차고 올라간 아차산에서 시작하여 용마산 바위봉우리로 불끈 솟아 서울을 굽어보고, 구리시를 줄기줄기 싸안으며 수많은 무덤들이 자리 잡은 망우산. 그 줄기는 높지는 않지만 한강과 서울 시가지를 바라보는 조망이 일품인 산이다.
등산의 시작은 아차산부터다. 지하철 5호선 광나루역에서 내려 워커힐 아파트를 거쳐 오르는 등산로는 길도 좋고 산도 높지 않아 산책하는 정도로 부담이 없다.
아차산으로 오르는 등산로 옆에는 베어낸 나무들을 얼기설기 세워 놓은 작은 움집 같은 것들이 보인다. 눈 쌓이는 겨울철 동물들의 피난처로 만들어 준 것 같은데 등산로 가까이 만들어 놓아 실제 동물들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전시효과를 노린 듯하여 보기에 씁쓸하다.
아차산은 그 옛날 고구려와 백제, 신라가 한강 유역의 전략적 요충지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맞서 싸우던 지역이어서 특히 고구려의 유적들이 많은 곳이다. 온달장군이 전사한 곳이라는 전설도 있는 산이 아차산이다. 고구려군이 주둔했었던 보루 이곳저곳을 파헤쳐놓은 발굴현장도 보인다. 아차산을 지나 용마산으로 접어들면 산세가 조금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