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 하는 날이었습니다. 우리반 16명 아이들 앞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선생님은 여러분을 만나 올 한해가 무척 행복했습니다. 선생님에게 기쁨과 행복을 1년 내내 선물해준 여러분 모두 고맙습니다. 오늘 이 모습 이대로 내년 2월 5일 개학하는 날 다시 만나도록 합시다."
즐거워야 할 방학이었지만 우리반 친구들이나 나는 하나도 즐겁지 않았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웃음과 기쁨을 주는 벗으로 살아온 1년의 기억이 너무나 소중했기에 무려 44일간이나 서로를 보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너무 컸습니다.
"선생님이 너무 보고 싶을 거예요"라면서 눈물을 글썽이는 여자아이들이나 "저도요"라면서 달려드는, 조금은 감정표현이 무딘 남자아이들을 보면서 방학식이 조금도 즐거울 수가 없었습니다.
@BRI@개구쟁이들인데 걱정입니다. 시골아이들이라 겨울철 자전거 타기나 딱지치기 외에는 특별한 놀이가 없습니다. 스케이트, 스키 같은 것은 주변의 여건이 허락지 않아 비록 초등학교 2학년이지만 우리 아이들은 주로 자전거를 많이 타고 놉니다.
지난번에도 만능 스포츠맨 용주가 자전거를 타다가 경운기 트레일러 부분에 부딪혀 코 옆부분을 여섯 바늘이나 꿰메는 상처를 입기도 했습니다. 영화배우같은 얼굴에 난 상처를 볼 때마다 마음이 영 안 좋습니다. 옆에서 계속 지켜보면서 잔소리를 할 때는 조금 걱정이 덜한데 이놈들만 그냥 놓아 둘일을 생각하니 걱정이 큽니다.
그래서 방학식 하는 날 하는 이야기가 "이 모습 이대로 개학하는 날 다시 봅시다"였습니다.
올 한해는 유난히도 힘든 한해였습니다. 교사로서가 아니라 5개월이 넘게 생사를 넘나드는 안사람을 바라보아야하는 지아비로서, 그 며느리의 뒷치닥꺼리에 지쳐 뇌경색으로 반신마비가 오신 어머니를 바라보아야하는 아들로서 힘든 한해의 노정이었습니다.
주저안고 싶을 때가 많았습니다. 그럴때마나 나를 지탱해준 것은 아직 날개가 나지 않은 16인의 천사들이었습니다. 그들의 웃음, 눈물, 한숨, 환성들이 있어 내가 있을 수 있었습니다.
'혜, 훈, 준, 필, 섭, 림, 석, 주, 인, 진, 나. 식, 구. 일, 다, 림'
"애들아 너희가 네 곁에 있어주어 너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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