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사찰답사를 위하여(26)

석등과 당간 및 당간지주

등록 2007.01.10 11:10수정 2007.01.10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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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등의 의미의 공덕

등(燈)은 어둠을 밝히는 도구입니다. 깜깜하고 어두운 밤에 길을 잃었을 때 멀리 보이는 한 줄기 등불은 우리에게 너무나 큰 기쁨이자 위안이 됩니다. 그래서 어둠을 물리치는 등불은 무지(無知)를 타파하는 부처님의 지혜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현실적으로 등불이 갖고 있는 속성인 밝음은 우리들에게 진리를 밝혀주는 지혜인 셈이죠.


@BRI@등불이 갖고 있는 이런 이중적인 의미 때문에 불교경전을 보면 실제 등을 밝히는 행동이 큰 공덕을 갖는다고 이야기합니다. 구걸을 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노파가 하루 종일 구걸한 돈으로 기름을 사서 부처님께 등불을 올린 다음날 다른 사람의 등불은 모두 꺼졌으나 이 노파의 등불만 밝게 빛나고 있어 손을 휘저어도, 옷을 흔들어도 그 등불을 꺼지지 않았다고 하여 참다운 마음과 정성을 강조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또한 등불의 밝기가 오직 길의 한 층계만을 비출지라도 그 공덕은 오직 부처님만이 능히 알고 있다고 합니다. 하물며 하나의 계단(階段)을 비추거나 혹 두 개의 계단, 세 개의 계단, 네 개의 계단과 탑의 한 층, 두 층 내지 여러 층과 한 쪽과 두 쪽과 내지 네 쪽과 그리고 부처님의 형상을 비추는 공덕에 있어서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고 합니다.

만일 사람들이 밝은 등불을 받들어 올리면 몸이 튼튼해지고 재물을 얻게 된다는 마음을 얻게 되고, 깨달음의 과보를 얻을 수 있다는 마음을 얻게 되며, 간탐(慳貪)의 마음이 없어지고 보시의 마음이 생긴다고 합니다. 또한 부처님의 탑묘(塔廟)에 등을 밝히면 임종할 때에 세 가지 밝음을 얻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죽은 뒤에는 33천에 태어나며, 그 하늘에서 청정한 몸, 뛰어난 위덕, 청정한 생각과 지혜 등을 얻게 된다고 합니다.

이처럼 불교에서 널리 권장한 등불을 야외에서 밝히기 위해서 우리나라에서는 석등을 만들었습니다. 물론 다른 재료로 등을 만들기도 했겠지만 석등만큼 오래 보존하기는 힘들었을 겁니다.

석등의 구조


석등은 화사부, 옥개부, 대좌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석등만이 가지는 예술적 특이성을 살펴보려면 대좌부의 간주석을 봐야 합니다. 대표적인 간주석 모양은 8각인데 이 모양이 변하여 고복형(북을 엎어놓은 것)이나 원주형, 쌍사자형 등으로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a 경북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 앞 석등(국보제17호)

경북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 앞 석등(국보제17호) ⓒ 김성후

8각 간주석을 갖춘 대좌부의 양식을 살펴보면 8각형의 지대석 위에 덮어놓은 연꽃모양인 복련을 새겨서 간주석을 올리고 그 위에 활짝 핀 앙련을 새기는 것이 보통입니다. 8각 간주석에서 발달하여 엎어놓은 북 모양의 고복형(鼓腹型) 석등이 만들어집니다.


고복형으로 변하는 까닭은 간주석 위에 올려진 화사부와 옥개석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쉽게 무너지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간주석의 실제 모양은 엎어놓은 장구 모양에 더 가깝지만 이전부터 북 모양이라는 이름의 고복형으로 불러왔습니다. 화엄사 각황전 앞에 있는 석등을 완성된 고복형의 모습이라고 합니다.

a 전남 구례 화엄사 각황전 앞 석등(국보제12호)

전남 구례 화엄사 각황전 앞 석등(국보제12호) ⓒ 김성후


8각형도 아니고 고복형도 아닌 독창성이 발휘된 간주석이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그 대표적인 형태가 쌍사자 석등입니다. 쌍사자 석등은 몇 기 남아있지 않은데 충북 보은 속리산 법주사의 쌍사자 석등이나 국립광주박물관의 중흥산성 쌍사자 석등, 경남 합천 영암사지의 쌍사자 석등이 유명합니다. 이들 석등은 간주석 부분이 팔각형이나 고복형이 아니라 두 마리의 사자가 지붕과 화사석을 받들고 있는 형태입니다.

a 경남 합천 영암사지 쌍사자석등(보물제35호)

경남 합천 영암사지 쌍사자석등(보물제35호) ⓒ 김성후


화사부란 석등에 불을 밝히는 공간이고 옥개부는 화사부를 덮어두는 지붕을 뜻합니다. 그 모양을 보면 보통 간주석 위에 사방으로 화창이 뚫린 8각의 화사석을 얹고, 그 위에 다시 옥개석을 올립니다. 화사석의 화창(火窓) 좌우에 사천왕상 또는 보살상을 새겨 그 장식성을 더하기도 하며, 옥개석이나 지대석 8각 모서리 부분에 꽃을 장식한 귀꽃을 새기기도 합니다.

당간(幢竿)과 당간지주(幢竿支柱)

당(幢)이란 깃발을 뜻합니다. 석가모니 당신의 사리를 모신 탑에다 비단으로 된 깃발과 양산을 걸어 모든 사람들이 향과 꽃 등 가지가지로 공양하라고 하였습니다. 깃발은 석가모니가 계신다는 것을 알려주는 하나의 약속이기도 하였습니다.

불교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깃발은 의사를 전달하는 수단인 경우가 많습니다. 옛날 전쟁터에서 공격과 후퇴를 지시할 때 다양한 색깔과 크기의 깃발을 사용하였습니다. 바다에 물고기를 잡으러 간 배가 생선을 가득 잡아서 돌아올 때 깃발을 내걸기도 했습니다.

절에서 깃발을 달아놓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앞서 말한 석가모니 부처가 계신다는 것을 알려주는 약속이기도 하지만, 절의 입구에 깃발을 달아 이 곳부터는 절의 공간임을 알려주는 표식의 역할을 합니다. 또한 절의 종파나 사상적 특징을 나타내기 위해 고유한 깃발을 내걸기도 했으며, 절 안에서 이루어지는 법회나 주요 행사를 알리기 위해서 걸어놓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멀리서 깃발을 쉽게 볼 수 있도록 최대한 높이 달아야 합니다. 그래서 높이 세우는 당간(幢竿)을 만들고, 당간을 받쳐주던 지주(支柱)를 별도로 만들었습니다.

당간은 이름 그대로 깃발을 내거는 걸대였는데 주로 나무를 사용하였기 때문에 현재 남아 있는 것은 별로 없으며, 쇠나 돌로 만들어진 당간이 몇 개 남아있습니다. 그러나 당간을 받쳐주던 지주(支柱)는 대부분 돌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남아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a 강원 강릉 굴산사지 당간지주(보물제86호)

강원 강릉 굴산사지 당간지주(보물제86호) ⓒ 김성후


당간은 중국이나 일본 등에서 거의 나타나지 않고 우리나라에서만 독특하게 유행하였다고 하여 그 유래를 우리나라의 고유한 신앙에서 찾고자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고대로부터 우리나라에는 하늘과 통하는 나무, 즉 우주목(宇宙木)의 개념이 있었으며 이를 잘 나타낸 것이 솟대라고 합니다. 솟대는 긴 걸대 끝에 사람들이 하늘에 원하는 바를 전해주는 새를 조각하여 매달아 둔 것입니다.

솟대는 삼한시대 신성한 지역인 소도(蘇塗)와 그 발음이 비슷하고 또한 하늘과 교통하는 신성하다는 의미가 서로 맞아 솟대는 소도를 지켜주는 조형물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이런 소도 신앙은 신라가 불교를 수용하기 전까지 사회적 지배원리로 작용했다고 봅니다. 그래서 불교를 받아들이자 불교와 소도가 서로 어울리면서 솟대가 당간으로 발전하지 않았나 하고 추측하는 것입니다.

또한 소도나 사찰은 둘 다 종교적 공간으로 신성한 곳이며 불교에서 깃발은 석가모니가 계신 공간임을 나타내는 상징물이므로 솟대의 변형으로 당간이 만들어졌다고 주장하는 것은 개연성이 충분히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당간을 받쳐주는 당간지주의 일반적인 모습은 지주 밑에 사각형의 대석(臺石)을 만들고 지주 사이에 원형 간대(竿臺)를 놓아 지주를 고정시키도록 하였습니다. 당간을 고정시키기 위해 지주의 중간에 2~3개의 구멍을 만들었고 꼭대기에도 별도로 구멍을 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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