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를 경계하는 까닭

등록 2007.01.12 11:14수정 2007.01.12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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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삶에서 자유란 매우 소중한 것이다. 일제의 식민지로서 자유를 빼앗겨 보았고, 해방 뒤에도 독재정권의 치하에서 자유를 억압 받아 본 경험이 있는 한국인들에게 자유의 소중함은 남다르게 느껴진다. 웬만큼 강조해도 지나치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자유를 강조하는 '신자유주의'라는 말은 큰 거부감 없이 한국사회에 스며들 수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신자유주의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많이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은 자유의 가치를 부정하는 사람들일까?

@BRI@자유가 사회적으로 가치를 지니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골고루 그 기회가 주어질 필요가 있다. 아니면 적어도 다수에게 그 기회가 주어져야 의미를 지닌다. 다시 말해 배타적이지 않은 자유라야 의미를 갖는다는 말이다.

배타적인 자유는 진정한 의미의 자유가 아니다. 자유를 말하는 본인에게는 자유가 될지 몰라도 나머지 다른 사람들에게는 피해와 고통과 억압이 되기 때문이다. '자유'가 가치를 지니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인간의 행복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 소수에게 자유가 독점되어서 결과적으로 다수의 불행을 초래한다면 의미 없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신자유주의는 그 이데올로기 속에 중요한 문제점들을 지닌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배타성이다. 여러 가지 자유의 가치들 가운데 경쟁의 자유를 강조하고, 경쟁 가운데서도 경제적 측면에서의 자유경쟁을 강조함으로써 그 밖의 가치들을 억압하게 된다. 예를 들자면, '문화적' 또는 '교육적' 가치 등은 무시된다. 자본의 시장적 자유를 지나치게 강조함으로써 모든 사회 영역들을 시장적 자유경쟁의 질서로 규정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그 결과 신자유주의는 심각한 문제들은 발생시킨다.

먼저 자유경쟁의 강조는 정글의 법칙이 적용되는 무한경쟁으로 이어지고, 결국 1등만 살아 남고 나머지 모두는 패배자로서 소외되고 만다. 그리고 시장적 경쟁에 적합하지 않은 영역까지 자유경쟁으로 휘몰아 고유한 질서와 가치를 파괴해 버린다.

따라서 '자유' 또는 '경쟁'에 대한 깊은 성찰 없이 맹목적으로 도입되는 신자유주의는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한 국가의 입장에서 볼 때는 좋든 싫든 이미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세계적 흐름을 무시할 수 없고, 국가경쟁력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래서 특별히 준비된 국가전략이 없는 정부에서는 '경쟁력'을 가장 손쉽게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되고, 이왕이면 시장 기능을 가장 강력하게 작동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된다.

그러나 그런 맹목적 시장경쟁 논리가 얼마나 많은 희생을 치러야 하는 지를 안다면, 그리고 시장과 경쟁의 논리에 어긋나는 영역들의 역기능 때문에 궁극적으로 국가 전체의 경쟁력에도 큰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안다면 무책임한 신자유주의 정책들은 삼가야 할 것이다.


그대신 모든 사람들에게 골고루 자유의 기회가 주어지고, 삶의 모든 분야에 골고루 자유를 넓혀 나가면서 사회와 국가의 건강한 힘을 키워 낼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개인, 강자, 자본에 집중된 자유가 아니라 사회와 국가 공동체 구성원 모두에게 골고루 주어지는 '사회적' 자유가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겨레필진네트워크 글방과 포털 사이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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