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께선 동생이 시험장에 들어간 후, 멍하니 시험장을 바라 보셨죠.김귀현
동생의 기상시간은 새벽 6시, 그리고 어머니의 기상시간은 5시였습니다. 아침 일찍 학원에 가는 동생의 아침과 도시락을 챙겨주시기 위해서였죠.
어머니는 무려 5번의 '수험생 엄마' 생활을 하셨습니다. 시골에서 도시인 우리 집으로 유학 온 막내외삼촌을 뒷바라지한 1992년, 저의 고3 스트레스를 모두 받아주시던 1999년, 그리고 연년생인 동생이 고3이던 2000년까지 쉼 없이.
그리고 2005년과 2006년, 어머니는 또 다시 5시에 일어나서, 다시 수험생이 된 동생을 챙겨주셨습니다. 한 번도 힘들다는 '수험생 엄마' 생활을 무려 5년이나 하셨습니다.
올해 어머니께서는 다리가 많이 아프셨습니다. 제대로 걷지도 못할 정도로 아프신 와중에도 동생 걱정뿐이었습니다. 동생 걱정에, 저만 병원에 두고 아버지는 집에 내려 보내셨습니다.
동생은 결국 병원에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어머니의 병실을 지키며 전 정말 동생이 원망스러웠습니다. 어머니가 이렇게 아프신데, 얼굴 한 번 비추지 않는 동생이 정말 미웠습니다.
하지만 이제야 깨닫습니다. 어머니가 정말 걱정되면서도 병원에 오지 못한 채, 독한 마음먹고 들어오지도 않는 책을 보았던, 동생의 마음도 정말 아팠을 것이란 것을...
어머니 이제 편히 쉬세요. 5년의 수험생 뒷바라지 하며, 곱디곱던 어머니의 주름이 더 늘어나신 것 같아요. 당신의 두 아들, 이제 곧 우리의 꿈을 이룰 것입니다. 조금만 기다리세요. 아들은 '미국이다, 일본이다' 여기저기 다닐 때, 어머니 한 번도 못 가보신, 바다 건너 해외 구경 꼭 시켜 드릴게요.
동생과 꼭 소주 한 잔 기울이고 싶습니다
올해 수능을 일주일 앞두고 전 어머니께 화도 냈습니다. 평소 근처도 안 가시던 교회에 가셔서 동생을 위해 기도를 하고 만원이나 헌금으로 내고 오셨다고 해서, 제가 버럭 화를 냈죠.
"재현이는 지금 다니는 토목과 나와서 취업하면 되는데, 뭘 그렇게 교대에 집착하세요. 모의고사 성적표 보니까 교대 갈 실력도 안 되더만!"
@BRI@제가 본 동생의 성적이 그렇게 좋지 않았거든요. 그래도 그렇게 희망을 가지고 있는 어머니가 전 정말 답답했었나 봅니다. 괜히 이러다 또 떨어지면 어머니의 안타까움이 더 크실 것 같아서 일부러 그렇게 말했나 봅니다.
제가 그렇게 말 했을 때, 어머니의 떨리는 눈빛을 잊을 수 없습니다. 이제 와서 말씀드립니다. 어머니 정말 죄송합니다. 어머니의 손을 꼭 잡아 드리며 "우리 재현이, 잘 볼 수 있을 거에요"라고 말씀드렸어야 했는데…. 제가 정말 못 됐죠.
그동안 동생에게도 못 된 형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대로 잘 해준 적도 없었습니다. 여자친구에게 10만원도 넘는 선물을 사주고, 친구들과 질펀히 술 한 잔 하는 데 쓰는 돈은 아깝지도 않으면서, 동생에게는 뭐가 그리 아까운지 제대로 밥이라도 한 끼 사준 적이 없습니다.
동생과 단 둘이 술 한 잔하며 서로 마음에 있는 이야기를 해 본 적도 없네요. 오히려 가족이란 이름으로 더 소홀했던 것 같아요. 동생이 부산에 내려가기 전에 꼭 근사한 곳에서, 단 둘이 소주 한 잔 기울일까 합니다. 그리고 이 말을 꼭 해주고 싶네요.
"재현아, 그동안 수고 많았다. 꼭 훌륭한 선생님 되라! 그리고 우리 꼭 효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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