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강 얼음속엔 보석들이 가득했네

탐조는 뒤로하고 탐석만을 보듬던 날

등록 2007.01.13 15:08수정 2007.01.14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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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멩이 위로 떠 있는 동심원의 얼음 형상.
돌멩이 위로 떠 있는 동심원의 얼음 형상.김계성
임진강 탐조의 날, 일행은 비교적 진입이 수월한 경기도 파주의 자장리 쪽 임진강변을 찾았다. 두루미 도래지를 찾아 볼 심산이었다.


강 맞은편에는 호로고루 성지가 보인다. 삼국시대부터 전해져오는 이 성지는 그 당시 전투가 치열했던 곳으로 군사적으로 요충지였으며, 역사적으로 매우 귀중한 자료여서 복원을 서두르고 있는 곳이다.

호로고루성이 보이는 임진강의 겨울 전경.
호로고루성이 보이는 임진강의 겨울 전경.김계성
얼음꽃과 돌멩이 사이를 갈라놓는 균열.
얼음꽃과 돌멩이 사이를 갈라놓는 균열.김계성
연일 영하의 기온이 계속되다 보니 도도하게 흐르던 임진강이 꽁꽁 얼어붙어 있다. 오늘따라 두루미는커녕 그 많던 철새들도 없다.

@BRI@가는 날이 장날인가, 칼바람이 몰아치는 강 위로 '쩌억쩍' 이따금 들려오는 얼음 터지는 소리는 속 터지는 소리다. 내친김에 강바람이라도 실컷 쐬고 가리라. 이심전심의 일행은 조심조심 강 위로 진입을 했다. 강폭은 100여 M가 넘을 성싶다.

"우리 한번 건너가 볼까요?"
"아이쿠, 큰일나지요."

손사래다. 하긴 그렇다. 강 중심의 가늠할 수 없는 얼음의 두께를 뉘라서 안전하다고 감히 발걸음을 내딛겠는가.


얼음의 표면이 몹시 미끄럽다. 그토록 표면이 미끄러운 것은 아주 얇은 수분막이 얼지 않은 상태에서 그대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이 빚어 낸 얼음장 밑의 영롱한 보석.
자연이 빚어 낸 얼음장 밑의 영롱한 보석.김계성
한 뼘 남짓한 깊이는 얼음 속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그 정도는 안전지대인 만큼 우리는 가장자리만을 선택하여 걷는다. 군데군데 새하얀 얼음꽃들이 보이고 얼음장 아래로는 돌멩이들이 지천으로 깔려있다.


잠시 후 시키지도 않았는데 하나 둘씩 쪼그려 앉는다. 발밑으로 보이는 신기한 광경을 좀 더 자세히 보기 위함이다.

뽀글한 물방울까지도 정지된 신비한 모습.
뽀글한 물방울까지도 정지된 신비한 모습.김계성
얼음에 둘러싸인 돌멩이들이 하나같이 햇빛을 받아 영롱한 빛을 내고 있다. 저마다 모습을 뽐내고 있는 수많은 보석들…. 여기저기서 터트려 대는 셔터 소리가 시공을 초월한 듯 침묵의 강을 깨우고 있었다.

얼음장 위에서 탐조 대신 보석을 담는 광경.
얼음장 위에서 탐조 대신 보석을 담는 광경.김계성
알알이 박혀있는 임진강의 보석들, 보면 볼수록 자연이 만들어낸 경이로움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탐조인가 탐석인가, 철새는 뒤로하고 보석만 실컷 보고 온 빛나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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