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식 선생님은 아이들을 좋아해서 그림을 잘 그려주었습니다. 우리 아들을 그려 준 그림입니다.이승숙
교통사고를 당해서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던 한 여성 개그맨이 결국 다시 못 올 길을 떠났다. 함께 했던 친구들이 그녀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며 눈물을 쏟았다. 그 모습을 보니 작년 이맘 때 떠나보낸 신영식 선생님이 생각났다.
신영식 선생, '돌배'와 '짱뚱이'를 이 세상에 내보낸 만화가 신영식 선생을 알게 된 건 참으로 우연이었다.
나는 '녹색연합이 발행하는 '작은 것이 아름답다'란 월간지를 사랑하는 읽새(독자)였다. 그 월간지에는 '짱뚱이의 옛날 이야기'란 꼭지의 만화가 실렸는데 아이고 어른이고 할 것 없이 손꼽아 기다리는 인기 만화였다.
나는 그 만화를 보면서 짱뚱이란 별명을 가진 이가 어떤 사람일까 궁금했다. 그리고 짱뚱이를 우리 앞에 데리고 온 만화가 신영식 선생도 어떤 이일까 하는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다.
'짱뚱이'를 그린 '신영식' 선생을 만난 건 필연이었다
어느 봄날 오후였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그 어떤 흔들림도 정지한 듯한 나른한 오후였다. 우리 집 고양이 '꼬비'는 햇살이 머물고 있는 작은 방 앞 툇마루에 온 몸을 길게 누이고 낮잠을 자고 있었다. 나는 방문을 활짝 열어젖힌 채 한낮의 그 고요를 가만히 보고 있었다.
@BRI@전화가 울렸다. '꼬비'가 살짝 눈을 떴다. 그리고 길게 기지개를 켜며 온 몸을 활처럼 쫙 폈다. 나는 느릿느릿 걸어가서 전화를 받았다. 전화선 저 너머에서 정감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이승숙 님이시죠? 저는 오진희입니다."
짱뚱이의 실제 모델인 오진희씨가 전화를 한 거였다. 나는 화들짝 놀라 반기며 전화선 안으로 뛰어들 듯 말을 이어갔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신영식 선생과 오진희씨가 우리 집에 놀러 왔다. 봄날의 오후와 저녁을 보내고 그들 부부는 돌아갔다.
강화에서 돌아간 다음 날 신영식 선생은 병이 났다. '강화'에 가고 싶은 병이 나서 자나 깨나 강화 이야기만 한다고 했다. 신영식 선생의 바람에 못 이겨서 아내인 오진희씨는 도시 살림을 접고 강화로 이사를 왔다.
신영식 선생은 아주 섬세하고 고운 사람이었다. 모시 결처럼 마음이 깨끗하고 고왔다. 그 결 고운 마음으로 조용조용 주변 사람들에게 마음을 쏟았다. 남편과 신 선생은 서로 마음 줄이 닿아 있었다. 남편은 진정으로 신 선생을 존경했고 좋아했다. 신 선생 역시 우리 남편을 그리 대했다. 둘은 서로를 은은하게 생각했다.
우리 부부와 신 선생님이 함께 했던 아름다운 시간들, 그 순간들이 생각난다. 어느 밤, 이야기에 젖고 음악에 젖어서 눈물을 흘렸던 그 밤도 생각난다. 내 손을 꼭 잡으면서 "이승숙씨는 참 아름습니다"라고 했던 그 말도 생각난다. 사람을 보면 좋은 면, 아름다운 면을 보고 더 키워주셨던 신영식 선생님, 그러나 우리 부부와 신영식 선생과의 인연은 오래 가지 못했다.
아름다운 마음을 봐 주셨던 신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