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 대영제국서 분리되나

[해외리포트] 300년전 통합... 경제 악화되자 독립 움직임

등록 2007.01.19 21:06수정 2007.07.08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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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4년 10월 영국 에딘버러에서 열린 새 스코틀랜드 의회건물의 건공식에서 함께 자리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과 잭 맥코넬 스코틀랜드 총리.

지난 2004년 10월 영국 에딘버러에서 열린 새 스코틀랜드 의회건물의 건공식에서 함께 자리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과 잭 맥코넬 스코틀랜드 총리.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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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300년전인 1707년 1월 16일.

스코틀랜드 의회는 잉글랜드와 정치적 통합을 이루는 것을 골자로 하는 조약에 비준했다. 내심 자존심이 상했지만 당시의 경제적인 위기를 극복하고자 의회는 조약을 승인했다. 이로써 스코틀랜드 의회는 문을 닫고, 연방왕국 '영국(United Kingdom)'의 일원이 되었다.

그로부터 300년이 지난 지금. 영국에서는 통합 기념일을 축하하고 기뻐하기 보다는 오히려, 언젠가는 이 통합이 막을 내릴 지 모른다는 우려와 기대감으로 뒤숭숭하다.

언론들은 앞다투어 "18세기 이후 어느 때보다도 스코틀랜드의 분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영국 연방의 변화 가능성을 검증하는 내용의 특집 기사를 쏟아놓고 있다.

스코틀랜드 강력한 분리 주장... 잉글랜드 "절대 불가"

여기에는 스코틀랜드의 정치 세력화와 독립 자치를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독립의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2000년 새롭게 문을 연 스코틀랜드 의회에서, 스코틀랜드 국민당(SNP)이 세력을 확대하면서 오는 5월에 열리는 총선에서 처음으로 다수당이 될 것이라는 보도가 줄을 잇고 있다.


스코틀랜드 국민들의 높은 인기를 바탕으로 지금의 신노동당을 물리치고 제1당으로 우뚝 설 것이라는 것. SNP의 당수인 알렉스 살몬드는 "총선에서 승리하면 스코틀랜드의 분리 독립을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SNP는 국민투표 결과를 바탕으로 장차 잉글랜드와 분리 독립을 위한 협상에 본격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BRI@이처럼 사정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영국 정부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 총리에 오를 것으로 확실시되는 고든 브라운 영국 재무장관이 직접 진화에 나섰다. 그는 한 신문에 기고한 글을 통해 "지난 300년간 세계에서 가장 참을성 있고 훌륭한 통합이 '위험한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며 "영국을 발칸 반도처럼 만드는 것에 반대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지금이야말로 통합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우리 영국 사람들이 힘을 모아서 영국을 위한 애국적인 비전을 만들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고든 브라운은 스코틀랜드 출신이지만 차기 총리로서 자신의 역량을 강조하면서 스코틀랜드인의 영국으로의 통합을 강력히 역설하고 있다.

오랜 대립과 타협의 역사

스코틀랜드 출신 차기 총리의 호소가 어느 정도 먹힐 수 있을까. 지난 300년간 양측의 갈등과 대립의 역사를 살펴보면 그리 녹록치 않을 것임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앵글로 색슨 계통의 잉글랜드와 켈트족의 스코틀랜드가 부딪힌 것은 오래전의 일이지만 양측의 충돌이 특히 빈번해진 것은 11세기 이후부터다. 피말리는 전투를 벌인 양측이지만 스코틀랜드는 결정적으로 잉글랜드의 정복왕 윌리엄에게 대패했다.

이후에도 스코틀랜드는 에드워드 1·2·3세의 계속되는 공격에 대항해서 싸워야만 했다. 멜 깁슨이 주연을 맡은 영화 <브레이브 하트>는 에드워드 1세의 공격으로 사랑하는 아내가 잉글랜드 병사에게 살해당하자, 이에 맞서 분연히 일어난 스코틀랜드의 영웅 윌리엄 윌리스의 이야기다.

a 영화 <브레이브하트>의 한 장면.

영화 <브레이브하트>의 한 장면.

1707년 양측이 통합을 이룬 뒤에도 갈등과 대립은 지속됐다. 스코틀랜드 출신 영국 왕인 스튜어트의 복원을 위해서 스코틀랜드 사람들은 두 번의 반란을 일으켰지만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또 찰스 에드워드를 통합 왕국의 왕으로 만들기 위해 과감히 잉글랜드에 맞섰지만 역시 잉글랜드의 칼 앞에 무릎을 꿇어야만 했다.

이같은 패배에는 많은 요인이 있을 것이지만 그 당시 나라 규모나 군사 규모로 볼 때 스코틀랜드는 잉글랜드의 적수가 되지 못했던 것 같다. 1800년 당시 잉글랜드의 인구는 약 850만명였지만 스코틀랜드는 150만에 불과했다.

그러나, 스코틀랜드 사람들이 항상 영국을 증오하고 미워했던 것은 아닌 것 같다. 18~19세기 영국이 세계로 식민지를 넓혀가면서 스코틀랜드인에게 많은 일자리와 세계 진출의 기회가 주어지면서 나름대로 대영제국 국민이라는 자긍심과 정체성도 가졌다고 한다. 물론 그 때 당시에도 분리 독립 운동이 있었지만 인기는 별로 없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경제가 악화되자 상황은 다시 변하기 시작했다. 1970년대 석유위기와 세계화되는 경제 속에서 점차 왜소해지는 영국을 보면서 스코틀랜드 사람들은 실망했고, 특히 잉글랜드보다 훨씬 높은 실업률로 인해 불만을 터트리기도 했다. 그럴 수록 분리 독립의 목소리는 높아졌다.

토니 블레어의 신노동당은 이같은 분리 움직임을 달래기 위해 자치를 허용했고, 이로써 국방·외교를 제외한 나머지 분야에 있어서 자율적인 의회 운영이 가능해졌다. 불과 몇 년전의 일이다. 하지만 오랜 역사 동안 당한 상처가 아물기에는 부족했다.

지난해 월드컵 기간 동안에 스코틀랜드에서는 잉글랜드 국기가 걸려 있는 집에는 유리창이 깨지고, 펍에서는 잉글랜드팀이 패배하면 기뻐서 공짜로 맥주를 주기도 했다.

영원한 독립의 서막?

a 잉글랜드 국기(위)와 스코틀랜드 국기

잉글랜드 국기(위)와 스코틀랜드 국기

18세기 이후 최고조에 달한 스코틀랜드의 분리 움직임이 과연 결실을 맺을 수 있을까. 비록 당장 독립이 되지 않는다고 해도 수십년 후에 정말로 독립이 이뤄진다면 최근의 움직임은 긴 역사 속에서 독립의 서막이 될 것이다.

BBC가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영국민의 약 절반(잉글랜드인 49%, 스코틀랜드인 51%, 웨일스인 50%)이 통합 왕국이 100년을 넘지 못할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인다. 대영제국이라는 망상을 버리지 않은 잉글랜드가 호락호락 이를 승인할 리 만무하다. 더욱이 스코틀랜드 국민당이 다수당이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앞으로 본격적으로 분리 독립에 박차를 가하려면 최소한 스코틀랜드 국민들의 더욱 전폭적인 지지가 확보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최근 <선데이 타임즈>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53%의 스코틀랜드 사람들은 양측간 통합을 앞으로도 지속시킬 가치가 있다고 대답했다.

이를 통해서 살펴볼 때 스코틀랜드 사람들은 나름대로 분리 독립의 필요성에는 동감하면서도 이를 실제 정책의 변화로 옮기기에는 아직 확신을 가지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스코틀랜드 국민당의 실제 정책 추진에 대한 신뢰 부족과 영국과의 분리로 인한 경제적인 불안감 등 많은 변수가 작용한 것으로 여겨진다. 타임즈가 지난 14일 보도한 한 여성의 발언은 이를 잘 보여주는 것 같다.

"독립은 스코틀랜드에게 좋을 것이다. 스코틀랜드의 문제는 이를 잘 아는 우리 자신이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독립이 필연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려면 스코틀랜드 국민당이 충분한 지지를 확보해야 하는데 그럴 것 같지는 않다. 독립을 하기에는 지지가 충분하지 않다."(로라 프랑크스, 23세)

스코틀랜드, 영원한 독립의 서막인가? 아니면 한 때의 바람에 그칠 것인가? 그 첫 번째 열쇠는 바로 스코틀랜드 국민의 손에 달려있을 것이다.
#스코틀랜드 분리 #스코틀랜드 독립 #스코틀랜드 #대영제국 #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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