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배추 혹은 꼬랭이 배추오창경
안 여사는 요즘 말로 하면 '리틀 맘'이었던 셈이었다. 지금 나이 칠팔십 대 할머니들이야 보통 그 나이에 시집을 가고 아이도 낳고 했지만, 안 여사는 이제 겨우 마흔일곱 살이니 당시치고는 이른 나이였다.
열여덟에 아이를 낳은 리틀 맘이 먹고 싶었던 김치였으니, 안 여사에게는 경종 배추로 담은 김치는 각별한 추억이 있는 음식일 것이다.
"예전에는 김치 냉장고는커녕 냉장고가 있는 집도 드물었잖아. 그래서 봄까지 김치가 무르지 않고 보관하는 일이 문제였거든. 경종은 줄기에 수분이 적어서 가을에 김장을 해서 봄까지 놔둬도 무르지를 않아. 그래서 항상 김장을 할 때마다 경종도 따로 담가 놨는데 올해는 새로 집 짓고 하느라 경종을 많이 안 갈았지(심었지) 뭐야."
"배추 뿌리도 주신다면서요?"
경종 배추에는 삼각형의 뿌리가 달려 우리 동네 사람들은 그것도 즐겨 먹는다. 우리 동네 사람들은 경종 배추의 뿌리를 '배추 꼬리', '배추 꼬랭이'라고 부르는데, 무와 고구마의 중간치기 같이 생겼다.
도시 출신인 나는 배추에 무 같은 뿌리가 있다는 것도 우리 동네에 와서야 처음 알았다. 그것을 깨끗이 씻어서 칼로 껍질을 매끈하게 까서 먹기 좋게 잘라서 먹으면 매콤 쌉쌀 달짝지근한 맛이 난다. 처음에는 그다지 호감이 가지 않는 맛이었지만 좀 먹다 보면 나름대로 당기는 맛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