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치즈키 모네타로의 <드래곤 헤드>, 전 10권서울문화사
<드래곤 헤드>에서의 '위협'은 '불기둥'이다. 수학여행 도중에 기차에서 그 불기둥을 엿본 테루는 그것을 미처 알리기도 전에 거대한 위협을 경험한다. 신칸센 터널이 무너지면서 열차는 탈선했고, 몇 분 전만 해도 즐겁게 떠들고 웃던 친구들은 모두 싸늘한 시신이 돼 버린 것.
충격적인 죽음의 흔적, 그리고 붕괴된 터널에서 '아무것도 모르기에' 느껴지는 불안감, 이 고통들은 살아남은 3명의 고등학생에게는 견뎌내기 어려운 공포로 다가온다. 하지만 살기 위해서는 이 공포에 재빠르게 대처해야 한다. 테루와 세토는 끝까지 이성을 잃지 않으며 살기 위한 싸움을 시작하지만 평소에 왕따 신세였던 노부오는 타협을 선택한다. 공포의 흐름을 타고 광기에 사로잡힘으로써 잠재된 불만을 폭발시킨 것이다.
<드래곤 헤드>가 이야기하는 것은, 공포에 대처하는 인간의 다양한 자세에 관한 것이다. 자연재해를 소재로 선택한 것은 정말 적절한 선택이었다. 테루나 세토처럼 공포와 싸우며 새로운 시작과 생존을 준비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노부오처럼 굴복하는 사람들도 있다. 반면에 공포에 중독된 사람들이 있으며 그들을 모아 교주로 군림하는 사람도 있다.
"쾌적한 사회는 인간을 공포로부터 거의 완벽하게 차단했지만, 그럼으로써 인간은 더욱 공포에 민감하게 됐다."
한마디로 인간은 '온실 속의 화초'가 되면서 안전하다는 믿음과 평온한 생활로 인해 공포에 적응할 능력과 감각을 상실했다. 쉽게 이야기하면 '공포영화'에 대처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자세를 생각하면 된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잦은 공포영화 감상으로 인해 어지간한 공포영화는 '가볍게' 감상하게 됐다.
인간이란 결국 적응의 동물이다. 공포 역시 인간이 적응하고 뛰어넘어야 할 감각이지만 너무 두려워한 나머지 '믿음'과 쾌적함 속에서 맞서 싸울 용기를 내기 어려운 현실이다.
그렇듯 <드래곤 헤드>는 시종일관 공포와 그에 대처하는 인간에 대한 생생함을 그려낸다. 모든 것이 파괴된 상황에서, 절망을 겪는 인간과 미쳐버리는 인간, 새로운 시작을 꿈꾸는 인간 등 다양한 인간군상의 현실과 내면이 녹아있다. 공포를 생각하면 그저 공포영화부터 떠올리는 우리가 어떻게 갑작스런 '진짜 공포'에 대처할지 생각해보는 좋은 만화라 할만 하다.
<드래곤 헤드>는 특히나 결말이 의미심장하다. 실컷 공포를 헤집어놓고는, '벅차오르는 무언가'를 보여주는 경향이 있다. 그 많은 공포와 아픔 속에서도 인간이 여전히 살아남은 이유를 잘 보여주는 것 같았다. 사이토 다카오의 <생존 게임> 등의 작품과 연결지어 감상해본다면, 인간의 끝없는 생존 의지와 극복의 의지를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기동경찰 패트레이버2> "안전신화에 경종을 울리고 싶었다"
오시이 마모루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대한 키워드라고 할 수 있다. <공각기동대> 시리즈와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시리즈 등, 그의 작품 자체도 일본 애니메이션의 상징처럼 굳혀졌다.
그의 작품의 특징은 대단히 '영화적'이라는 것이다. 사실적인 묘사가 돋보이는 영상은 분명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작품을 보는 것 같으며, 눈에 보이는 것보다 감춰진 본질을 파헤치려는 그 시각 역시 영화적이다. 오시이 마모루는 사실 영화광이었으며 젊은 시절에는 유럽영화에 몰두했던 시절도 있었다고 한다.
그는 영화감독을 꿈꾸다가 애니메이션 업계에 진출해 애니메이션 감독이 됐다고 하는데 그에게는 곧 탁월하고 현명한 선택이었다. 그 증거는 그의 작품들이 증명한다. 사실적인 세계관과 표현 감각이 표현의 폭이 넓은 애니메이션을 통해 더욱 당당하고 세밀하게 표현되기 때문이다. 그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는 분명 <기동경찰 패트레이버2>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