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스코, 합의는 제대로 이행 않고 조합원 감시만"

민주노총 "인권탄압 중단하고 합의이행하라"... 사측 "노조에서 출근거부" 반박

등록 2007.01.23 18:04수정 2007.01.23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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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이 지난 19일 하이스코 비정규직노조 사무실 앞에서 하이스코 용역업체인 '진현' 소속 직원들의 차량에서 확보한 수첩 내용과 보고서 문서의 일부. 23일 민주노총이 공개한 자료에는 생산직 재배치를 요구하며 출근을 거부하고 있는 2차 복직자들의 가족 등과 전화 통화한 내용 등이 들어있다.
민주노총이 지난 19일 하이스코 비정규직노조 사무실 앞에서 하이스코 용역업체인 '진현' 소속 직원들의 차량에서 확보한 수첩 내용과 보고서 문서의 일부. 23일 민주노총이 공개한 자료에는 생산직 재배치를 요구하며 출근을 거부하고 있는 2차 복직자들의 가족 등과 전화 통화한 내용 등이 들어있다.민주노총
민주노총 광주전남본부 등 노동계가 "현대하이스코가 합의사안은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서 비정규직 노조원들을 시간대별로 감시하고 있다"며 강경 대응에 나설 분위기여서 합의서 이행 여부를 놓고 노사가 충돌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 광주전남본부·전국금속노조·민주노총·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노조 등은 23일 서울, 광주, 순천에서 각각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탄압 중단'과 '합의서 이행'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사측은 "출근거부 근로자들이 출근하도록 가족 등을 면담했을 뿐"이라며 "오히려 출근을 거부하며 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날 민주노총 광주전남본부는 광주지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하이스코 협력업체 중 경비 담당 업체 직원들이 비정규직 노조원들의 동향 등을 기록한 20쪽 분량의 수첩 내용을 공개했다.

"사찰과 감시, 가족들 종용·협박 일삼아"

@BRI@민주노총이 공개한 자료에는 ▲비정규직 노조 간부들의 동향 ▲출근거부 노조원들의 가족 면담 사항 ▲노조원들의 차량 출입 현황 ▲보고용 공문서 등이 담겨있다.

민주노총은 "하이스코는 용역업체 직원들을 시켜 조합원들을 밀착 감시·사찰해 왔고 조합원 가족들을 회유하고 공갈 협박을 해 왔다"면서 "군부독재 시절에나 있던 노조 사찰과 감시, 반인권적 행위를 하이스코 자본이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측은 조합원들을 개별적으로 만나 '지회에 나가지 말 것', '집회에 참가하지 말 것'을 종용했다"고 주장한 뒤 "가족들을 만나서는 '자식이 집행유예 기간이라서 (조합 활동을 계속 하면) 구속될지도 모른다'고 공갈 협박했다"고 덧붙였다.

민주노총은 "조합원의 성향과 가족 상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접근해 회유와 협박을 일삼은 것은 현대하이스코의 지시와 승인 없이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행각"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감시활동을 한 이들이 외형상 경비업체 '진현' 소속이지만, 실제 팀장을 맡고 있는 김아무개씨 등은 모두 ㅎ엔터테인먼트 소속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증거물에서도 볼 수 있듯이 스스로 '상황이 발생하면 안전요원으로 행세할 것', '진현 관리직원과 친하게 지낼 것'을 지시하고 있다"며 "ㅎ엔터테인먼트라는 노조파괴 전문 업체를 고용한 것은 하이스코에 합의서를 이행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청은 ▲노조탄압에 대한 정몽구 회장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경비업체에 배치된 27명의 해고노동자를 조업현장으로 재배치할 것 ▲합의서 성실 이행 등을 요구하며 "정 회장이 직접 문제해결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두 차례 복직자 64명 중 47명 '경비업체'에 배치... 노조, 출근거부

이와 관련, 민주노총 광주전남본부는 2월 3일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 앞에서 대규모 규탄집회를 열 예정이어서 또 다시 사측과 마찰을 빚을 보인다.

애초 지난해 5월 노사는 파업 과정에서 해고된 108명의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를, 올 6월 말까지 세 차례에 걸쳐 복직시키기로 했다. 이에 따라 사측은 지난해 7월과 올 1월, 64명을 복직 조치했다. 그러나 사측은 "생산직 현장에 자리가 없다"는 이유로 이들 중 37명을 생산직이 아닌 경비업체 직원으로 배치해 노조의 반발을 사고 있다.

1차 복직자 중 10명, 2차 복직자 중 27명이 경비업체로 배치된 것. 이에 대해 하이스코 비정규직 노조 대의원 정성운씨는 "합의서에 '원직'복직이라는 문구는 없지만 상식적으로 생산직 노동자를 경비직으로 복직시키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며 "이는 합의를 이행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정규직 노조는 올 6월말로 예정된 3차 복직에서는 경비업체 배치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1월 경비업체에 배치된 27명의 노동자는 '출근거부 투쟁'을 벌이며 생산직 전환배치를 요구하고 있다. 또 노조원들은 22일부터 서울 양재동 현대그룹 본사 앞에서 합의서 이행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전개하고 있다.

정찬호 민주노총 광주전남본부 기획국장은 "세 차례에 걸쳐 크레인 농성을 벌인 끝에 현대그룹 부회장 등이 직접 합의한 사안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며 "생산직에 있다가 부당 해고된 노동자를 경비직으로 복직시킨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강조했다.

현대하이스코 협력사들은 두 차례에 걸쳐, 108명의 해고자 중 64명을 복직시켰지만 이들 중 37명은 생산직이 아닌 경비업체 직원으로 배치돼 노조의 반발을 사고있다. 사진은 지난 13일 합의서 이행을 촉구한 기자회견 모습.
현대하이스코 협력사들은 두 차례에 걸쳐, 108명의 해고자 중 64명을 복직시켰지만 이들 중 37명은 생산직이 아닌 경비업체 직원으로 배치돼 노조의 반발을 사고있다. 사진은 지난 13일 합의서 이행을 촉구한 기자회견 모습.하이스코 비정규직 노조
사측 "생산현장에 자리 없다... 합의서에 '원직'복직 표현 없어"

이에 대해 현대하이스코측과 협력업체들은 "오히려 노조 측이 출근을 거부하고 있다"면서 "2차 입사자들이 근로계약과 교육일정에 불응했으며, 그들을 만나기 위해 진현 관리자가 지난 19일 노조 사무실에 갔는데 노조가 차량을 파손하고 폭행을 가하는 등 비이성적으로 행동한 것을 개탄한다"고 반박했다.

특히 해고 노동자 복직 주체인 협력사들은 보도자료를 통해 "협력사는 조속한 공장가동을 위해 지난해 5월 합의서 이전에 신규인력을 채용해 이미 적정인력을 초과한 상태"라며 "생산직으로의 배치 요구는 합의서 사항에 없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이어 "진현에 배치된 입사자들은 현대하이스코에서 외주공사를 줬던 시설물 보수유지 및 지원업무를 협력사의 수차례 요청으로 어렵게 사내 도급화한 일자리임에도 경비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노조활동을 못하게 한다는 주장은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다.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의 한 관계자도 "배정 업체가 경비업체일 뿐이지 시설물 관리, 보수 업무를 하는 곳으로 경비직은 아니"라며 "생산직에 자리에 없어서, 없던 일자리를 별도로 만들어서 복직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차 복직자 중 5명을 생산직에 배치한 것은 마침 연말에 자리가 났기 때문"이라며 "생산직에 자리가 나는 대로 재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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