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간채와 독립되어 있는 군지정사이재은
평수로 따지면 방 하나가 채 3평도 안 된다. 낙숫물이 떨어지는 처마 안쪽을 다 계산하더라도 15평 정도의 작은 집이다. 여기서 부모님을 모시고 줄줄이 흥부네 제비새끼 같은 자식들을 거느리며 살아왔다. 큰 자식들은 부모님 방으로 보내고 아직 철없는 어린 자식들은 한방에서 같이 살고.
@BRI@여기서 소개할 집은 그런 사람들이 살던 초가삼간이 아니라 양반님네 사랑채다. 함허정이 있는 전남 곡성군 입면 제월리 군촌부락이 바로 그곳인데 좌측 초가집은 대문간 겸 행랑채고 그 안에는 안채가 있다. 여느 양반님네 집들과 달리 이 집은 특이하게 사랑채가 따로 있다. 출입구도 없고 울타리도 없다. 아무나 이 집에 들어와도 좋다는 뜻일 것이다. 길가던 과객이나 시인 묵객들이 얼마나 이 집을 많이 드나들었을까? 동네 아이들의 서당역할도 했다고 한다.
3칸 중 2칸은 방이고 한 칸은 마루다. 방 양 옆으로 퇴보(툇기둥과 안기둥에 얹는 짧은 보)를 걸어 방의 절반만한 폭을 보태 툇마루를 내고 실용성과 견고성은 물론 한옥의 아름다움을 더하고 있다. 또한 현대 건축의 호사스런 방식과는 달리 5량구조가 제격임에도 불구하고 마룻도리와 내진 주위의 중도리, 외진주(외진칸을 감싸고 있는 기둥) 위의 처맛도리를 하나의 서까래로 처리한 간결한 3량구조는 주인의 인품과 그 시대의 선비정신을 보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