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 사랑한다>KBS
<미안하다 사랑한다> <쾌걸춘향> <꽃보다 아름다워> <부활> <오!필승 봉순영> <안녕하세요 하느님> <해신> <두 번째 프러포즈> 등은 KBS 드라마라는 공통점을 가졌다. 이뿐만 아니라 이 드라마들은 시청률 혹은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품들이었다. <다모> <대장금> <의가형제> <환생-NEXT> <변호사들>은 모두 MBC 드라마이면서 시청률이나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품들이다.
그런데 열거한 드라마들의 또 다른 공통 특징은 담당했던 피디들이 모두 외주제작사로 자리를 옮겼다는 사실에 있다. 이들이 옮겨간 독립 제작사는 포이브스, 옐로우 필름, 초록뱀 미디어, 칼리스타, 김종학 프로덕션, 윤스칼라, 올리브나인, 팬엔터테인먼트 등이다.
이른바 스타 피디들이 빠져나갔으니, 해당 지상파 방송사 드라마국이 위기의식에 빠질 만도하다. 여기에 드라마 외주제작비율도 위기의식을 심화시켜왔다. 그간 외주제작비율은 90% 육박하고 있다. KBS의 경우 지난해 주말 드라마가 100% 외주 제작이었다. 외주 제작 의존 정도가 매우 심한 터에 내부 인력 유출로 제작력에 치명타를 입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만도 하다.
여기에 배우와 작가들의 출연료와 작가료도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상승했다. 작가와 주연에게 1회당 5000~6000만원이 돌아간다는 통계도 있다. 그나마 지상파 방송사에서는 상대적으로 저임금(?)인 소속 피디들을 통해 제작을 할 수 있었는데, 스타피디의 유출은 이마저도 여의치 않게 하고 있는 셈이다.
드라마 제작의 자유, 외부? 내부?
이제 독립제작사로 옮긴 스타피디들에게 일을 맡길 경우 엄청난 대가를 주어야 한다. 방송 광고료로 모든 제작비를 충당해야 하는 지상파 방송사 처지에서는 한계에 이를 수밖에 없다. 지상파 방송사는 본의와는 상관없이 독립 제작사에게 드라마를 의존하게 된다. 앞으로 그 정도는 늘어났으면 났지 줄어들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물론 독립제작사라고 해서 다 같지는 않다.
@BRI@결국 이래 저래 대형 독립제작사를 중심으로 자본과 인력의 집중에 따른 드라마 제작 독식 현상이 일어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코스닥 자본뿐만 아니라 일본 자본, 여기에 투기 자본까지 집중된 이들의 성장은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는 탱크로리인지 모른다. 결국 지상파 방송은 웹2.0시대에 외주들의 플랫폼이 되고 말지도 모른다. 그나마 지상파가 가지고 있는 방영권조차도 잘게 쪼개자는 제안을 할 정도로 힘이 막강해지고 있으니 위기의식을 느낄 만도 하다.
이러한 막강한 자본의 독립제작사로 피디들이 옮기는 이유가 돈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어왔다. 그런데 최근에는 '자기 하고 싶은 대로 드라마를 만들고 싶다'는 이유를 든다. 지상파 방송국에 있으면 자신의 연출력을 펼치는데 장애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방송사가 아니라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자유롭게 만들 수 있지 않겠나 싶은 것이다. 그러나 정말 이것이 이유라면 이는 착각이다.
드라마의 외주 시스템은 철저하게 시장의 논리에 맡겨진다. 수익이 나올만한 작품들만을 생산해 낸다. 따라서 수익이 되지 않을 작품은 아무리 기획안이나 작품성이 좋아 보여도 제작될 수 없다. 스타피디들에게도 예외가 있을 수 없다. 더구나 드라마 한두 편 좋은 평가를 얻었다고 해서 그것이 영원한 실력 혹은 보장 자산(?)이라고 할 수 없다.
수익의 관점은 작품의 관점과 빈번하게 적대적 관계를 형성한다. 지상파 방송에서는 시청률이 나오지 않거나 실패해도 그 책임에서 가볍지만, 외주제작에서는 가차 없이 버려진다. 단기간에는 많은 돈을 통해 열렬한 환영을 받는 것은 지상파 방송에서 만든 작품의 후광 때문이었을 뿐이다. 알게 모르게 지상파 시스템의 지원을 받았기 때문에 가능한 면도 있다.
오히려 드라마 제작의 자유는 외부에 있지 않고 내부에 있을 수 있다. 만약 외부에만 있다고 한다면 상업적 드라마의 자유만 있는 것은 아닐까. 요컨대, 외주로 옮겨서 자유롭게 창작을 하고 역차별을 받지 않겠다지만 오히려 더 심한 창작의 제약과 차별, 나아가 냉소를 받을 수 있다.
드라마 경영 위한 체계·연구기관 집대성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