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불법사채광고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 관계자들. 민노당은 대부업체 최고금리를 연 25%까지 낮추는 이자제한법을 추진하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사채를 처음 써본 동생도 그 몇 백만원이 설마 자신의 발목을 잡으리라곤 꿈에도 몰랐다. 사채를 쓰고 1년만에 동생은 전셋집을 날린 건 물론이고, 사채업자 등쌀에 회사에서 퇴직경고를 받기에 이르렀다.
집도 난리가 났다. 하루가 멀다 하고 사채업자에게서 전화가 걸려오고 핸드폰은 배터리를 교환하기 무섭게 걸려오는 전화로 금세 새 배터리로 교환해야 할 지경이었다고 한다. 어느 순간부터는 벨소리만 들어도 움찔움찔 놀라게 되더란다.
합법적인 사채 이자도 최고 연 66%에 이른다. 쉽게 말해 백만원을 빌리면 한 달이면 5만5000원, 1년이면 66만원의 이자를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게다가 복리여서 단 한 달만 이자를 못 갚아도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그렇게 1년이면 원금보다 이자가 더 많은, 배보다 배꼽인 상황에 이르는 것이다.
집도 직장도 다 잃고 길에 내몰린 동생은 당장 월셋집이라도 구해야 했지만 동정 대신 비난이 쏟아질 본인의 처지를 말할 수 없어 사채를 계속 이용했다. 300만원을 쓰는데 선이자를 20만원이나 떼주면서 말이다.
한 달 이자가 20만원이면 1년이면 240만원! 그 돈이 얼마나 무서운 돈인 줄 알면서도 동생으로서는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월셋집을 얻고서야 이 사실을 알게 된 동생댁은 부랴부랴 돈을 구해 사채를 갚았지만 선이자로 떼준 20만원은 돌려받지 못했다고 한다. 며칠을 쓰건, 몇 달을 쓰건 선이자는 돌려주지 않는 것이 그들의 불문율이라고 했다.
가진 것도 없고, 직장도 없고, 집마저 단칸방으로 옮기고, 게다가 하루종일 걸려오는 빚독촉전화로 밥 한술 편히 뜰 수 없는 상황에서 동생댁의 이혼 얘기는 동감을 넘어 부채질을 해도 시원찮을 판이었다.
그래도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했던가? 말려야 했다. 아이를 위해서도 아무것도 남은 거 없이 신용불량자라는 딱지만을 안은 동생을 위해서도 동생댁을 막아야 했다.
"염치없고, 뻔뻔한 거 아는데, 이혼까지 해버리면 우리 동생 진짜 폐인되는 거 올케도 알잖아…. 그러니까 조금만 더 생각해 보자 죽으란 법은 없다잖아."
가족 협박도 서슴지 않는 빚독촉전화
동생이 참 원망스러웠다. 한두 살 먹은 애도 아니고, 어떻게 사채를 끌어다 쓸 생각을 했는지. 어찌 그리도 세상 무서운 줄을 모르고 사채를 쓰게 된 건지 이해할 수도, 용서할 수도 없었다. 5부 이자에 허리가 휘청대고, 명절날이면 우르르 쫓아와서는 엄마의 머리채를 한 줌씩 뽑아놓던 빚쟁이들의 그 우악스러움을 어찌 잊어버릴 수가 있는지….
하루도 빚 없이 살아온 날이 없는 아버지가 "남한테 빚지고는 살지 말라" 귀에 못 박히도록 하신 그 말씀을 왜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려 이 곤욕을 치르는지 동생이 밉고 또 미웠다.
지금도 빚을 갚을 능력도, 갚을 수도 없는 동생은 주민등록까지 말소된 채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채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나와 가족들은 한동안 밤낮없이 걸려오는 빚쟁이들의 독촉전화에 시달려야 했다.
"당장 돈을 갚지 않으면 아들을 구속시켜 버릴 테니 빨리 돈 갚으세요! 부모님이 안 갚아주면 누가 갚아주겠어요. 정 이런 식으로 나오면 부모님 재산까지 모두 차압하겠습니다."
힘없고 마음 여린 시골 부모님에게까지 전화해서 어르고 달래고 뺨치고 협박까지 서슴지 않던 그 사채업자들!
내게도 전화해서는 "남의 돈 빌려가고 다리 뻗고 자게 할 줄 아느냐?"고 협박해서 한동안 남편과 아이들까지 몸을 사려야 했다.
처음에는 미안한 마음에 "언젠가는 갚을 겁니다. 남의 돈 떼먹고 다리 뻗고 잘 애가 아닙니다" 사정하기도 했지만 그들의 협박 수위는 갈수록 도를 넘었다.
"어디 사는지 다 안다. 애가 둘인 것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