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한국 미래구상 발족식'이 30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렸다.오마이뉴스 권우성
'진지전이냐, 기동전이냐.'
'비판적 지지·수혈론의 변종이냐, 새로운 정치운동을 위한 결사체냐.'
30일 발기인대회를 마친 '창조한국 미래구상'(가칭·아래 미래구상)의 대선 대응 전략과 성격을 둘러싸고 고개를 들고 있는 논쟁이다. 87년 6월항쟁의 성과로 대통령직선제가 재도입된 상황에서 '비판적 지지론', '후보단일화론', '민중후보 독자추대론' 등 재야운동진영에서 첨예했던 논쟁이 되살아나는 느낌이다. 하지만 당시 논쟁의 재판이 아니라 정치지형 다변화에 따른 사회운동의 자연스런 분화 과정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여권의 탈당 정국에서 '제3세력'으로 주목받는 미래구상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발기인대회를 열었다. 오는 대선에서 수구보수세력의 집권을 저지하고 진보개혁세력의 단일후보를 추진하기 위한 장정에 오른 것이다.
이들은 오는 3월 중순께 창립대회를 마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때까지 10만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전국 각 지역·분야의 사회운동 단체, 정책집단, 연구소 등과 대안정책을 공동 생산하기 위해 '행복한 나라 만들기 정책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창립대회를 마친 후에는 국민후보 선출 과정을 담당할 후보추천위원회를 발족하고, '국민행동 네트워크'를 조직해 국민 참여를 이끌겠다는 구상이다.
이같은 움직임은 여권의 대선 대표주자가 부재하고, 의원들의 잇단 탈당 등 분당사태가 가시화하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대선에서 연대할 그룹으로 거론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시민운동을 비롯한 진보개혁진영 내부에서는 이들의 행보를 둘러싼 또 다른 차원의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진지전이냐, 기동전이냐
한 시민단체는 최근 내부토론회를 열고 일부 시민운동가들의 미래구상 참여 문제를 둘러싼 토론을 진행했다.
한 관계자는 "지금은 시민사회의 모든 전력을 대선에 집중해 기동전을 펼 시기가 아니라 시민운동에 남아 진지전을 준비해야 한다"며 "대선에서 실패한다면 그나마 힘든 사회운동도 생존하기 어려운 조건에 처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됐다"고 전했다. 미래구상에 참여하는 것보다 시민운동에서 더 깊이 뿌리내려야 한다는 주장이 우세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 단체는 소속 활동가들이 개별적으로 미래구상에 가입하는 것에 대해서는 막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영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분담론'을 주장했다. 김 처장은 지난 9일 민주사회정책연구원에서 주최한 '대선의 성격과 전망, 대응방향'이란 토론회에 참석해 "시민운동이 분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단일대오를 형성해 정치적 역할을 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현장 시민운동이 이번 대선에서 직접적인 정치개입 전략을 선택할 가능성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정당운동과 사회운동은 구별할 필요가 있다"며 "지금은 정당다운 정당을 제대로 건설하는 게 중요하고, 시민사회운동은 오히려 현장을 지키면서 대중과 만나고 낡은 운동방식을 진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 역시 "미래구상은 대선에 직접 개입해 '협의의 정치'에 포함되고자 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이는) 기존 시민운동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협의의 운동'과 분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미래구상도 시민운동과 정치운동의 선긋기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지금종 전 문화연대 사무총장은 "새로운 정치운동은 정치와 어느 정도 간격을 유지해온 기존 시민운동과 다르다"면서 "시민들이 직접 정치에 참여하거나 개입해 수구보수세력의 집권을 막는 것이 우리 목표"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래구상으로서는 진보적인 시민운동을 해온 인사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절실한 실정이다. 미래구상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시민운동의 정치세력화' 등에 대한 우려 때문에 직함을 걸고 참여하기를 꺼려하는 인사들의 역할이 필요한 것이다.
미래구상이 2~3월 중으로 각 지역과 분야를 망라한 사회운동단체 등과 함께 별도 조직인 '행복한 나라 만들기 정책네트워크'를 구축하려는 것도 이 같은 고민의 산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