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미, 저어새, 그리고 가창오리가 한 곳에

창원 주남저수지에서 만나는 희귀조류들

등록 2007.02.06 10:50수정 2007.02.07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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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주남저수지 전경.

주남저수지 전경. ⓒ 박정민

사람이 '만든' 추천 1순위 철새도래지

올 겨울, 한 달에 한 곳씩 주요 철새도래지를 찾아 소개하고 있는 기자의 세 번째 방문지는 경남 창원시 동읍에 위치한 주남저수지입니다. 천수만, 금강 하구와 함께 명성이 자자한 3대 철새도래지이자 개인적으로는 초보자와 가족단위 탐조객에게 가장 앞서 추천하고 싶은 곳이기도 합니다.


@BRI@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가까이에서 새를 관찰하기에 더 쉽습니다.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고성능 망원경은 물론 육안으로도 상당히 가까운 거리에서 새들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주남저수지가 확실히 더 유리해보입니다.

둘째, 다양한 희귀조류들이 있습니다. 이쯤에서 제목에 적힌 이름들을 정정해야겠군요. 정확하게는 재두루미와 노랑부리저어새입니다. 이들을 이처럼 가까운 거리에서 지켜볼 수 있는 장소는 대한민국 땅을 통틀어 드물지 않을까 합니다. 가창오리, 큰고니, 개리, 황조롱이, 큰기러기 구경도 별로 어렵지 않습니다(이들은 하나같이 천연기념물 내지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입니다).

a 노랑부리저어새 무리. 천연기념물 205호이자 멸종위기종 1급입니다. 이처럼 가까운 거리에서 저어새류를 관찰할 수 있는 곳은 매우 드뭅니다.

노랑부리저어새 무리. 천연기념물 205호이자 멸종위기종 1급입니다. 이처럼 가까운 거리에서 저어새류를 관찰할 수 있는 곳은 매우 드뭅니다. ⓒ 박정민


a 운이 좋으면 재두루미의 우아한 비행 장면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썩 운이 따르지 않는다 해도 망원경으로 100마리 가량의 재두루미가 갈대섬에서 쉬고 있는 모습 정도는 늘 볼 수 있습니다. 재두루미는 천연기념물 203호이자 멸종위기종 2급입니다.

운이 좋으면 재두루미의 우아한 비행 장면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썩 운이 따르지 않는다 해도 망원경으로 100마리 가량의 재두루미가 갈대섬에서 쉬고 있는 모습 정도는 늘 볼 수 있습니다. 재두루미는 천연기념물 203호이자 멸종위기종 2급입니다. ⓒ 박정민

희귀 겨울철새들의 사파리라고 불러도 좋을 법한 주남저수지는 사실 여러 측면에서 사람에 의해 조성된 철새도래지입니다. 무엇보다도 이곳은 1920년에 만들어진 인공저수지입니다. 농업용수 공급과 홍수조절을 위해 축조되었다고 하지요.

철새도래지로 각광을 받게 된 것 또한 결과적으로는 사람에 의해서입니다. 경남 지역 최대의 철새도래지이던 을숙도가 개발로 파헤쳐지자 그곳을 찾던 새들 중 상당수가 이리로 옮겨온 것으로 알려져있기 때문입니다.

현재의 수준이 유지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곳에서 새들을 유난히 가까이 관찰할 수 있는 이유의 하나는 지역민들의 노력입니다. 97년부터 해마다 철새 먹이주기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새들이 사람에 대한 경계심을 많이 푼 것이지요. 불과 10여 미터 앞까지 다가가도 도망갈 생각을 않는 기러기떼란 며칠에 한 번씩 새를 찾아다니는 기자에게도 적잖이 특이한 경험이었습니다.


세 개의 저수지

흔히 '주남저수지'로 통칭하지만, 정확하게 이 일대에는 3개의 저수지가 옹기종기 모여있습니다. 대표적인 곳은 용산저수지로도 불리는 협의의 주남저수지로, 주요시설도 이곳에 모여있을 뿐 아니라 새들도 가장 많아 탐조 조건이 제일 좋습니다.


a 아름다운 수변경관을 자랑하는 동판저수지.

아름다운 수변경관을 자랑하는 동판저수지. ⓒ 박정민

주남으로 가는 진입로 오른쪽으로 위치한 것은 동판저수지입니다. 마치 주산지처럼 저수지 안에 버드나무들이 자라고 있어 경관은 가장 빼어납니다. 그러나 주남보다 새가 더 많았던 이곳 바로 옆에 군무원아파트가 들어선 뒤로는 새들이 그만 주남 쪽으로 옮겨가버렸다는군요. 지금은 새의 숫자나 종류 모두 주남을 따라가지 못하는 듯합니다.

끝으로 주남의 저 안쪽으로 산남저수지가 이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찾아가기에도 멀고 예전부터 별로 매력적인 탐조 코스는 못 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니 생략하셔도 좋겠습니다.

가장 먼저 찾아볼 만한 곳은 역시 주남 쪽입니다. 일대에서 새들이 가장 많이 모여있는 갈대섬, 갈대섬을 관찰할 수 있는 망원경 시설, 전망대, 생태학습관, 탐조미로, '다친 새들의 쉼터'가 모두 한 곳에 모여있습니다. 전망대 부근을 중심으로 천천히 걸어다니며 탐조를 하는 것만으로도 아쉬움 없는 발걸음이 될 듯합니다.

a 주남저수지 갈대섬 앞의 전망대와 탐조시설들. 비치되어있는 여러 대의 고성능 망원경은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주남저수지 갈대섬 앞의 전망대와 탐조시설들. 비치되어있는 여러 대의 고성능 망원경은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 박정민


a 한국조류보호협회 창원시지회가 운영하고 있는 '다친 새들의 쉼터'에서 가료 중인 독수리. 아이들에게는 더없는 구경거리 중의 하나입니다.

한국조류보호협회 창원시지회가 운영하고 있는 '다친 새들의 쉼터'에서 가료 중인 독수리. 아이들에게는 더없는 구경거리 중의 하나입니다. ⓒ 박정민

초보자와 가족단위 방문객이라면 생태학습관도 빼놓지 마시기를 권합니다. 2004년 7월에 새로 개관한 시설인데, 단층으로 아담하게 지어진 것도 마음에 들거니와 본격 탐조를 하기 전에 몸풀기 예습을 하기 좋도록 잘 준비되어 있습니다(입장료 500원).

날씨가 좋고 시간 여유가 있다면 동판저수지의 일부 구간이라도 거닐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네모반듯한 주남과 달리 아기자기한 경관이 주는 운치는 이쪽이 한결 낫습니다. 주남에서는 새를, 동판에서는 경관을 중심으로 감상거리를 찾는 것이 요령이겠군요.

a 주남저수지 입구에 위치한 생태학습관.

주남저수지 입구에 위치한 생태학습관. ⓒ 박정민


a 생태학습관 내부.

생태학습관 내부. ⓒ 박정민

성공적인 람사 총회를 기대하며

이런 탐조 명소이건만 유감스럽게도 천수만이나 금강 하구와 달리 철새 페스티벌은 생략하고 말았습니다. 다름 아닌 조류독감 때문인데요. 2006년 12월 23~31일에 걸쳐 '주남 철새 탐조축제'를 개최할 계획으로 한창 준비를 하던 중 조류독감 문제가 여기저기서 터진 탓에 부득이하게 취소했다고 합니다.

행사를 준비했던 당사자들은 물론 기대에 부풀었던 많은 탐조객들도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던 기억입니다. 하지만 실망을 빨리 털고 더 큰 행사를 차곡차곡 준비해야겠지요. 바로 2008년 10월 말에 이곳 창원에서 개최되는 제10차 람사 총회 이야기입니다.

'환경올림픽'으로 불리는 람사 총회의 개최지로 창원이 선정된 데 주남과 인근 창녕 우포늪의 존재가 지대한 역할을 했으리라는 점은 불문가지입니다. 벌써부터 해외의 조류전문가들이 틈틈이 다녀가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어디에서도 쉽게 보기 힘든 갖가지 희귀조류 앞에서 대만족을 표시하고 갔다니 기자도 괜히 흐뭇합니다.

a 모터보트를 이용한 낚시행위는 주남저수지 새들의 안정적인 서식을 방해하는 악영향 1순위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사람이 조용히 다가가려고 애를 써도 금세 날아가버리곤 하는 새들입니다. 요란한 모터보트가 저수지 안을 온통 휘젓고 다니는데야 더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모터보트를 이용한 낚시행위는 주남저수지 새들의 안정적인 서식을 방해하는 악영향 1순위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사람이 조용히 다가가려고 애를 써도 금세 날아가버리곤 하는 새들입니다. 요란한 모터보트가 저수지 안을 온통 휘젓고 다니는데야 더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 박정민

이제 내년 10월이 지나면 주남과 우포늪은 '한 번 구경갈 만한 곳'의 차원을 넘어 세계적인 생태명소가 됩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무엇보다도 지역민들이 확실하게 인지해야 할 것으로 봅니다.

행사 자체의 준비는 물론, 여전한 불법어로행위 등 해결되지 않은 몇몇 문제들이 있기도 해서입니다. 창원시의 더욱 각별한 노력과 함께 온국민의 관심 또한 기대해봅니다.

a 방학을 맞아 주남저수지를 찾은 꼬마탐조객들.

방학을 맞아 주남저수지를 찾은 꼬마탐조객들. ⓒ 박정민


주남저수지 찾아가는 길

교통: 기차는 부산에서 경전선을 갈아타야 하므로 번거롭습니다. 고속버스로 마산터미널이나 창원역에 도착한 후 바로 앞에서 시내버스로 갈아타면 입구까지 갈 수 있습니다.

40, 41번은 저수지 입구에서 내려 15분 가량 걸어들어가야 하고, 42번과 창원역 앞에만 서는 마을버스 1번은 바로 앞까지 닿습니다. 배차간격이 길기 때문에 조금 걷더라도 먼저 오는 차를 타는 것이 좋습니다.

숙식: 인근 동읍 읍내(용잠삼거리 정류장)에도 여관이 있지만 아무래도 창원역 등 시내로 나오는 편이 숙소사정은 더 낫습니다. 식당은 저수지 입구 쪽에 여러 곳이 있습니다.

사이트: 주남의 생태사진가로 여러 권의 책도 낸 바 있는 최종수 님의 사이트에서 다양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습니다.

기타: 버스로 몇 정류장 전에 천연기념물 164호 '신방리 음나무 군락'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찻길 바로 옆에 버티고 서 있는 700년생 음나무 다섯 그루도 놓치지 마시기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유포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유포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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