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질 좋은 소고기처럼 마블링이 좋은 돼지 막창.나영준
"아, 이 자식은 귀한 걸 줘도 안 먹네. 너 이거 얼마짜린 줄 알아? VIP한테도 안 내놓는 거야, 임마."
친구는 갑갑하다는 듯 한숨을 내쉬기 일쑤였다. 10여 년 전, 친구는 제법 커다란 한식집의 지배인이었다. 고위 공무원이나 땅 부자들이나 되어야 드나든다는 그곳의 주 메뉴는 생등심, 꽃등심 등 소위 1등급 한우였다.
@BRI@어린 시절 술맛을 알게 해준 친구. 무슨 이야기를 나누어도 온 밤이 즐거운 술벗, 친구는 일이 끝난 밤이면 연락을 하곤 했다. 정성을 들여 차린 술상, 고기는 물론 최상급이었다. 문외한의 눈에도 흰 눈이 내린 듯 촘촘히 박힌 마블링(근내지방도). 가격은…. 제 값을 치르자면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였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내가 몇 점 먹지 않는 것이 문제였다. 지금도 별다르지 않지만 두툼한 소고기는 '내 과'가 아니다. 딱히 고기를 싫어하는 것도 아니지만, 좋다고 덤벼들게 되질 않는다. 친구는 그게 불만이었다. 정말 미안했지만 입맛에 맞지 않는 데는 도리가 없었다.
몇 년 뒤 친구가 그곳 일을 그만두었을 때 시장 좌판 한구석에서 술잔을 기울였다. 흰 눈이 나풀거리던 날이었고 술은 입에 착착 감겨왔다. 그리고… 그날의 안주는 거칠고 투박한 돼지 막창구이였다. 술이 넌지시 오를 때쯤 친구는 고백했다.
"거기 소고기가 비싸고 귀한 편이니까 챙겨주려고 그랬던 거지. 사실 내 입에도 별로더라. 나중엔 나도 삼겹살이니 곱창 사다 구워먹고 그랬어. 고기는 돼지 아니겠냐. 한잔 먹자, 오늘 막창 죽인다!"
돼지막창 집은 늘 불편해야만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