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시,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 변질 우려

마을회관 부지 변경으로 사업지연... 주민들에게 책임 전가

등록 2007.02.07 12:05수정 2007.02.07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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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당초 기본계획에 종합교류시설을 신축하기로 하고 다리를 놓았다. 하지만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도중에 공주시(시장 이준원)가 갑작스럽게 장소를 변경하겠다고 해 그 배경이 궁금하다. 사진은 당초 교류시설을 신축하기로 한 땅이다.

당초 기본계획에 종합교류시설을 신축하기로 하고 다리를 놓았다. 하지만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도중에 공주시(시장 이준원)가 갑작스럽게 장소를 변경하겠다고 해 그 배경이 궁금하다. 사진은 당초 교류시설을 신축하기로 한 땅이다. ⓒ 윤형권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이 당초 취지와는 다르게 변질될 우려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지방자치단체가 이 사업의 추진과정에서 당초 계획한 대로 추진하지 않을뿐더러 다른 계획을 꾸미느라 사업이 지연되자 마을 주민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어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BRI@'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하는데, 이러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곳은 공주시 계룡면 양화리 '양화권역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이하 농촌사업)' 현장이다. 농촌사업은 정부가 5년간 총사업비 54억 4천만 원을 투입하는 대규모 사업으로, 지난 2005년부터 시작해 2007년 현재 약 15% 정도 추진하고 있는 상태다.

농촌사업의 기본계획은 주민들이 스스로 의견을 내서 만들었다. 양화리 주민들의 역량이 결집된 계획이다. 기본계획에서부터 양화리 주민들과 공주시, 그리고 한국농촌공사가 머리를 맞대고 여러 차례 수정을 거듭한 끝에 만들어낸 작품이다. 이렇게 세운 사업계획은 2006년 8월 충남도의 승인과 같은 해 9월 공주시(시장 이준원)가 시행계획을 고시함으로써 주민들의 부푼 기대와 환호 속에 닻을 올렸다.

양화리 마을회관과 공동화장실 신축과 주차장시설을 위해 교량이 만들어졌고, 건강관리실과 보건진료소 신축사업이 발주되는 등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그런데 지난해 말 공주시는 갑자기 이 사업의 일부를 중지하고 계획을 변경한다고 해 양화리 주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마을회관 등 종합교류시설 신축의 장소 변경과 주민소득기반사업인 미생물과 황토를 이용한 친환경가축사료제조사업의 검증 및 변경 등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공주시가 당초에 세운 기본계획은 주민들이 마련한 양화리 157번지 일대 2천여 평의 부지다. 이곳에 마을회관과 공동화장실, 공연 및 농산물 간이판매시설 등과 주차장을 짓기로 하고 이를 위해 교량까지 신축했다.

하지만 갑자기 장소를 변경하기로 한 곳은 양화리 148-6번지 일대 3천여 평의 논이다. 애초 계획한 부지에서 불과 150여 m 떨어진 곳으로 대한불교 조계종 소유의 땅이다.


사업 부진한 이유가 주민들 간의 갈등 때문이라고?

공주시가 사업을 시작해 이미 15%의 공정을 진행시킨 상태에서 장소를 변경하려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지난 1월 29일 양화권 농촌사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양화리 주민들을 만났다. 다음은 농촌사업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E아무개씨의 말이다.

"장소를 옮길 이유가 없다. 건물을 짓기 위해 종중 땅을 영구 임대하거나 20년간 빌렸다. 교량도 2억여 원을 들여 새로 놓았다. 회관이나 공중화장실을 짓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 땅에 사업승인까지 해놓고 이제 와서 변경하려고 하는 것을 이해 할 수가 없다."

이어서 그는 "소득기반사업도 재검토하겠다는데 이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검증을 해봐야 한다고 그러는데, 인접한 지자체에서는 이미 제품을 생산해 축산농가에 보급해 호평을 받고 있다"며 사업의 시행단계에서 변경하겠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 못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양화리 마을주민들의 반발에 대해 지난 1월 29일 이준원 공주시장은 장소변경을 검토하고 있는 것 대해 다음과 같이 해명했다.

"수십 억이 들어가는 큰 사업이라서 계획을 잘 세워보자고 하는 취지(변경 검토에 대해)다. 계룡산을 둘러싸고 있는 세 곳(동학사, 갑사, 신원사) 중 신원사가 가장 낙후된 관광지다. 신원사를 개발하려면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데, 농촌사업과 연계하면 시너지효과도 있을 것이다."

공주시장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의 반발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불에 기름을 부은 듯 양화리 주민들이 분노하고 있는데 그럴만한 사건이 또 발생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23일 사업 지연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농림부의 한 관계자가 양화리 마을회관을 방문해 주민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농림부 관계자와 주민들과의 대화에서 나타난 사실은 놀랍게도 공주시가 사업지연의 원인을 양화리 주민들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업이 지지부진한 것이 주민들 간의 갈등이라는 공주시의 주장이 사실인가?"라는 농림부 관계자의 질문에 대해 양화리 주민들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주민들은 사업 성공을 위해 똘똘 뭉쳐 있다고 답변했다"며 당시 간담회에 참석했던 E아무개씨가 전했다.

"공주시는 농림부 사업과 문화관광부 사업을 혼돈하고 있다"

공주시가 이처럼 궁색한 변명을 대면서까지 사업변경을 시도하고 있는 속사정은 뭘까?

신원사 경내에는 매점 8곳이 있는데, 신원사는 이들을 절 바깥인 현재 버스승강장이 있는 주차장으로 이주시키려는 계획이 있다. 이들을 이주시키려면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데, 때마침 농촌사업이 신원사가 있는 계룡면 양화리로 선정됐다. 지금의 이준원 공주시장취임 전인 오영희 시장 때의 일이다.

이준원 공주시장이 2006년 7월 3일 새로이 취임했다. 그리고 같은 해 8월 농촌사업이 충남도로부터 사업승인을 얻고, 9월에 이 사업의 시행을 알리는 시행계획고시에 이준원 시장이 결재했다. 이 시행계획에는 양화리 주민들이 마련한 157번지 교류시설 신축이 포함됐다. 이어 공주시는 건강관리실과 보건진료소 등 신축사업을 발주하기에 이른다. 이때가 10월이다.

농촌사업이 본격적으로 꼬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1월부터다. 이준원 공주시장이 농촌사업 중 교류시설 장소를 재검토하라는 지시를 갑자기 내렸다. 지난 1월 29일 이 시장은 그 이유에 대해 "공주시와 신원사는 경내에 있는 8개의 매점을 절 밖으로 이주하면서 농촌사업과 연계시키면 예산이 절감될 것이라는 판단"에서 였다고 밝혔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농촌사업과 신원사 관광개발을 연계시키겠다는 공주시의 계획에 대해 양화리 마을 주민들은 "한마디로 말해 '떡 본 김에 제사 지내겠다'는 발상"이라며 비난하고 있다.

공주시의 행정에 대해 농림부의 한 관계자는 "농촌사업을 축소하거나 철회시킬 수도 있다"며 "농림부 사업과 문화관광부 사업을 혼돈하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현재 공주시는 유구읍과 정안면에 농촌사업과 같은 사업을 따내려고 신청 중에 있다. 농촌사업 추진과정에서 일관성 없이 우왕좌왕하는 공주시에게 어떤 결과가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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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깎는다는 것은 마음을 다듬는 것"이라는 화두에 천칙하여 새로운 일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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