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 대표회장 이용규 목사는 한기총과 같은 뜻있는 단체들이 나라를 지켜야한다고 주장했다.신철민
-한기총 대표회장에 당선된 걸 축하한다. 소감 한마디 부탁드린다.
"올해는 대선이 있는 국가적으로 아주 중요한 해다. 이런 상황에서 한기총 대표회장이라는 막중한 사명을 받게 됐다. 하나님의 능력에 의지해 맡은 사명을 잘 감당하겠다."
-올해 중점 사업에는 어떤 것이 있나.
"올해가 1907년에 있었던 평양대부흥운동 100주년을 맞는 해다. 당시의 영성을 잘 이어받아 회개와 갱신을 통한 한국교회의 도덕성 회복 운동에 가장 역점을 두려고 한다. 또 한국교회가 하나 되는 연합과 화합 운동도 중요하다. KNCC는 우리와 이념도 다르고 제도나 체제도 다르다. 그러나 잘 협력하려고 한다. 이와 함께 36개 지역에 있는 교회연합회와도 협력 관계를 맺으려 하고 있다.
교회의 사회적 책임을 감당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사업이다. 분명히 말하지만, 한국교회는 절대로 정치권력에 가담하거나, 시녀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정교분리를 얘기하며 사회적 책임에 무관심해서도 안 된다. 그것은 직무유기다.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도하고, 우리나라가 잘 되도록 올바른 방향을 잡는 일에도 힘서야 하지 않겠나.
개정 사학법 재개정과 관련해 지난해 KNCC가 중재안을 내놨다. 그 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KNCC는 지난해 개방형 이사의 추천권을 종교 사학의 경우 그 사학과 같은 종단에 주자는 중재안을 낸 바 있다-편집자 주)
KNCC가 그런 중재안을 내놨다는 것 자체가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한기총은 개정 사학법의 전면 재개정을 원한다. 개방형 이사제는 물론이고, 임원승인취소사유 확대와 임시이사의 파송요건 완화, 대학평의원회의 심의권 등은 사학의 기본권은 물론 자율권도 침해하는 요소다. 한마디로 독소조항이다. 이 조항을 빼면 우리는 대환영이다. 그리고 이 부분을 없애기 위해 투쟁하는 것이다. 내일 모레(2월 9일) 노무현 대통령과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만난다고 하는데, 거기에 기대를 걸어볼 참이다. 2월 임시국회 때 반드시 통과되어야 한다."
-사학법이 개정되면 종교 사학에서 종교교육을 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데, 사학법과 종교교육은 전혀 관련이 없는 것 아닌가.
"서울시 교육청 교육감이 일선 학교에 내린 공문을 보면 각 학교에서 예배를 못하게 하고, 성경을 못 가르치게 했다. 상황이 이런데 그냥 묵과할 수만은 없다. 사학법 개정과 종교교육은 아무런 상관도 없다고 말하는데,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
-2월 임시국회에서 개정 사학법의 재개정이 안 된다면 그 다음 행동은.
"더욱 극렬하게 투쟁할 것이다. 개방형 이사를 받으면서 학교를 운영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폐교도 불사한다고 하는 것이다. 이미 많은 목사들이 삭발을 했지만, 이번에 재개정이 되지 않으면 그 수위는 더 높아질 것이다."
-개방형 이사 한 두 명이 그렇게 문제가 될까.
"그것은 매우 안일한 생각이다. 전 세계를 이끌고 있는 것도 수 십 억 인구 중 소수에 불과하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흐린다고 하지 않나. 기독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이 개방형 이사로 들어와 학교를 운영하는 것은 안 된다. 절대 반대다."
-사회복지법인의 공익이사제도 도입도 반대하고 나섰다.
"사회복지법인의 65%가 기독교인이 하는 것이다. 그런데 거기에도 개방형 이사를 넣는다고 한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렇게 되면 앞으로 기독교는 사회복지와 관련된 사업을 할 수 없다. 그것도 절대 반대다.
-올해는 대통령선거가 있다. 벌써부터 일부 개신교계에서는 장로 대통령론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한 한기총의 입장은 어떤 것인가.
"그동안 한국교회는 정치와 관련해 기도만 했다. 그러나 이제는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그렇다고 정당에 가입하거나 특정 후보를 지목해서 지지하거나 그런 것은 하지 않을 것이다. 한기총이 그런 일을 한다는 것은 내 입장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정책 포럼은 열 것이다.
정책 포럼을 통해 한국교회가 필요로 하는 정책이 무엇인가 집약해서 각 대선 후보들에게 알릴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요구하는 정책들을 얼마나 자신의 정책으로 수용할 것이냐, 대통령이 된 다음 어떻게 정책을 실현할 것이냐하는 문제들을 검증할 것이다. 국민들에게 각 후보의 성향은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될 경우 다른 이익 단체와 다른 점이 없지 않는가.
한기총은 이익 단체하고는 상관없다. 그런 관계에 얽매여 이리 움직이고 저리 움직이는 한기총은 생각해본 적도 없다.
지난 1992년 대선에서 김영삼 장로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개신교계가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런데 오히려 그 대통령이 사회의 많은 혼란을 일으켰는데, 거기에 대한 개신교계의 반성이 먼저 있어야 하는 건 아닌가.
1992년 대선 당시 한국교회 전체가 김영삼 씨를 지지하지 않았다. 당신들이 김영삼 씨를 대통령으로 세워놓고 후에 평판이 좋지 않으니까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고 말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김영삼 씨가 장로라 기대는 했지만, 나중에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래서 실망한 것도 사실이다.
평양대부흥운동100주년기념행사를 한국교회 하나의 이름으로 치르기로 했다. 그러나 너무 대형교회와 대형교단 중심으로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대형교회나 대형교단만 행사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한기총에 가입한 교단이 62개다. 또 KNCC에 가입한 교단도 있다. 이 정도면 거의 대부분을 아우를 수 있다고 본다. 한기총과 KNCC처럼 역사와 이념, 제도가 다른 두 단체가 하나가 돼 100주년 행사를 치른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발전이고 진전이다."
-원래 로드맵 대로라면 KNCC와의 기구통합이 올해 이루어져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잘 안 되는 것 같다.
"한기총과 KNCC가 로드맵을 작성할 당시 내가 3인창구위원회로 활동했다. 그래서 내용을 잘 안다. 그러나 로드맵 작성 당시 연합 활동에 소원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연합 운동이 중단된 건 아니다. 계속해서 발전하고 성숙한 모습으로 나아가고 있다. 잘 될 거라 본다.
-최근 개교회 목사의 성문제나 재정 문제 등 비리가 많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은.
"목사나 장로가 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철저하게 거듭나는 생활이 중요하다. 성경의 본질로 돌아가는 것이 시급하다. 한국교회가 그동안 물량주의로 많이 성장했다. 점점 비대해지면서 세속화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보니 이런 일 저런 일도 생긴다. 철저한 회개와 갱신 운동을 통해 재부흥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종교가 타락하면 사회가 어두웠다. 성문제나 재정 비리 등 지저분한 얘기들이 나오지 않도록 뼈를 깎는 저기 정화 운동이 필요하다. 이것이 시대적 요청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기총이 먼저 목회자윤리강령을 제정할 생각은 없는가.
"각 교단별로 목회자윤리강령을 제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기총 역시 임원회도 있고 실행위원회도 있으니까 문제 제기가 있으면 제정할 생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