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대권주자인 이명박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가 지난 1월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서울시당 당사이전식 및 신년인사회에서 나란히 서서 참석자들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지지율 조정 국면에서 네거티브 캠페인이 위력을 발휘할 지도 주목할 부분이다.
특정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할 때는 네거티브 캠페인이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지만, 지지율이 정체 내지 하락하는 국면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한귀영 KSOI 연구실장은 "본격적인 조정기에 접어들어서 재산이나 부동산 등 국민정서를 자극하는 악재가 불거지면 후보에게 상당한 타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이 최근 박근혜 의원 측근들의 네거티브 공세에 예민하게 반응한 것에 대해 이런 기류를 의식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 전 시장이 10일 발표한 '당원들에게 보내는 글'도 처음에는 '설 연휴 인사' 정도로 가볍게 준비됐지만, 박근혜 캠프쪽의 정인봉 변호사 때문에 네거티브 공세에 정면대응을 하겠다는 기조로 바뀌었다는 후문이다.
정 변호사는 9일 "이명박 전 시장의 도덕성을 검증하는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말했다가 박근혜 의원 등의 만류로 인해 기자회견을 무기한 연기한 상태다. 이명박 캠프의 정태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해놓고 이런 식으로 의혹이 있는 것처럼 흘리는 게 더 문제"라며 "앞으로는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이회창 대세론'이 허무하게 무너져버린 2002년의 악몽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이 전 시장은 이에 대해 "2002년 대선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국민에게 용서받지 못할 정도의 도덕적 하자가 있어서 패했나? 후보가 유언비어로 만신창이가 되는 동안 당은 무력하기 짝이 없었다"며 당에 책임을 돌리기도 했다.
대권 가장 가까이에, 그러나 이제부터 '본 게임'
그러나 마치 이회창씨의 '빌라 게이트'나 '손녀 원정출산', 아들들의 병역면제 의혹 등이 국민들의 공분을 살 만한 사안이 아니라는 주장으로도 들리기 때문에 그의 발언은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양상훈 <조선일보> 논설위원은 7일자 칼럼에서 "당시 정당팀장으로 취재했던 필자는 빌라 게이트가 2002년 대선에서 한 분수령이었다고 믿는다, 우리 국민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을 건드렸기 때문"이라며 "이회창 후보는 당시 지지율 1위였지만 많은 보수적인 사람들조차 그 때 이 후보를 다시 보았다"고 썼다.
한나라당의 핵심 당직자도 "지금의 강재섭 대표를 비롯해 한나라당의 율사 출신 의원들이 그 때 한꺼번에 검찰청사로 찾아가 병풍 수사 중단을 요구하지 않았냐?"며 "당에서는 할만큼 했지만, 이 후보가 국민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는 게 정설"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명박 캠프는 이 전 시장을 겨냥한 검증론을 '정치공작'으로 일축하고 있다. 이 전 시장을 둘러싼 갖가지 풍문에 대해서도 대응 논리를 충분히 준비해놓았다는 게 캠프의 설명이다.
이 전 시장은 지금으로서는 차기 대통령 자리에 가장 근접한 인물이다. 그러나 그가 당 내외에서 불어닥칠 '검증'의 파고를 헤쳐나갈 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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