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염색한 스카프...촌지의 의미를 생각하다

대안중학교에서 받은 깜짝 놀랄 대안(?) 선물

등록 2007.02.14 10:40수정 2007.02.14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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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성지송학중학교에 보냈던 딸을 찾아왔습니다(?)

지난 2004년 3월 성지송학중학교에 입학한 04학번 중 한명이었던 강수희를 3년 만에 되찼아 왔습니다. 처음 학교에 아이를 보내고 아이가 무척이나 보고 싶었던지 우리 부부는 한달 반을 앓았다. 왜 아픈지도 몰랐는데 아이가 가정학습으로 돌아오면 아픈 게 나았던 걸 보면 그게 수희 때문이었음을 우리는 알게 되었습니다.

1학년은 멋 모르고 지내면서 세상의 자유와 즐거움에 취했던 아이. 지리산 등반, 서해안 순례, 중국해외이동수업, 문화제....그리고 2학년 기간 내내 사춘기를 겪어 외롭고 힘들어하던 시기. 전학해 달라고 그렇게 조르던, 언제는 교복을 입고 싶다하여 교복 들고 학교에 간 적도 있었지요.

해외이동수업을 앙코르와트로 다녀와서 거기에 있는 아이들이 너무나 가여워 눈물 흘리고 슬퍼했던 아이, 세상이 어떤지를 배워 왔었구요.

2006년 3학년이 되어서는 큰 언니답게 동생들도 잘 챙겨주고 자신의 미래를 고민하던 모습이 대견스러웠었습니다. 일본으로 해외이동수업을 다녀온 후 아이는 더 이상 아이가 아니었습니다. 한 사람의 분명한 인격체였으며 부모인 나로서도 배울 점들이 보이기 시작하였습니다.

2007년 2월 9일. 어제는 운영위원장으로서 나의 딸 강수희에게 졸업생에게 주는 상을 수여했습니다. 쑥스럽고 무안하기도 했습니다. 그 모습은 고스란히 사진에 남아있겠지요.

그러나 그 상은 사실 강수희와 함께 졸업한 모든 성지송학중학교 04학번들에게 학부모의 대표로서 일일이 한 명씩 주고 싶었습니다.

"애들아 참 잘 커주었고, 잘 졸업해 주어서 고맙다"

아울러 우리 아이들을 잘 가르쳐 주신 교장선생님, 담임선생님, 학과선생님, 그리고 행정실장님, 주사 선생님, 영양선생님, 어머니들, 그리고 특성화과목선생님들께도 정말 고마운 말씀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졸업식장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리던 졸업생들 한명, 한명을 앞에 세우시고 일일이 축사를 해 주신 교장선생님께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뜨거운 졸업식을 작년에 보고, 올해 더욱 감동 깊게 접하고 보니 지난 3년 참, 잘 자란 아이들에게 다시 한번 졸업 축하드립니다.

졸업생 학부모님께도 3년 동안 같은 동급학부모로서 서로 의지하고 도와주신 점을 감사드립니다. 함께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이제 성지송학중학교가 나날이 발전하길 빕니다. 후배 학부모님들께 많은 것 전해주지 못하고 바람처럼 떠나게 되어 너무나 미안한 마음이 큽니다. 아무쪼록 부족한 선배학부모들 너무 흉보지 마시고 좋았던 추억 많이 간직해 주시길 빕니다. 성지 송학중학교 5회 졸업생의 졸업을 함께 축하드립니다.-5회 졸업생 강수희 아빠 올림


전남 영광의 대안학교인 성지송학중학교는 2002년에 개교하여 올해 5회째 졸업생을 배출한다. 그저 식순에 맞추어 상장을 주고받는 졸업식이 아니라 졸업생 한명 한명의 특성과 꿈에 대해서 말하고 앞날을 축복을 해주는 행사로 잘 알려져 있다. 눈물 한 방울과 꿈 한가득 담은 채 올해 졸업식도(2월 9일) 아주 잘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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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장갑을 끼고 손수 염색하는 부모님들 ⓒ 강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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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색을 마치고 기뻐하시는 학부모님 ⓒ 강민구


@BRI@뭔지 모를 기분을 가지고 교무실에 와보니 선생님들 책상마다 한지로 만들어진 작은 상자가 놓여 있었다. 언제 어디서나 선물은 기분이 좋은 것이기에 풀어보았더니 그 속에서는 정말 진정한 촌지(?)가 있었다. 천연 염색한 스카프 한 장. 감동과 고마움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졸업식을 의미 있게 준비하던 학부모님들이 3년 동안 아이들과 함께 울고 웃었던 선생님들의 노고를 위해 자그마한 선물을 준비한 것이었다. 물질만능주의와 함께 촌지로 떠들썩했던 교육계. 학부모님들이 직접 염색한 스카프 한 장은 다시 한번 촌지의 의미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예전에 가정방문을 가면 어머니들은 계란 한판 또는 참기름 한 병에 뜻을 담아 보냈다. 언제부터인가 흰 봉투 속 현금으로 변해가던 우리의 모습이 참으로 안타까웠다. 이런 아름다운 촌지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진다면 예전의 소박하고도 정이 넘치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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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상자속의 글 한줄 ⓒ 강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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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무실 책상 위의 스카프 한 장 ⓒ 강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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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화중학교(대안학교)에서 일어나는 교육을 누구보다 사실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작은 학교지만 어느학교보다 내실있는 프로그램을 얘기하고 자랑하고 싶어서 가입했습니다. 글은 학교와 교육 그리고 환경에 관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물론 능력이 된다면 더 많은 분야에도 다양하게 넓혀가고싶은 욕심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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