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를 등에 업고 복수초를 심은 화분을 씻고 있는 할머니최종수
@BRI@사계절은 서로 나누는 자연의 신비를 가르쳐줍니다. 봄은 씨앗을 따뜻하게 품어서 싹이 트게 하고 그 싹을 푸르게 키워줍니다. 여름은 봄이 가꾸어준 잎들을 더 푸르게 하고 가지마다 꽃들을 피우게 합니다. 물론 봄에 피는 꽃들도 있지만 여름은 꽃이 진자리에 맺은 열매를 무럭무럭 자라게 합니다.
가을은 여름이 키워준 가지를 세찬 바람에도 부러지지 않게 단단하게 성장시키며 열매를 풍성히 무르익게 합니다. 겨울은 열매들이 오는 봄에 싹이 잘 날 수 있도록 휴식을 취하는 겨울잠을 나누어줍니다. 이처럼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은 서로가 서로에게 나누어줌으로써 생명의 신비를 키우고 무르익게 합니다.
섬진강댐을 발아래 두고 사는 형님 댁을 방문했습니다. 서울의 한 지인이 야생초를 좋아하는 나에게 야생초에 관한 책을 보내주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가 답장을 못했는데, 이제 막 피기 시작한 복수초 화분을 답장 대신 보내려고 합니다. 형수님은 노랑 복수초가 검정 화분에 어울릴 거라며 할미꽃을 심어 놓은 화분을 비웁니다. 수돗가에서 수도꼭지를 틀자 호수에 얼어붙은 얼음덩이들이 화분으로 떨어집니다. 등에 업혀 있던 손녀가 "와! 고드름이네!" 신기한 듯이 탄성을 지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