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무리한 요구가 전화위복"

천영우 6자회담 수석대표 2·13합의 뒷 얘기

등록 2007.02.16 17:22수정 2007.02.16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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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영우 6자회담 한국 수석대표.
천영우 6자회담 한국 수석대표.오마이뉴스 김태경

6자회담 한국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16일 "북한이 중유 100만 톤을 원하는 등 무리한 요구를 한 것이 2·13 합의에서 (애초 예상보다 더 나간 합의를 이끌어낸) 전화위복이 되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오후 1시 한국언론재단 주관으로 열린 'KPF 포럼'에 초청된 천 본부장은 이같이 말하면서 "북한이 무리한 요구를 한 것에 상응해서 우리가 이전보다 더 나간 요구를 했고 결국 북한이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BRI@천 본부장은 "애초 이번 6자회담은 지난 1월 베를린 북미 접촉에서 양국이 합의한 것을 추인하는 정도였다"며 "당시 베를린에서 미북 간에 양해된 것은 영변 핵시설의 폐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앞으로 폐기할 핵시설과 핵프로그램의 목록 작성이었다"고 소개했다.

그런데 북한은 이번 6자회담이 시작되자 지난 1994년 제네바 합의 때와 비슷한 수준인 영변 원자로의 폐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 조치만으로 중유 100만 톤을 요구했다. 제네바 합의 때는 핵 동결 수준에서 매년 중유 50만 톤을 경수로가 완공될 때까지 제공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과거와 똑같은 조치를 취하면서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에 대한 반발이 나왔다. 당연히 더 많이 받으려면 북한이 더 많이 행동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북한도 핵 시설 폐쇄 이상으로 더 나갈 준비가 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번 2·13 합의에서는 핵 시설 불능화까지 언급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천 본부장은 "미국은 베를린 접촉 때 핵 시설 불능화를 하도록 북한을 설득했으나 안됐다"며 "이번에 핵시설 불능화까지 간 것은 6자회담의 성과"라고 밝혔다.

핵시설 불능화는 6자회담의 성과


일부에서 2·13 합의가 기존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와 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에 대한 언급이 빠져 있다고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천 본부장은 "9·19 공동성명은 북한의 모든 핵무기와 현존 핵 프로그램을 폐기한다고 공약했고, 지난 12월 6자회담에서 다시 확인했다"며 "이번 2·13 합의는 북한의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한 긴 여정에서 1단계에서 취할 조치를 규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의 HEU 문제와 관련 "합의문에 프로그램 '들'이라고 복수로 표현한 것은 플루토늄과 HEU을 다 포함한 것이다, 당연히 HEU도 들어간다"며 "이 문제도 미북간 실무자들이 만나서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천 본부장은 "불능화가 낯선 개념이라는 지적도 있던데 비확산 전문가들에게는 잘 알려진 개념"이라며 "김계관 6자회담 북한 수석대표도 개인적으로 나에게 '불능화는 비유하자면 황소를 거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북한이 앞으로 이번 합의를 이행하지 않을 가능성을 낮게 봤다. 중유 100만 톤이면 3억 달러에 해당한다. 극심한 외화난과 금융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 정도 액수는 대단히 큰 것이다. 무엇보다 정치적인 이유도 있다. 2·13 합의를 이행해야 테러지원국 해제 등 북미 관계 정상화, 북일 관계 정상화로 나갈 수 있다.

미국, 협상태도 바뀔 가능성 낮다

북미·북일 관계 정상화가 되면 북한이 얻는 이익은 엄청나다.

"미국 정부의 대북 협상 태도가 또 바뀔 수 있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그는 "미 행정부의 태도 변화는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라면서 "북한이 아예 엉뚱한 행동을 한다면 모를까…"라고 가능성을 낮게 봤다.

그는 "한반도에 대한 이해 관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러시아도 대북 지원에 나선다"며 "비록 납치 문제가 있지만 일본도 머지않아 지원에 나설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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