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절 귀신쫓는 폭음... 전쟁터가 따로 없네

[해외리포트] 중국 시민들, 놀라면서도 즐거운 모습

등록 2007.02.19 11:19수정 2007.07.09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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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죽은 아파트 10층까지 올라가 창문 가까이에서 터진다. ⓒ 유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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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폭죽이 여기저기서 터져 마치 전쟁터 같다. ⓒ 유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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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중국인이 폭죽을 터뜨린 뒤 재빨리 피하고 있다. 심지가 짧은 경우에는 1초 만에 터져 다치는 수가 있다. ⓒ 유창하

"따따~ 따따~ 따."
"피웅~."
"콰앙~ 쾅~."


@BRI@지금 상하이는 '불꽃과 폭발음 전쟁' 중이다. 전쟁터가 따로 없다. 음력 30일 그믐밤의 폭발음과 불꽃놀이는 더욱 거셌다. 어린아이들은 폭음 소리에 놀라 잠을 깨고, 음력설 춘절(春節, 춘지에) 폭죽에 익숙하지 못한 외국인들은 폭음에 놀라기도 하고 잠을 설쳤다.

설날 아침도 마찬가지다. 집 앞에서, 거리에서 여전히 폭죽을 터뜨리고 있다. 소리 나는 폭죽은 소리와 함께 하얀 연기를 내뿜어 앞길을 가로막는다. 길에 주차해놓은 차들 중에 소리에 예민한 경보기를 부착한 차들은 강한 폭죽이 터질 때마다 경보음을 울려댄다.

곳곳에 연기가 자욱하고 폭음이 진동하는 전쟁터 같지만 다수 중국 사람들은 전혀 불안한 표정을 짓지 않는다. 시끄러운 굉음과 자욱한 연기, 폭죽잔해를 바라보며 모두 재미있어한다.

중국말로 폭죽 터트리기를 '팡삐엔파오(放鞭炮)'라고 하는데 폭죽놀이는 섣달 그믐날 마지막 1시간 전부터 음력 춘절 새벽 1시까지가 절정을 이룬다. 긴 춘절 기간 내내 계속되다 폭죽놀이는 정월대보름이 지나야만 중단된다.

하루 120만원 쓰고도 아깝지 않다

상하이 사람들은 폭죽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 불꽃놀이용 100연발 폭죽 하나에 1300위안(한국 돈 15만6천원)이나 한다. 폭음탄용 3천발 폭죽은 90위안(한국 돈 1만8백원), 소형 불꽃 폭죽용은 1발 60원(한국 돈 7200원)가량 한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가정은 1만위안 가까이를 폭죽 비용으로 쓴다. 1만위안을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120만원이라는 거액이다. 중국인들은 귀신을 쫓는다는 춘절 폭죽놀이 비용으로 이러한 거액을 기꺼이 사용한다.

지난 1월 10일 <신화왕베이징(新華網北京)>은 베이징에서 이번 춘절 기간 1억1400억위안에 달하는 폭죽(51만 상자)이 공급되었다고 베이징 폭죽관리사무소 집계를 보도했다. 올해 공급량은 작년의 2배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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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절 기간이 되면 거리 곳곳에 허가받은 임시 폭죽 판매상이 들어선다. ⓒ 유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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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발 다연발 1박스에 1258위안(한국 돈 15만원)이다. ⓒ 유창하

지난 1993년 12월 인명피해와 환경오염을 이유로 폭죽놀이를 금지시켰다가 13년 만인 작년부터 춘절 기간 15일 동안 제한적으로 허용한 이후 폭죽놀이가 급증하고 있다.

"춘절 폭죽놀이는 중국 전통적 생활양식이므로 제한 조치를 해제해야 한다"는 베이징 시민들의 요구가 많아 베이징 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가 허가조치를 내린 것이다.

한편 상하이시는 이미 오래 전부터 특수 구간을 빼고는 비교적 자유롭게 폭죽을 사용해왔다. '1988년에 중산환선 내에서 폭죽발사를 금지한다'고 규정했다가 1977년 조례를 수정해 금지지역을 대폭 완화했다.

이밖에 난징, 칭다오 등도 폭죽금지령을 완화해 특수구간과 규정된 시간외에는 춘절기간 중에 폭죽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하지만 규제 완화조치 이전에도 사실상 중국 전역에서 폭죽놀이가 성행했다.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폭죽놀이를 즐기기에, 단속하지 못하고 눈감아 주는 정책으로 일관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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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밤의 폭죽놀이 잔해물들. ⓒ 유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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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되면 청소부는 폭죽 잔해물을 치우느라 바쁘다. ⓒ 유창하

창고 폭발이나 사망사고 빈발

폭죽놀이로 인한 인명 피해도 크다. 작년 춘절에는 허난성 린치마을 근처 폭죽창고에서 폭발 사고가 나 불교사원 축제에 참가하던 주민 중 16명이 사망하는 대형 사고도 났다.

평소에도 폭죽놀이를 좋아하는 중국인들이지만 춘지에 기간에는 특별히 엄청난 양의 폭죽을 터뜨려 창고가 폭발하는 사고가 생겨나고, 폭죽을 개인이 사용하다 화상을 입거나 사망하는 사고가 매년 잇따르고 있다.

중국 국가안전감시국 통계에 의하면, 2005년 1월부터 11월까지 중국 전역에서 폭죽 관련 인명사고가 87건이 발생했고 무려 187명이나 사망했다.

춘절을 하루 앞둔 17일에만 베이징시에서 폭죽놀이를 하던 125명이 중경상을 입었다고 베이징시 당국은 밝혔다.

대부분의 폭죽 인명사고는 허가받지 않은 무허가 제조공장 제품을 사용했거나 원가를 줄이기 위해 만든 불량 폭죽이 대량으로 유통되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안전수칙을 무시한 것도 한 원인으로 꼽힌다.

어린이들은 화력이 센 폭죽을 가지고 놀거나 화상을 입는 사고가 잦고, 어른들은 심지가 짧은 폭죽을 점화한 후 미처 피하지 못해 다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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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주민이 쇠꼬챙이에 소리나는 폭죽인 연발탄을 걸고 창문 밖으로 내어 터뜨리고 있다. 지켜보니 500여발 연발폭죽이 3분여 만에 모두 소진된다. ⓒ 유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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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도록 터뜨린 폭죽 잔해물을 아침에 나온 한 노인이 바라보고 있다. ⓒ 유창하

중국 폭죽놀이는 귀신 쫓는 소리

중국에서 폭죽은 빠오주(爆竹), 삐엔파오(鞭炮), 빠오장(爆杖), 옌화(煙花) 등 다양하게 불리지만, 용도에 따라 크게 2종류로 나뉜다. 삐엔파오는 폭음을 내는 폭음탄이고, 빠오주는 단발에서 100여 다연발까지 있는 불꽃놀이용 폭죽이다.

중국인들이 폭죽을 즐긴 지는 오래되었다. 고대 중국인들은 짐승을 쫓기 위해 폭발음을 내며 연기를 내는 폭죽을 사용했다. 당나라 때는 전염병이 퍼지자 '이전'이라는 사람이 대나무 속에 유황을 넣고 불속에 대나무를 던져 전염병을 물리쳤다고 알려지면서 폭죽이 유행했다. 그러다 대나무형에서 종이형 폭죽으로 바뀐 시기는 송나라 때.

일설에 의하면 '니엔(年)'이라는 흉악하고 잔혹한 괴물이 살았는데, 사람들이 장난삼아 대나무에 폭죽을 넣어 터뜨리자 괴물이 달아나는 것을 보고 폭죽을 즐겼다고도 전해 온다.

최근에 와서 중국인들이 폭죽놀이를 즐기는 이유는 바뀌었다. 1년을 돌아보고 복을 받기 위해서다. 폭음 소리로 귀신을 쫓아버리고 가족의 평안과 하는 사업, 일에 행운이 오기를 비는 마음으로 즐긴다.

중국인들은 일반적으로 폭죽의 화려한 불꽃놀이보다는 귀신을 쫓는 데 이용되는 폭음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그래서 불꽃놀이용보다 소리 나는 폭죽을 더 선호한다. 소리 나는 폭죽은 1천발에서 4천발까지 기관총 탄창같이 생긴 띠로 된 붉은색 폭음용 폭죽이다.

중학교 교사인 리티엔옌은 "불꽃이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9층의 창문가에서 터져 겁이 나기도 하지만, 수천 년 된 전통놀이인데 바꿀 수 있겠느냐"면서 "제한이 해제되는 건 당연하다"고 말한다.
#춘절 #폭죽 #폭음 #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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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오랜 기간 오마이뉴스에서 쉬었네요. 힘겨운 혼돈 세상, 살아가는 한 인간의 일상을 새로운 기사로 독자들께 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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