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데라니 사원왕소희
아버지는 뭄바이 빅토리아역의 높은 사무관이었다. 람의 아버지. 만약 그가 정당하지 않은 방법을 썼다면 금세 부자가 됐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그런 사람은 아니었다. 덕분에 람이 자라면서 느낀 것은 가난하고 억울한 인도였다.
람은 뭄바이의 큰 호텔에서 일을 했다. 그런데 거기서 만난 외국인들의 이야기는 너무나 경이로웠다. 인도와는 전혀 다른 세상을 본 것이다. 그때부터 그는 외국에 나가겠다는 꿈을 가졌다. 거의 10년 동안 모든 방법을 총 동원해 꿈을 이루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결국 꿈을 이루지 못했다. 인도는 누구나 꿈을 이룰 수 있는 그런 나라가 아니었다.
삶에 한계를 느낀 그는 집을 떠났다. 사두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힌두교 성지 '마투라'로 순례 여행을 떠났다.
성지 마투라는 그에게도 낯선 곳 이었다.
"라데."
"라데."
사람들은 이렇게 인사 했다.
'왜 라데라고 하지?'
마음속엔 호기심이 생겼다. 그리고 며칠 후 그는 '라데 라니'사원으로 향했다.
몹시 더웠던 그때 사원엔 아무도 없었다. 땡볕아래 그는 두 개의 가방을 들고 끝없이 길고 긴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마침내 계단 끝에서 신을 향해 절을 올리려던 그는 그만 가방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아앗!"
데굴데굴 굴러 내려가던 가방은 모서리가 부딪히며 뚜껑이 열려버렸다. 하늘 위로 온갖 서류와 옷가지들이 휘날렸다. 그는 멍하니 그것을 바라 보았다.
'이건 마치 내 인생 같군. 내 인생은 정말로 운이 따라주지 않았어. 십년동안 외국으로 나가려고 노력했지만 실패했지. 사랑도 결국 이뤄지지 않았고. 더 이상 세상 속에 머물고 싶지 않아.'
그는 천천히 계단을 내려왔다. 그리고 느릿느릿 흩어 진 물건을 줍기 시작했다.
그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반지 상자를 주우려고 했을 때였다. 상자 안에 무언가 빛났다! 그것은 원래 가방 안에 있던 빈 상자였다. 그런데 거기에 낯선 반지가 생겨났다!
그 상자는 호텔 배지를 담는 것이었는데 배지를 반납해 원래 텅 비어있었다. 사원으로 올라오기 바로 전 나무그늘에서 가방을 열고 물건들을 정리했었다. 그때 분명 상자가 비어있는 것을 보았다. 그런데 지금 반지가 틀에 꽂혀있다. 원래 거기에 있었던 것처럼 서두른 흔적도 없이. 그조차도 이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주위엔 아무도 없었다. 꽤나 뜨거운 오후여서 사원엔 사람 그림자 하나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어쩌면... 어쩌면 이건 라데라니 신의 선물일 지도 몰라!'
그는 신심으로 반지를 받아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