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석이의 형 반석이와 누나 하늘이는 태어났을 때부터 흑인, 히스패닉, 캄보디아인 등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려 지냈기 때문에 진석이를 맞을 때 아무런 갈등이 없었다.이현호
한국 여성과 흑인이 결혼해 혼혈아를 낳은 경우는 많지만 한국인이 흑인을 입양하는 것은 극히 드문 경우다. 기자가 몇 시간 동안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입양과 관련한 정보를 알 만한 몇몇 사람들에게 물어보았으나 이에 딱 맞는 답을 구하지 못했다.
그럼 이 목사 부부는 왜 흑인 아이를 입양했을까. 다분히 인종 차별적인 질문이겠지만, 우리네 인식의 현주소는 이런 질문을 당연하게 만들고 있다. 이 목사의 설명에 의하면 이들이 흑인 또는 진석이를 원한 것이 아니라 진석이의 생모가 이 목사네를 선택한 것이다. 한국의 입양 제도와 미국의 입양 제도의 차이에서 나오는 것이다.
생모는 진석이를 기독교 가정에서 자라게 하고 싶었으며, 이 목사 가족의 다복한 모습을 보고 안도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백인 가정에 아이를 맡기기로 했는데, 진석이 몸에 작은 이상이 있어서 수술이 필요했다. 그래서인지 신청자는 이 아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목사네는 흑인 아이를 받아들이는 데 고민이 없었을까. 너무 쉽게 "그런 건 없었다"고 대답한다. 뉴욕의 경우 입양기관에 맡겨진 아이의 상당수가 흑인이기 때문에 흑인이 입양될 가능성이 있지만, 흑인 부모가 아시아인에게 아이를 맡기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그런 기회가 오리라고 기대하지도 않았다. 다만 아시아인이든 백인이든 흑인이든 히스패닉이든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이 목사 내외가 인종에 대한 거부감을 별로 갖고 있지 않은 것은 그들의 살아온 과정을 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99년 미국에 이민 오자마자 흑인들이 많이 사는 브롱스에서 캄보디아 사람들이 모인 교회에서 아동부 사역을 했다. 지금도 캄보디아 교회 출신 청년들과 목회하고 있다. 두 아이도 태어나자마자 흑인과 히스패닉들과 자연스레 어울렸기 때문에 인종에 대한 거부감은 아예 없었다. 지금 사는 뉴저지 티넥이라는 곳도 흑인 동네이다.
한국에서 신학을 공부할 때 보육원에서 1년 넘게 봉사한 적이 있고, 미국에 와서도 병원에서 원목으로 활동하기도 했으며, 지금은 장애인 선교 단체인 뉴저지밀알선교단에서 총무로 일하고 있다. 내년에는 중앙아시아와 같은 이슬람 국가에 선교사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아내 김성덕씨가 미국 시민권자인데도 본인은 시민권을 갖지 않은 이유는 미국 시민권이 이슬람 국가에서 선교하는 데 도움이 안 될 것 같기 때문이다.
육아 재미에 푹 빠진 목사 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