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장사 마돈나>싸이더스FNH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 고등학교 1학년 오동구는 여자가 되고 싶은 남학생이다. 일본어를 가르치는 남자 선생님을 연모하면서, 당당한 한 사람의 여자로서 선생님 앞에 서서 사랑을 고백할 날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씨름대회에서 우승을 하면 상금 500만원을 받을 수 있다는 소식에, 여자가 되는 수술을 받을 돈을 마련하기 위해 죽도록 연습한다.
그는 말한다. "나는 뭐가 되고 싶은 게 아니라 그냥 살고 싶은 거야…." 별다른 무엇이 억지로 되려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느끼는 대로 살아가고 싶을 따름이다.
우리는 나와 다른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가. 먼저 나와 다른 성(gender)을 가진 사람을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본다. 그 중에 황홀한 눈빛을 이끈 사람과는 결혼이라는 매우 거추장스러운 통과의례를 거쳐서라도 평생을 함께 살아가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나와 성이 같은 사람과는 이런 관계를 맺는 일이 거의 없다. 성이 다르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다르기 때문에 아름답다
나와 종교가 다른 사람은? 불교나 원불교, 천주교 신자들은 대개 그렇지 않은데, 유독 개신교 신자들 중에는 종교가 없거나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을 악에 빠져 있어서 구해 주어야 하는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가진 분들이 많다.
하지만 요즘 한국 사회 곳곳에서 종교의 다름이 전혀 나쁜 일이 아니고, 오히려 서로 다른 영성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여기는 개신교인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아니, 그보다는 그동안 그런 생각을 억눌러 오다가 이제 조금씩 밖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 정확하겠다. 종교가 다르다는 것은 아름답다.
한국 사회는 아직도 지역감정에 휘둘리고 있다. 올해는 대선이 있는데, 지역감정이 또 어떤 영향을 정치에 미칠지 염려가 된다.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어울리면 사투리가 달라도 재미있는데, 왜 다른 지역 사람들을 적대시할까. 이런 상태로 점차 증가하는 북한주민들과의 교류를 한국사회가 어떻게 소화해낼지 걱정이 앞선다.
한국은 단일 민족 국가라고 입이 닳도록 홍보한 시절도 있었는데, 이제는 수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들어와서 한국 경제의 요소요소에서 일을 하고 있다. 더구나 그들이 맡은 일들은, 국내 노동자들이 극히 꺼려하는 힘들고 보수가 적은 일들이다.
@BRI@이제는 그들과 결혼한 한국인들도, 또 그 사이에서 태어난 2세들도 점차 늘어가고 있다. 한국사회는 그들을 적극적으로 끌어안아야 한다. 백인이 아니라 경제적으로 한국보다 뒤떨어진 나라의 외국인들이 들어와 살아도 한국이 살만한 곳이어야 한국 사람들도 행복하지 않을까. 그러면 아름다울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달리, 다른 성에 끌리지 않고 같은 성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은 아름답지 않은가. 또는 태어날 때 가진 성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고 다른 성으로 바꿀 수만 있다면 바꾸고 싶은, 아니 그보다는 오동구처럼 "나는 뭐가 되고 싶은 게 아니라 그냥 살고 싶은 거야…"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비정상적이고 추접스러운가.
"다른 것은 아름답다"는 말은 어쩌면 원래 그렇기도 하지만, 우리가 그렇게 마음먹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위의 몇 가지 예에서 보듯이, 다른 것이 '자연스럽게' 아름다운 것도 있지만, 좀 어색하고 비정상적인 것처럼 보이는 다른 것들도 있다. 그렇지만 눈을 자연스럽게 뜨고 보면, 그런 것들이 참 많다는 사실을 잘 알게 된다. 더구나, 대부분의 '정상적인' 사람들에게는 역겹게 느껴질 수도 있는 일들이, 그 당사자들에게는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들이라고 한다.
"나는 뭐가 되고 싶은 게 아니라 그냥 살고 싶은 거야"
남자들만, 여자들만 모여서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성정체성이 다른 사람들은 함께 살 수가 없을까. 종교가 다른 사람들도, 지역이 다른 사람들도, 국적이나 인종이 다른 사람들도, 장애인들도, 이념적인 지향이 다른 사람들도 이미 함께 살고 있다.
우리(어떤 항목에서든 주류인 사람들)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다른 것이 아름답다"고 여기며 함께 어우러져 살아갈지, 아니면 "다른 것은 추하고 번거롭다"며 다수가 소수를 억누르면서 살아갈지, 둘 중의 하나가 아닐까.
억눌린 소수는 억압받는 자들의 예민한 감수성으로 보다 사려 깊은 태도를 가질 수 있지만, 자신이 선택하지 않는 채 주류에 속한 다수는, 의도하지 않은 억압으로 같은 값의 인간을 가장 비인간적으로 대하게 되기도 한다.
오동구가 닮고 싶어 안달인 가수 마돈나를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건 오동구의 취향이지, 내 취향이 아니다. 그런 오동구와 내가 가까워질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그를 비정상적인 인간이라고 배척할 수는 없다. 그리고 그의 당당한 표현에 응원을 보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이창엽씨는 인권연대 운영위원과 치과 의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인권연대 웹진 주간 <사람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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