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국가 권력기관은 다 망했다"

국세청장, '세무조사 언론사 보복 취재' 강경 발언... 시민단체 "전 청장이 나서 밝혀라"

등록 2007.02.24 18:24수정 2007.02.27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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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전군표 현 국세청장. 사진은 지난해 7월 13일 국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전군표 당시 국세청장후보.

전군표 현 국세청장. 사진은 지난해 7월 13일 국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전군표 당시 국세청장후보. ⓒ 오마이뉴스 이종호


현직 국세청장에 대한 언론사의 뒷조사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언론사로부터 압력을 받고 있다고 폭로한 전군표 국세청장은 "국가 권력기관이 다 망했다"며 연일 강한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특히 자신 아들의 병역문제 등을 거론하면서, 3~4개 사항에 대해 (언론사가) 뒷조사를 하고 있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이 같은 내용이 사실일 경우, 언론사가 세무조사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기자들을 동원해 취재에 나선 것이 된다. 이는 사적인 목적을 위해 공권력을 무력화시키는데 기자와 매체를 동원시킨 셈이 되고, 해당 언론사의 도덕성과 신뢰성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미디어 관련 시민사회단체에선, 전 청장이 언론사로부터 어떤 압력을, 어떻게 받았는지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군표 국세청장은 지난 23일 밤 <한겨레>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특정 언론을 지칭한 것은 아니었다"면서 "언론사도 경영과 편집이 분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언론사로부터 압력을 받고 있다는 지난 <월간중앙>과의 인터뷰 내용 자체를 부인하지 않았다. 오히려, 정부의 공권력에 대한 언론사의 대항에 대해 비판하기도 했다.

'(언론사 세무조사를 두고) 정부의 공권력에 대한 언론사의 대항이라고 보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국정원, 경찰, 국세청 등 권력기관이 다 망했다"면서 "정부의 공권력이 먹혀들지 않고 있다"고 그는 토로했다.


자신에 대한 뒷조사 내용에 대해서도, "3~4개 사항에 대해 뒷조사를 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면서 "지난번 인사청문회에서 나왔던 차남의 방위산업체 근무에 관해 뒷조사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작년 7월 한 주간지는 전군표 국세청장의 둘째아들 병역특례 의혹을 제기했었다.당시 국세청은 "이미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검증을 다 받은 내용들"이라며 "해당 기사가 법적으로나 절차상 아무런 문제가 없는 차남의 병역 대체복무에 대해 국세청장장과 국세청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었다.


이같은 의혹을 최근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한 신문사가 집중적으로 취재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국세청장, 특정언론 밝힌 적 없어... 상속·증여세 조사는 <조선일보>뿐

그렇다면 어떤 언론사가 현직 국세청장에 대해 기자들을 동원해 뒷조사까지 했을까.

현재 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곳은 크게 두 곳이다. <조선일보>와 KBS다. 이들 두 곳은 <매일경제>와 함께 지난해 10월 30일부터 지난달 1월 23일까지 1차로 세무조사를 받았다.

이후 국세청은 지난달 19일 <조선일보> 법인에 대해 세무조사를 이번달 28일까지 연장했다. 특히 방일영 전 회장(2003년 작고)의 상속·증여세에 대한 조사에 대해선 오는 4월 19일까지 연장한다고 통보했다. KBS도 이번 달 28일까지 조사가 연장됐고, <매일경제>는 지난달 말까지 세무조사가 연장된 후 마무리됐다.

물론 전 청장은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압력을 받고 있는 언론사를 구체적으로 지칭하지는 않았다. 대신 그는 "최근 한 언론사가 사주의 상속·증여세 문제로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면서 "사주 개인에 대한 조사인데, 왜 편집 쪽에서 국세청에 압력을 넣는가, 사주에 대한 과잉 충성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현재 진행 중인 국세청의 언론사 세무조사 가운데 사주의 상속·증여세를 조사하고 있는 곳은 <조선일보>뿐이다. <조선일보>도 지난달 21일치 신문에서 "국세청이 보내온 '세무조사 연장 통지서'에서 조선일보 대주주의 상속·증여세에 대한 조사를 연장하겠다고 통보해왔다"고 보도했었다.

문제는 <조선일보>가 과연 기자들을 동원해 국세청과 청장의 뒷조사를 했느냐의 여부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 관계자는 지난 23일 밤 <한겨레>의 전화통화에서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보복취재 사실일 경우 언론사 도덕성 치명타

전 청장은 압력을 행사한 언론사가 어디인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도 언론사가 자신의 둘째 아들 방위산업체 근무에 대한 것을 포함해 3~4개 사항에 대해 뒷조사를 하고 있다고 일부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같은 내용이 사실일 경우, 언론사가 세무조사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기자들을 동원해 취재에 나선 것이 된다. 이는 사적인 목적을 위해 공권력을 무력화 시키는데 기자와 매체를 동원시킨 셈이 되고, 해당 언론사의 도덕성과 신뢰성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미디어 관련 시민사회단체에선, 전 청장이 언론사로부터 어떤 압력을, 어떻게 받았는지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유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우선 전군표 청장이 어떤 언론사가 어떻게 압력을 했는지 좀더 구체적으로 국민에게 알릴 의무가 있다"면서 "해당 언론사로 지목받고 있는 <조선일보>도 부인만 할 것이 아니라 책임있는 해명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김 처장은 이어 "만약 전 청장의 발언이 사실일 경우 해당 언론사는 사주 개인을 위해 지면과 기사를 동원했다는 비판과 함께 정당한 법 집행을 무력화시킨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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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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