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내 땅 건들면 폭발한다

등록 2007.02.26 17:44수정 2007.02.26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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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훈
여기는 의정부 민락(民樂)동,
백성(民)들이, 살기 좋은(樂)동네라고 하는데,


서울 외곽이라고 하지만,
언제나 이곳은 개발의 바람이 비껴가,
인심만은 흉하지 않고
훈훈했다.

언제부턴가,
지하철 8호선이 연장 운행된다는 소문이 떠돌고,
광운 대학교 분교가 들어온다는 말이 풍문으로 들리고,
영어마을이 생긴다고 돈 많은 아줌마들이,
치맛바람을 피우기 시작하더니,
산 너머로 택지 개발이 한창이다.

이 정부에서는
매일 집세만은 확실하니 잡겠다고 떠들고,
언론에서도 아파트들의 거래가 한산하고
집값도 안정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하는데,

약수터에 가면,
이른 새벽부터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
집값이 몇 천만 원이 올랐니 하면서
열변을 토하고,
서로 부러운 눈짓을 보낸다.

남의 집 월세 사는
서민들은,
세금이 밀리고,
월세가 몇 년째 밀려,
원금까지 다까지고 남는 게 없다.

땅값이 오르든
집값이 천정부지로 뛰든
아무 관심도 없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던지,
돈의 흐름이 어느 방향으로 물꼬를 틀든지 간에,
큰 손들이 무슨 장난을 쳐도,
빈 손으로 갈텐데….

마지막 이 세상에서 무엇이 보람으로 남을까?


그저 빈 배낭 하나 매고
서리 하얗게 내린,
아직 안개가 채 가시지 않은,
새벽 산을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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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5년여 세계오지 배낭여행을 했으며, 한강 1,300리 도보여행, 섬진강 530리 도보여행 및 한탄강과 폐사지 등을 걸었습니다. 이후 80일 동안 5,830리 자전거 전국일주를 하였습니다. 전주일보 신춘문예을 통해 등단한 시인으로 시를 쓰며, 홍익대학교에서 강의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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