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폭력, 그들을 보호하라!

SBS의 <긴급출동 SOS 24>

등록 2007.02.27 17:25수정 2007.03.27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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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간의 폭력에 주목한 SBS <긴급출동 SOS 24> ⓒ SBS

'범죄'와 '폭력'에 있어서 다룰만한 '가치'란?

현재 서울에서만 발생하는 강력 범죄건수는 2001-2003년 기준으로 약 이틀에 한 번꼴로 살인이 발생, 강도행위는 하루에 6.3건. 성폭행 수는 4.3건이 일어난다. 그 가운데에서도 ‘살인’은 법률적으로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가장 악질적인 범죄행위 중 하나로 손꼽히지만, 거기에 따른 언론의 보도와 대중의 관심은 행위와 결과의 경중을 떠나 조금은 심드렁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BRI@이제 웬만한 수법이나 동기의 살인이 아닌 이상 지역뉴스 섹션에서도 짧게 다루어지는 것이 보통이고, 나를 포함한 시청자들 대부분의 반응 역시 혀를 끌끌 차면서 가해자에 대한 짧은 매도 혹은 피해자에 대한 짧은 애도를 가슴속에 품는 것으로 대신한다. 그도 그럴 것이 시청자가 그러한 범죄에 깊이 파고들어 그것에 대한 문제의식과 더 나아가 재발방지, 그리고 지역 치안상태에 대한 비판을 하기에는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범죄와 사회적 문제는 너무나도 산재해 있다.

또한 언론은 권력집단 혹은 권력을 잡은 개인이나 유명인의 갈등과 문제에는 크게 부각하며 문제를 다루지만, 개인과 개인 특히, 권력이 부재되어 있는 힘없는 서민과 서민과의 갈등과 문제에는 그다지 문제 삼지 않는다.

그것은 언론이나 방송이 지닌 한계성을 논하기 전에 그러한 갈등은 앞서 언급했듯이 일일이 다 잡아내지 못할 만큼 산재해있는 것이 사실이고, 설사 개인과 개인의 극단적인 범죄방식인 ‘살인’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 차원에서 기각될 수밖에 없는 것이라 말한다.

따라서 언론은 어느 불행한 한 시민의 잔인한 방식의 살해당함이나 지하철에 뛰어든 그 절박함보다 차기 대선주자의 행보에 더 크게 가치를 둔다. 그리고 그것이 언론이나 방송의 역할이라 자평한다. 그리고 우리들 역시 그렇게 편승한다.

힘없는 개인들 간의 폭력, 거기에 주목하다!

여기 힘 있고 유명한 사람들의 문제나 우리 사회에 어떠한 파장을 불러일으킬만한, 즉 피해자가 백여 명이 넘어가고 피해액이 몇 천억에 육박하는 사회적 문제와 갈등이 아닌, 힘없는 서민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문제와 갈등 그리고, 폭력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이 있다.

한번 방영되고 나면 그 다음날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만들어 거기에 관련된 검색어가 난무할 만큼의 영향력을 생성하여, 결국 메이저 언론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게 만들어 버리는 SBS <긴급출동 SOS 24>이 바로 그것이다.

지난주 (2007.2.19 ~ 2.25, TNS조사) 전국 시청률 21.1%, 수도권 시청률 6위에 랭크된 이 프로그램은 현재 지상파에서 방영중인 시사교양 프로그램 중에서도 톱을 달리고 있다.

<긴급출동 SOS 24>는 사회문제를 다루면서 시청률 상승에 큰 역할을 담당하는 남녀 간에 애증관계 혹은, 연예인의 사생활, 혹은 집창촌 이야기나 원정 성매매 따위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그들은 어느 한 가정, 그것도 우리 집 바로 옆이나, 어디선가 본 듯한 조그마한 이웃집에서 벌어지고 있는 ‘폭력’을 다룬다.

따라서 방송을 보지 않고 단순히 생각하면 제 아무리 심한 폭력이라 하더라도 그것으로 힘없는 서민이 일으키는 것이라면 뻔하지 않느냐, 혹은 더 나아가 사생활 침해가 아니냐고 말할 수 있다. 게다가 그것이 엽기적인 살인이나 성폭행, 악질적 강도 행위가 아니라면 그것이 미치는 사회적 파장이 너무나도 과장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 할 수도 있다. 그것보다야 집창촌 이야기가 더 흥미 있음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더 큰 문제가 아니던가.

‘인간’이 어떻게 저럴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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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을 경악케 했던 '노예 할아버지' ⓒ SBS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이 <긴급출동 SOS 24>에게 보내는 관심은 그러한 소재꺼리를 삼는 여타의 방송과는 엄청난 차별은 둔다. 아울러 그들에게 다뤄진 피해자와 가해자에 대한 관심은 더욱 대단한데, 얼마 전 ‘노예 할아버지’처럼 어제까지만 해도 힘없는 약자에서 방송이후 온 국민의 관심을 받는 경우도 있다.

그것은 이제껏 인간으로서 받아야할 최소한의 권리마저 박탈당한 분노의 상대적 표현이라고도 해석 가능하지만, 그 저변에는 사회 통념상 도저히 용납 불가능한 ‘상식밖에 폭력’이 자리 잡고 있다. 방송을 보는 내내 어떻게 사람의 탈을 쓰고 저럴 수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그것은 법률적인 처벌기준과는 별도에 이야기 이다.

아울러 시청자와 제작진은 이러한 폭력이 가장 기본적인 사회적 집단인 ‘가정’이나 ‘학교’에서 일어난다는 것에 주목한다. 그러한 <긴급출동 SOS 24>에서 다루는 폭력은 시청자 입장에서 자신들과의 비교 혹은 경험을 반추해보는 것이 가능하며, 제작진은 그러한 폭력에 대한 세세한 정황이나 환경까지 고발함으로써 피해자와 일치적인 감정의 기능을 만들고, 이러한 기능은 더욱 큰 파급력으로 발현된다.

따라서 <긴급출동 SOS 24>에서 다루었던 일련의 사건들은 딱딱하고 사무적인 문체와 함께 접근금지를 알리는 노란 띠가 쳐져있는 현장을 그저 몇 초간 비춰주며 오늘 저녁 누군가가 살해당했다는 짧은 언론의 마주침보다 더 크게 다가올 때가 있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주지할만한 사실은 <긴급출동 SOS 24>에서 다루는 사건들이 가지는 법률적 처벌기준과 문제제기에 대한 것이다. 그들이 겪는 상식밖에 폭력은 그 놀랄만한 폭력방식과 비례해 그 피해 역시 엄청나지만, 그것을 상쇄하거나 아니면 최소한의 보호막이 여타의 범죄와는 달리 부재되어 있다.

<긴급출동 SOS 24>는 그래서 주목 받는다. 자칫 은밀히 행해지고 묻혀 질 뻔한 일을 고발한다. 그것은 누군가 문제가 있다고 말해주지 않는 이상 영영 모르고 지나갈 일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긴급출동 SOS 24> 그들의 역할, 방송의 역할

<긴급출동 SOS 24>에서 다루는 사건들과 앞서 언급한 강력 범죄나 사회적 문제를 어떠한 선으로 구분 짓는 것은 무리가 있다. 따라서 우리 사회에서 산재한 여러 형태의 폭력과 범죄의 경중이란 피해자가 존재하는 한, 없다고 보는 것이 필경 옳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누군가 거대한 사회적 문제를 커다란 메스를 들이대며 시술을 한다면, 그 옆에서 세세한 문제를 파악하고 그것이 나중에 더 큰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지 않도록 조그마한 메스를 들이대야 하기도 한 것이다.

그것이 <긴급출동 SOS 24>가 가지는 역할일 것이며 시청자가 바라는 그들의 모습일 것이다. 아울러 여타의 방송 역시 이러한 그들의 모습을 따라, 최근 자꾸만 사라져가는 우리 사회의 휴머니즘에 대해 한번쯤 돌이켜 보아야 한다. 개인들 간의 가정폭력이 이럴진대 극단적인 개인의 폭력은 말해 무엇 할 것인가와 그러한 범죄가 구성되기 까지 그들이 겪었을 알지 못할 이야기들을 생각하면 역시나 씁쓸하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TV리뷰 시민기자단 응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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