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짐을 지고 할머니 찾아 '삼만리 손녀'.최종수
뒷짐을 지고 걸어가는 아이 손을 잡고 돼지 축사를 가로질러 앞산에 이르렀다. 할머니의 인기척은 그림자도 찾을 수 없다. 돌아가자는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아니! 아니!"하며 비탈진 산길을 오른다.
"솔우야 나 간다!"라고 외치고 풀숲에 앉아서 동태를 살폈다. 뒤돌아보는 기척도 없이 뒷짐을 지고 오른다. 영락없는 할아버지 폼이다. 한참을 오르다가 뒤돌아본다. 쫑긋 솟아오른, 혼자라는 무서움에 소리를 지른다.
"한머니! 어디 있어! 우 왔어! 한머니!"
메아리도 대답이 없다. 할머니를 찾아 발걸음이 빨라진다. 가파른 산을 오르는 눈길이 불안하기 시작했다. 마른 풀숲에서 나온 꿩처럼 총총히 뒤따라 오른다.
나를 본 순간, 해바라기처럼 환하게 웃는다. 손녀의 불안한 마음을 감지한 할머니가 커다란 함지박을 이고 산비탈을 내려오고 있다. 할머니 머리끝 함지박에서 햇살을 노랗게 반짝이며 꽃들도 웃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