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내륙화물 수송을 위한 주요 교통 수단 비교.독일 연방수로국
독일 운하는 '세금 도둑'
독일 운하는 90%가 국민 세금으로 건설됐다. 한마디로 독일운하는 세금 도둑인 셈이다. 만약 운하에 경제성이 있다면, 이씨가 자신 있게 말한 것처럼 왜 독일에서는 민자유치가 이뤄지지 않았을까. 앞에 있는 '독일의 물동량 변화' 도표를 보면, 독일 운하는 1960년대에는 전체 물동량의 약 30%를 담당했다.
그러나 이씨와 그의 추종자들이 그토록 예찬한 RMD운하(사실은 MD운하이지만)는 완공 당시인 1992년 이후엔 오히려 운하 물동량이 늘지 않았다. 1990년부터 2000년까지 독일의 물동량은 거의 변화가 없었다. 도로화물 운송이 전체 물동량의 70%를 담당하고 있고 철도 15%, 운하 15%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1991년까지 철도 물동량이 많은 것은 구 동독지역의 갈탄 생산을 위해 철도 운송량이 많았기 때문이며, 독일 통일 후 갈탄생산이 중단되면서 철도 물동량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단거리 운송 및 시급하게 운송해야 하는 물품을 담당하는 도로화물 운송은 어떤 경우라도 운하로 흡수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이씨와 그의 추종자들이 주장했던 것처럼, 도로화물 물동량이 운하로 흡수될 것이란 예측은 실현 불가능하다.
MD운하를 15년 동안 연구해온 마틴 트라페 지질학 박사(바이에른 주에 있는 아이히 슈테트 카톨릭 대학교)는 MD운하의 경제성 예측은 빗나갔으며, 부분적으로 운하를 통과하는 지역에 보상차원에서 지원한 관광산업 활성화는 이뤄졌지만, 이는 운하 건설로 인한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라기보다는 운하건설 반대를 무마하기 위해 해당지역에 지급된 막대한 보상비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마틴 박사는 "물동량 예측은 크게 빗나갔고 운송수익은 발생하지 않았으며, 운하건설에 따른 생태계 복원차원에서 진행한 환경계획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경관과 생태계는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진단했다.
이씨가 경부운하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는 힐폴슈타인 갑문 통제소를 찾았을 때, 독일의 변덕스러운 날씨를 증명하듯 여느 때와 같이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배가 갑문을 통과하는 장관을 보기 위해 배를 한참이나 기다렸지만, 곧 올 것이라던 배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갑자기 통제소에 긴장된 스피커 목소리가 들렸다. MD운하 갑문 중 4곳을 통제하는 힐폴슈타인 갑문통제소로 들려오는 목소리의 내용은 다른 갑문의 고장으로 배가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갑문 고장으로, 갑문 안에 들어온 배가 꼼짝없이 갇혀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우리 일행은 결국 힐폴슈타인 갑문을 통과하는 배를 보지 못하고 돌아섰다. 베를린 공항에 도착해 숙박지로 향하던 중 택시 운전기사의 말이 생각났다. 동양의 낯선 이방인들이 운하 때문에 왔다고 하자 그 기사는 "운하를 건설하면 어떤 피해가 발생하는지 먼저 잘 생각해보고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의 택시 운전기사도 생각하는데, 왜 한국의 정치지도자와 학자들은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할까.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통역 : 김상국 베를린 자유대학 국제정치학 박사과정)
덧붙이는 글 | 특별기획 '이명박 발 경부운하, 축복인가 재앙인가'의 독일 현지 취재 기사는 계속 이어질 예정입니다.
박진섭 기자는 생태지평연구소 부소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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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강도 운하? 이명박의 왜곡 물동량 예측 빗나가 세금 낭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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